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새벽,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의결한 타임오프 한도 내용이 그대로 적용되면 대기업노조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일노동뉴스>가 최근 각 사업장 자료를 재분석한 결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현재 전임자의 91%가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차지부와 GM대우차지부는 축소 폭이 각각 82%와 85%에 달했다.

이에 대해 근면위와 노동부는 ‘하후상박’의 원칙을 적용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재정여건이 어려운 중소기업노조들의 합리적인 노조활동을 보장했고, 재정적인 여유가 있는 대기업노조의 축소 폭을 넓혔다는 것이다. 틈날 때마다 대기업노조를 비판해 온 정부로서는 괜찮은 명분을 잡은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기업노조’만 도마 위에 오른다는 것이다. 지난 3일 임태희 노동부장관과의 기자간담회에서 한 기자가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것은 좋지만 정부가 노사관계 선진화를 얘기할 때 사측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 장관은 “노사 양측에 문제가 있다”며 “사측이 변칙적으로 노조에 전임자임금을 지급하면 부당노동행위임을 고지하고 의법조치할 것”이라고 답했다.

노동계의 강력한 요구에 밀려 합의를 하는 사측도 문제라는 것이다. 임 장관은 또 “노사의 담합이 소비자나 하청업체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사의 담합이 하청업체에 대한 불공정거래 행위로 이어진다는 논리인데, 임 장관이 지난해 취임 초기부터 줄곧 강조한 말이다.

단가인하 압박 등 하청업체에 대한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심각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노조나 임금인상 때문이라는 명백한 증거는 없다. 확실한 것은 노조 활동이 활발한 현대차나 기아차뿐 아니라 노조가 없는 삼성전자도 하청업체에 단가인하를 요구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전임자임금 지급이 원하청 불공정거래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희한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전임자임금과 원하청 불공정 거래행위와의 관계에 대해 “철도와 붕어와의 관계”라고 답했다. 아무런 연관성도 없다는 뜻이다.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정부가 겨냥한 타깃은 분명하지만, 논리는 궁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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