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취업난 속에서도 대졸 여성들의 대기업 입사는 늘고 있다.

채용과정에서 여성 지원자들을 암암리에 차별대우하던 관행이 많이 사라진 데다 면접 비중이 커지면서 외국어 능력. 자기 표현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여성 인력의 평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SK그룹의 경우 지난해 입사한 대졸 신입사원(6백57명) 중 여성이 22%(1백47명)를 차지했다. 1994년엔 6%, 98년엔 11.7%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큰 변화다. 삼성물산도 98년 대졸 신입사원 중 여성 비율이 11.7%였으나 지난해엔 23.5%로 갑절이 됐다. 현대종합상사도 지난해 채용한 66명의 대졸 사원 중 여성이 26명으로 40%에 달했다.

금융업종에서도 여성 진출이 크게 늘었다. 현대증권이 지난해 뽑은 신입사원 3백29명 중 24.3%(80명)가 여성이었으며, 신한은행도 지난해 신입사원 중 23%가 여성이었다. 미국 통신장비업체인 루슨트 테크놀로지스가 최근 설립한 한국벨연구소에서 채용한 연구원 20여명 중 절반이 여성 인력으로 채워졌다.

취업 포털사이트인 인크루트 관계자는 "90년대 이후 학번 가운데 상경대또는 이공계열 대학을 졸업한 여학생들이 크게 늘면서 인력 풀이 두터워진 것이 대졸 여성 취업 증가의 원인"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성 인력들은 여전히 대기업 문화가 남성 중심적이라고 지적한다. 한 대기업 전산부에 3년 전 입사한 金모(26.여)씨는 "부서별로 3개월간돌아가며 경리일을 맡는데, 대개 여직원이 하게 된다" 며 "비공식적인인맥이나 부서 내 주요 업무에서도 대부분 제외된다" 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