31. 머니투데이에 항의전화 했습니다 - 2009년 7월 15일 배정숙

지금 참다못해 머니투데이에 전화했네요. 고충 처리하는 곳에도 직접 전화해서 임○○ 기자가 여태껏 쓴 기사에 대해서 왜 양쪽 똑같이 취재해서 양쪽 입장을 다 글로 써주지 않는 건지, 한번 머니투데이 홈페이지에서 쌍용차 검색해 보라고, 왜 우리 노동자 입장에서 쓴 기사는 없고 사측 입장에서만 글을 쓰냐고. 구독자들은 올라온 기사로 판단하는데 그분이 쓴 기사를 보면 우리 파업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못된 깡패 집단으로밖에 보이지 않찮냐고요. 우리 쪽으로 치우쳐서 기사 써달라는 것도 아니고 있는 그대로 기사 써 달라고 했습니다. 담당하는 분이 그러시더군요. 한 쪽에만 치우치면 안 된다면서 그 기자 분한테 말씀하신다고.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아 기자실로 전화해서 임○○ 기자를 찾았습니다. 취재 가서 없다고 하면서 다른 기자분이 받으시더군요. 무슨 일로 그러냐고. 그래서 우리가 인권이고 뭐고 다 짓밟힌 건 왜 기사화하지 않느냐고, 직접 와서 보고 기사를 쓰라고요.

가족들과의 만남도 안 되고, 세 번씩 검문하고, 가지고 간 음식 안에 든 내용물 확인하고, 하다못해 음료수도 다 열어서 냄새며 맛을 본다고. 2, 30명의 경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40일 넘게 못 본 아빠 얼굴을 간신히 볼 수가 있었다고. 그런 건 왜 취재 안 해주냐고. 우린 힘도 없고, 사측처럼 용역을 살 돈도 없고, 오직 가족들이 발로 뛰는 방법밖엔 없는데, 그나마 진실 되게 기사를 써 주셔야 할 언론에서도 이렇게 한쪽으로 치우쳐 글을 쓴다면 힘없고 약한 우리 같은 사람들은 누굴 믿고 살겠냐고, 너무 야속하고 힘들다고.
 
통화하면서 너무 서러움이 북받쳐 눈물이 막 나오더군요. 하지만 그리 했어도 사실 속이 시원하지 않습니다. 말로만 듣던 언론플레이. 제가 당해보니 이렇게 억울한 일을 당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으실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이 나라가 정말 민주주의 국가가 맞습니까? 힘없는 사람은 이리 당하고 살아야 한답니까?
 
이제 저희 아이들에게 무엇이 옳은 일이고 잘못된 일인지, 어찌 가르쳐 주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민중의 지팡이라고 하는 경찰도 이젠 믿을 수가 없고, 아닌 분들도 계시지만 정치인들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 저의 이 불신을 어찌해야 할까요. 제가 항의 전화를 했어도 특별히 달라질 거라 생각은 안 합니다. 하지만 입 다물고 있는 것보단 당신들이 쓴 기사에 이렇게 고통 받고 있다는 의사표현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전화했습니다.
 
어제 국회의사당 갔다 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의 우리 상황이 힘은 들지만, 우리의 편에서 힘써주시고 지지해 주시는 분들도 많다는 것에 감사하고 힘이 났습니다. 열심히 힘을 내렵니다. 정말 요새는 제가 투견이 된 느낌이에요.(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저더러….)
제 입에 이젠 익숙한 투쟁!! 투~~~~쟁!!을 외쳐 봅니다.

32. 대한민국 국회에 다녀왔어요 - 2009년 7월 16일 조해숙

속상해서 글을 쓰고픈 마음도 사라졌는데 다시 기운을 냅니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맞고 들어간 의원님들의 방 300여 개 중 제가 담당한 곳은 한나라당 의원과 민주당 의원들의 7층 사무실. 그냥 이름만 봐도 푸근하고 꼭 해결해줄 것만 같은 마음이 드는데 의원님들 무지 바쁘시네요. 아무도 안 계십니다. 계셔도 인터뷰 중이라 하고.

다음을 예약하고 돌아서는데, 어느 보좌관이 “어느 쪽이냐, 회사냐 노조냐?” 하고 묻데요. 나도 참, 감히 어디라고, “어느 쪽을 원하십니까, 어떤 답을 원하십니까, 당연히 저희는 당당한 노조 쪽입니다. 이렇게라도 하면 저희 회사 살릴까 해서 왔습니다. 서명 부탁드립니다” “고생하십니다”라며, 홍삼 드링크는 얻어 마셨는데 드링크 한 박스보다 서명 한 장이 우리는 더 절실하니 보좌관님만 믿고 갑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3시 조금 전부터 다녀 4시가 되니 방마다 수박 한 통씩 들어가 새참을 드시네요. 비교가 됐습니다. 우리 투쟁현장과…. 오늘도 무사히, 내일도 무사히를 바라면서 수박 한 통 전해줄 수 없는 현실 때문에 하염없이 눈물이 났습니다. 평화로워 보이는 방 분위기가 부럽기도 했고, 나오는 눈물을 추스르며 수박 냄새 퍼지는 사무실을 75군데나 다녔네요.
훌륭하신 분들 이름만 보고 나경원 의원께는 직접 용지를 손에 들려주고. 맨 마지막이 정동영의원 방이었습니다. 사연은 어찌됐든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 보고, 두 분의 보좌관들과 많은 이야기도 나누고 서명도 받았습니다. 대부분 친절하고 걱정도 많이 해주시는데 모두가 우리 편 같더라고요. 마음이 푸근하니까 눈물도 나왔겠지요.
 
