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5월1일 새벽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결정했다.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는 2010년 4월30일까지 심의·의결해야 한다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조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다. 노동부와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는 당시 4월30일부터 회의가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에 부칙 제2조제1항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는 심의·의결을 4월30일까지 하라는 규정을, 심의·의결을 위한 회의를 4월30일까지 개회하도록 정한 것이라고 해석한 부당한 주장이다.

일부 변호사와 교수도 이 결정은 법적으로 유효하다고 말한다. 이들이 내미는 근거는 노동부와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내세우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이승욱 교수는 노조법 부칙 제2조제1항에서 4월30일까지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심의·의결해야 한다는 규정을 강행규정으로 볼 수 없다고 말한다. 계속해서 이승욱 교수는 제2항이 4월30일까지 심의·의결하지 못한 때에는 국회의 의견을 들어 공익위원만으로 심의·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 의결할 수 있다’고 돼 있기 때문에 임의규정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 규정을 위반했다고 해서 법적 효력이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승욱 교수는 ‘...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이를 위반해도 법적 효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 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면 법적 효력이 없다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이승욱 교수는 ‘...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을 위반하였다고 해도 법적 효력이 있다고 말한다. 부칙 제2조제1항에서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4월30일까지 심의·의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는 분명 이를 위반해 5월1일 새벽에 심의·의결하고 말았다.

이에 대해 이승욱 교수는 ‘할 수 있다’와 ‘하여야 한다’를 가지고 강행규정과 임의규정을 나누어 그 위반의 법적 효력 유무를 판단하지 않고 부칙 제2조제1항은 강행규정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부칙 제2조제1항에서는 ‘할 수 있다’와 ‘하여야 한다’가 임의규정과 강행규정을 가르는 기준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승욱 교수 스스로 해당 법규정이 단순히 ‘할 수 있다’와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느냐 여부만을 가지고 임의규정과 강행규정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부칙 제2조제2항에서 “... 국회의 의견을 들어 심의·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 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라고 이승욱 교수가 말한 것이 올바른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올해 초 노조법을 개정하면서 전임자급여 지급금지를 시행하고 유급으로 조합활동을 할 수 있는 근로시간면제제도를 도입했다. 새 노조법 제24조의2는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를 둬 근로시간면제 한도 범위를 결정하도록 했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추천 위원 각 5명, 정부 추천 위원 5명 등 15명으로 구성하고 위원의 과반수 출석과 그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했다(제24조의2 제3항, 제5항). 그리고 노조법은 부칙에서 최초로 시행되는 근로시간면제 한도의 결정에 관해서는 경과조치 규정을 두어 위원회는 2010년 4월30일까지 심의·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위원회가 이 기한까지 심의·의결하지 못한 때에는 위 위원 과반수 출석과 그 과반수 찬성이라는 위원회의 의결요건 규정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의견을 들어 공익위원만으로 심의·의결할 수 있다고 했다(부칙 제2조 제1항, 제2항). 이 부칙 제2조 규정의 취지는 2010년 4월30일까지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는 근로시간면제한도를 심의·의결해야 하고, 그 뒤에는 국회의 의견을 들어 공익위원만으로 심의·의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즉 4월30일을 지난 이후에는 국회의 의견을 들어 공익위원들이 심의·의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지 제2항의 규정을 통해 위원회도 심의·의결할 수 있고, 공익위원들이 심의·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이 아니다. 만약 ‘... 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이 임의규정이라서 이와 같이 본다면 4월30일이 지난 뒤에는 근로시간면제 한도는 위원회도 여전히 결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어서 위원회와 공익위원들 양자가 제각기 결정할 권한을 갖는다는 것이 된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두 의결단위 중 먼저 결정하는 단위가 '장땡'인가. 아니면 여전히 전체 위원들로 구성되는 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이 유효한 것인가. 위원회 위원 중 일부가 전체 위원들의 위원회에서 결정하자고 하고 일부가 국회의 의견을 들어 공익위원들이 결정하자고 대립한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노조법 부칙 제2조제2항에 따른 것인가. 과연 공익위원인 김태기 위원장은 어느 결정단위를 소집하여 심의·의결하여야 한단 말인가. 전적으로 위원장 마음인가. 끊임없이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부칙 제2조 제2항이 제1항을 전제로 하고 있는 규정이고 제2항은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서 4월30일까지 결정되지 않는 경우 국회의 의견을 들어서 공익위원만으로 결정하도록 공익위원들에게 근로시간면제한도 범위의 설정에 관한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고 해석해야 비로소 풀릴 수 있다. ‘공익위원만으로 심의·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은 공익위원만에 대하여 근로시간면제한도의 결정 권한을 부여한 조직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조직규정에서 ‘... 할 수 있다’는 규정은 그 조직의 권한의 행사를 규정한 것이지 임의규정이어서 해당 기관이 아닌 다른 기관이 그 권한을 행사해도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그리고 ‘국회의 의견을 들어서’라는 규정은 국회의 의견을 들어서 공익위원만이 심의·의결할 수 있다는 것으로 국회의 의견을 듣지 않고서는 공익위원들이 심의·의결할 수 없음을 규정한 것이다. 이렇게 해석한다면 부칙 제2조 제1항과 제2항이 제정된 당시의 취지가 법해석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나고 그 운영상의 의문도 발생하지 않는다.

