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면제한도(타임오프 한도)가 올 임금·단체협상 국면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예상했던 대로 노동계는 매우 격앙돼 있다.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지난 1일 새벽 타임오프 한도를 기습적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과 정책연대를 맺고 있는 한국노총 지도부는 근면위 결정을 비난하며 6일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한국노총은 “정책연대를 깨고,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 낙선운동을 하겠다”며 재논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도 한국노총에 공동투쟁을 제안한 상태다. 노동계는 근면위가 재논의할 수 있도록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근면위에 대한 비판은 의결 절차와 내용 모두에서 제기된다. 우선 근면위의 의사결정이 법적 절차를 준수했느냐다. 근면위가 타임오프 한도를 결정한 시각은 1일 새벽 2시50분이다. 지난달 30일까지 의결에 실패하면 이달 15일까지 국회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는 것이 법의 취지인데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근면위가 법적시한까지 넘기며 강행처리하는 무리수를 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부는 근로감독관을 동원해 표결에 항의하는 노동계 위원을 적극적으로 막았다. 이를 사전에 모의하고, 근로감독관을 동원했다는 노동부의 문건까지 폭로됐다. 노동부가 애초 근면위의 합의의결보다는 표결처리에 무게를 두고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것이다. 근면위와 노동부가 표결 강행을 위해 공모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쯤 되면 근면위의 무리수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정해진 활동시한을 편법으로 연장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 노동계가 법원에 근면위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다.

근면위가 처리한 타임오프 한도를 살펴보면 노동계의 격앙된 분위기를 이해할 만하다. 근면위 안에 따르면 조합원 50인 이하 사업장은 0.5명, 1만5천명 이상 사업장의 경우 14명의 전임자를 둘 수 있다. 1만5천명 이상 사업장의 경우 3천명마다 전임시간을 추가하되 2012년 7월1일부터는 전임자 18명을 초과할 수 없다. 근면위는 이를 근거로 ‘하후상박’의 원칙을 적용했다며 중소규모 노조의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대기업 사업장, 특히 민주노총 기반인 제조업 대공장의 전임자가 대폭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그야말로 ‘단순 논리’다. <매일노동뉴스>가 근면위 의결에 따른 전임자 변동실태를 확인해 보니 조합원 1천명 이상 사업장 노조에서는 대부분 50% 내외의 전임자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사업장별 사정에 따라 전임자 축소규모가 최소 20%에서 최대 91%까지 큰 편차를 보였다. 대공장이 몰려 있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경우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한국노총도 예외는 아니었다. 근면위는 공장이나 영업장이 1개 시·도 이상 흩어져 있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도 반영하지 않았다.

근면위는 중소규모 노조는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것도 면밀하게 분석하지 않은 것이다. 복수노조 사업장은 노조별로 체결한 단체협약에 따라 전임자수가 결정된다. 현행 타임오프 한도는 사업장별 조합원 규모에 따라 설정됐기에 다수노조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결국 교섭대표 노조가 되지 못하는 소수노조는 불이익을 받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타임오프 활동범위도 마찬가지다. 노동부는 타임오프 한도 이외에 산업안전보건법·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참법)·근로자복지기본법과 관련한 유급 전임활동시간을 별도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상급단체 파견도 별도로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관계법에 규정된 유급 전임활동시간을 노동부 스스로가 사문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근면위는 타임오프라는 새 제도를 연착륙시키는 차원에서 구성됐다. 노사 의견이 팽팽한 타임오프 한도를 협상을 통해 풀어보자는 의미에서 국회가 법으로 정한 것이다. 합의에 실패할 경우 국회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도록 한 것도 근면위의 취지를 살리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런데도 근면위는 노동계 위원를 따돌리고, 표결을 강행했다. 근면위 설립 취지에 어긋나는 행위다. 첫 타임오프 한도를 이런 식으로 정하면, 법에 규정된 대로 3년마다 근면위가 타임오프 한도를 결정할 의미 자체가 사라진다.

근면위의 무리수 탓에 노·사·정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노동부가 10일 근면위 결정을 관보에 고시한다면 이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다. 야당과 여당 일각에서 근면위에 재논의를 촉구하고 있는 만큼 이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근면위는 설립취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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