어제 저녁에 민주당 조영택 의원과 우제창 의원실에서 서명되어 있다고 연락 왔습니다. 지금 국회는 대치중이라 너무 바쁜 일정 탓에 서명이 늦어질 겁니다. 기다려 봐야지요. 대한민국 국회라고, 운동화가 아니라 구두 신고 갔더니 힘이 들었는지 어제는 좀 쉬었습니다. 그놈의 비 때문에 더 고생이 많았습니다. 다시 힘내고 열심히 해야지요. 저녁 때 봐요.
모두들 감사합니다.
 
33. 부디 좋은 곳으로 가세요 - 2009년 7월 21일 가대위 회원

어제 공권력이 투입 준비를 완료했다는 소식에 다들 혼비백산이 되어 공포에 떨면서 가슴을 쓸어내리던 차에, 세상에 이럴 수가 있습니까? 이제 28살인 노조간부의 아내가, 4살과 7개월 된 두 아이를 둔 엄마가 목을 매어 자살을 했습니다. 왜 죽었습니까? 아니, 누가 죽였습니까?
 
쌍용자동차 사태가 해결되고 정리해고가 철회되었다면 고인은 지금 남편과 두 아이와 가장 행복하고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입니다. 아니, 공권력 투입만 되지 않았어도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사측과 경찰, 법원까지 가세해 오는 살인적인 공포와 절망을 느끼고 남편의 안전을 걱정하며 하루하루 피를 말리는 고통 속에서 보냈을 고인의 모습이 너무도 생생하게 눈에 보입니다. 바로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고인의 죽음은 정리해고가 불러온 살인이며 공권력 투입이 불러온 명백한 타살입니다.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도 오늘 공권력과 사측은 새벽 3시부터 선무방송을 하며 사랑하는 가족 품으로 돌아가라 했답니다. 가족을 죽여 놓고 가족 품으로 돌아가라니…. 병력도 증강되고 남편들이 있는 도장공장 진입 시도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지…. 미칠 것 같습니다. 정문과 가족대책위 사이에 아예 철조망을 쳐놓았다 합니다. 기자와 그 어느 누구의 접근도 못하게 하고 있답니다. 4살과 7개월 핏덩이의 어미 목숨을 빼앗아 놓고,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공권력 투입을 멈추지 않는 이 나라 정부와 공권력, 사측을 보면서 억장이 무너져 내립니다.
 
우리 가족대책위는 어떠한 시련과 고통이 있어도 투쟁 승리를 위해 용감하게 싸워왔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너무 너무 두려워 몸이 후들거립니다. 경찰 헬기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가 담긴 비닐 팩을 옥상 위로 투척했는데 액체가 떨어진 스티로폼이 녹아버렸다 합니다. 사람을 죽이겠다는 것 아닙니까? 용산 진압에 사용됐던 진압용 컨테이너 박스를 공장 내 배치했습니다. 우리가 공권력 투입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이 순간에도 제 머릿속에는 용산참사 현장밖에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제 남편들은 전화도 문자도 보내오지 않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가족들은 다리가 후들거려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고, 눈은 뉴스에, 손에는 휴대폰만 꼭 쥐고 안절부절 하고만 있습니다. 어린 자식들 앞에 눈물을 참고 견디기에도 벅찹니다. 하지만 이대로 멈추기에는 너무나도 억울하고 억장이 무너지기에 남편들과 함께, 여러분들과 함께 싸우겠습니다.
 
그렇게 간절히 바라던 해결 소식 대신에 이제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고 있습니다. 남편들을 ‘짓밟아’ 노동자들을 위축시키고 쌍용자동차 구조조정을 본보기 삼아 전국적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 이 나라 정권의 시나리오 아닙니까? 그래서 ‘이참에 노조 깃발을 꺾어버리겠다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최종 입장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가족들이 겪는 그 모진 고통을 대신 지고 가신 고인을 위해서 우리 가족대책위는 억울해서라도 이 악물고 버티겠습니다. 쌍용자동차 투쟁 이겨낼 것입니다.
잘 가세요…. 부디 좋은 곳으로 가소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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