2. 노조법 부칙 제2조제1항과 제2항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에 관해 살펴보았다. 이에 관해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고 결정할 것인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위와 같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법규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신청이 인용될 것이라고 속단하기 어렵다. 더구나 노동조합의 신청을 법원이 인용해 5월1일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의 결정이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고 해도 무엇이 해결되는가. 이 경우 국회의 의견을 듣고 공익위원들이 5월1일 결정된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결정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노동조합은 기존의 전임자 보장 범위를 대폭 축소한 근로시간면제 한도의 범위 내에서 조합 활동을 보장받기 위해 사용자와 교섭하고 투쟁해야 한다. 이것은 법원이 이승욱 교수의 주장은 틀린 것이고 필자의 주장이 올바른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해서 노동조합의 상황은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 이승욱이든 김기덕이든 앞에서 살펴본 주장들은 개정 노조법의 틀안에서 말하고 있을 뿐이다. 어찌됐든 7월1일 시행 이전에 근로시간면제 한도의 범위는 정해질 것이다. 전임자급여 지급금지에 관한 개정 노조법을 폐지하거나 그 시행을 유예할 수 없다면 이승욱과 김기덕 누구의 주장이 옳다고 판단하든 노동조합은 기존의 전임자의 급여는 더 이상 지급받지 못하게 된다.

이번에 결정된 근로시간면제 한도의 범위 내에서 우리 사업장에서 전임자는 보장받을 수 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개정 노조법은 기존의 전임자에 관한 급여지급을 금지했고, 다만 근로시간면제한도 범위를 설정해 그 범위 내에서만 사용자의 동의나 협약을 통해서 근로시간면제자로서 유급 활동을 보장받게 됐다. 근로시간면제 한도 범위 내에 속한 사업장이라도 반드시 사용자의 동의나 협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보장받을 수 없다. 그리고 기존의 단체협약에서 전임자제도는 개정 노조법에 따라 전면적으로 새롭게 정비해 요구해야 하고 근로시간면제(자)에 대한 단체협약안을 가지고 사용자와 교섭해 체결해야 한다. 기존에 보장받아온 유급 조합활동 보장과 각종 노사위원회, 노사협의회 등에 관해서도 개정 노조법에 따른 조합 활동으로 보장받기 위해 정비할 것이 요구된다. 나아가 개정 노조법상 전임자급여 지급금지와 근로시간면제제도의 규정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기존 조합 활동을 보장받기 위한 온갖 방안들을 찾아내야 한다.

지금 노동조합은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의 5월1일 결정의 효력을 지켜볼 여유가 없다.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이 나라 노동조합이 정말 사력을 다해 투쟁한다면 전임자급여 지급금지 등 개정 노조법 규정을 폐지하고 그 시행을 저지할 수 있다. 그러나 7월1일이 지나면 그때부터는 전임자급여 지급이 금지된다. 그때까지 근로시간면제 한도 범위 내에서라도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거나 그 동의를 받지 않는다면 기존의 전임자는 아무도 급여지급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지금 상황은 긴박하다. 경총 등 사용자단체들은 7월1일 이전에 이에 관한 노동조합과의 교섭과 협약을 체결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사용자들도 지금 이에 관한 교섭을 지연하고 협약 체결을 미루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조합은 7월1일 이전에 기존 전임자의 활동을 보장받아온 기존의 조합 활동을 보장받기 위해 교섭하고 투쟁해야 한다. 이 교섭과 투쟁은 전국단위로 혹은 사업장 단위로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고 전개돼야 한다. 반드시 산별노조여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기업노조나 기업지부, 지업지회에서만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총연합단체와 산별노조, 사업장 단위 노조조직이 함께 사력을 다해 방안을 찾고 교섭하고 투쟁해야 한다. 이야말로 근로시간면제 한도의 결정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이다. 결국 결정의 효력은 이승욱이나 김기덕의 말이나 법원의 결정과 판결도 아닌 노동조합의 교섭과 투쟁에 의해 궁극적으로 부정될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의 교섭과 투쟁만이 전임자급여 지급금지 등 개정 노조법상 강행규정을 임의규정으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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