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사실관계 및 사건경과

A회사는 B회사 소유의 생산설비를 설치한 다음 B회사에 납품할 컴퓨터 부품을 생산했다. 그런데 B회사는 2004년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을 추진하면서 A회사에게 생산설비의 반환을 요구했다.
 
A회사는 2004년 1월8일 야간근로자들이 퇴근하고 주간 근로자들이 출근하기 전 2시간 동안 근로자들 몰래 B회사 소유의 생산설비를 모두 반출하는 등 전체 생산설비의 80% 정도를 외부로 반출해 제품생산이 불가능하게 됐다.
 
A회사 노동조합은 설비반출에 항의하며 추가반출을 막기 위해 남은 생산설비를 A회사 본관 로비로 옮기고 반출된 생산설비의 원상복구를 요구했다. A회사와 노동조합은 특별교섭을 했으나 결국 같은해 6월21일 근로자들은 모두 퇴직했고, 2004년 1월7일까지의 임금은 모두 지급받았다.

A회사는 2004년 6월16일께 근로자들에게 2004년 1월8일부터 퇴직시까지 평균임금 100%에 해당하는 휴업수당을 지급하기로 합의했고, 같은해 6월20일 법인인감을 사용해 체불임금을 확인했다. 그러나 A회사는 체불금품을 지급하지 않았다. 근로자들은 법원에 임금 등에 관한 지급명령을 신청하게 됐고, 2007년 5월4일 A회사 공장용지 등에 관하여 강제경매 신청을 했다.
 
경매절차에서 근로자들은 ① 최종 3월분의 임금(휴업수당), ② 최종 3년간의 퇴직금, ③ 잔여 임금 및 퇴직금의 합계액에 대하여 배당요구를 했으나, 법원은 최종 3년간의 퇴직금에 대하여만 1순위로 배당하고, 최종 3월분의 임금으로 배당을 요구한 최종 3월분의 휴업수당에 대하여는 배당하지 않았다.

Ⅱ. 쟁점

법원은 A회사를 인수한 C회사를 상대로 근로자들이 제기한 ‘부당이득반환’ 소송에서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회사가 휴업 후 청산됐다면 근로자의 휴업수당은 최우선 변제되는 임금으로 봐야한다며 최종 3월분의 휴업수당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위 사안을 통해 첫째 생산설비 반출이 휴업수당 지급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둘째 최종 3월분 임금의 최우선 변제대상에 휴업수당이 포함되는지 여부를 쟁점으로 살펴 볼 수 있다.

Ⅲ. 행정법원의 판결의 의미

1. 생산설비 반출이 휴업수당 지급사유에 해당되는지 여부
① 휴업수당의 의미
근로기준법 제46조는 근로자의 귀책사유가 아닌 사유로 인해 근로자가 일을 할 수 없게 된 경우에 임금상실이라는 위험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민법의 원리와는 다른 휴업수당제도를 두고 있다. 이 조항은 민법 제537조, 제538조의 규정에 대해 근로자의 생존권 확보를 목적으로 마련된 근로자 보호 특별규정이라 할 수 있다.
휴업수당의 발생요건으로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휴업하는 경우”라 함은 기업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사용자가 그의 책임있는 사유로 인해 근로자로부터 근로의 제공을 받을 수 없게 된 경우를 가리킨다(대법원 1986.10.14 선고 86도611). 따라서 사용자의 세력범위 내에서 발생한 경영장애는 사용자의 귀책사유라고 보아야 하며, 사업장의 소실․기계의 파손․원자재 부족․주문량 감소, 판매부진이나 자재난․기업시설의 이전을 비롯해 배급유통기구의 차질에 의한 휴업 등은 일반적으로 사용자의 세력범위 내에 속하는 경영장애로 보고 있다.

② 생산설비 반출로 인한 휴업은 사용자의 귀책사유에 해당한다.
본 사안에서 B회사가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며 생산설비 반환을 요구한 사실이 있다고 해도 A회사는 약 80%의 생산설비를 근로자들 몰래 반출함으로써 근로제공을 받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됐고 생산설비의 원상복구를 요구하면서 점거농성을 했다고 해도 생산설비 반출일로부터 퇴직일까지 휴업에 대해 사용자의 귀책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사용자의 책임있는 사유’에 의해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경우에는 민법 제538조 제1항 규정에 따라 사용자에게 임금을 청구할 수 있고,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해 휴업하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휴업수당을 받을 수도 있다고 보았다. 더불어 ‘휴업수당을 지급해야하는 요건과 민법 제538조 제1항을 적용해 임금청구를 할 수 있는 요건이 다르다고 해석할 여지는 있지만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함으로써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하는데도 임금청구권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는 매우 드물 것’이라고 판단하며 휴업수당이 최종 3월분 임금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2. 최종 3월분 임금 최우선변제에 휴업수당이 포함되는지 여부
① 임금채권 최우선제도의 의미
임금채권과 퇴직금도 채권에 해당하기 때문에 채권은 물권에 우선할 수 없다는 일반원칙에 의해 질권이나 저당권으로 담보된 채권 등에 비해 후순위로 밀려 있었다. 그러나 특별법인 근로기준법 제38조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11조에 최우선변제와 우선변제를 규정함으로써 일반채권 뿐만 아니라 물권에 의해 담보된 채권에 대해서도 우선적으로 배당받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최종 3년간의 퇴직금과 최종 3월분의 임금, 재해보상금은 질권․저당권으로 담보된 채권이나 조세․공과금에 비해서도 최우선적으로 변제를 받을 수 있으므로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② 휴업수당은 ‘임금’에 해당해 최우선변제 대상인 최종 3월분 임금에 포함
휴업수당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해 휴업하는 경우 근로자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규정한 것이다. 또한 근로자가 근로제공을 했는데도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실제 ‘현실적인 근로’를 하지 않은 경우 사용자의 수령지체에 해당해 근로자는 임금지급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대법원 2002.12.10 선고 2000다25910)고 보고 있다.

본 사안에서 법원은 “휴업수당은 임금과 동일하게 취급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고, “만일 근로자의 최종 3개월분의 임금은 구 근로기준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최우선 변제권을 인정하면서 근로자의 최종 3개월분의 휴업수당은 임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봐 최우선 변제권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최우선 변제권이 인정되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휴업수당을 지급하는 방법을 택함으로써 휴업수당 제도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휴업수당을 임금과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근로자들이 민법 제538조 제1항에 따라 별도의 임금 청구를 하지 않았다고 해도 휴업수당에 대한 청구는 임금의 일부를 청구한 것으로 봐야 하고, 휴업수당이 임금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경우 ‘최종 3월분의 휴업수당’ 역시 ‘최종 3월분의 임금’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다.

Ⅳ. 맺음말

A회사는 B회사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을 이유로 상당수 근로자들을 정리해고 하려고 했다. 근로기준법의 경영상해고 요건을 준수하지 않은 채 생산설비의 대부분을 몰래 공장 밖으로 반출해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한 것이다.
 
만약 경영상해고 요건에 관한 절차를 밟았다면 적어도 50일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고, 해당 기간 동안 근로자들은 임금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사정으로 강제경매절차가 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의 적법한 배당요구에 대해 최종 3년분 퇴직금만 최우선변제 대상으로 인정하고, 최종 3월분 휴업수당은 최종 3월분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배당에서 제외한 것은 휴업수당, 임금채권 최우선제도를 특별하게 규정했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최근 원청업체의 횡포에 의해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특히 생산설비를 반출하는 방식을 통해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노동조합의 저항을 무력화시키는 사례가 많다. 다행히 이번 판결을 통해 생산설비의 반출로 인해 휴업한 경우는 사업주의 귀책사유에 의한 것으로서 휴업수당 지급의무가 있고, 휴업수당은 근로기준법의 임금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최종 3월분 휴업수당’도 최우선변제 대상이 된다고 판결한 것은 특별법으로서 근로기준법․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휴업수당, 최우선변제제도의 의미를 재확인한 판결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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