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모두가 잘사는 대한민국을 위하여  -조해숙-
 
지금 평택공장은 긴급 상황. 경찰이 모든 문을 뚫고 정문 안으로 들어왔다고, 마로니에 공원으로 단식 농성하러 가려고 일어났는데 긴급지침이 떨어지네요. 움직이지 말고 잠깐 대기하라는…. 문득 6월 27일의 상황이 떠올라 몽롱해지네요.

잠시 후 마로니에 공원으로 갔습니다. 답답하고 애절한 상황은 우리 쌍용뿐이 아닙니다. 비정규직, 공공노조, 보건노조, 용산참사, 한국예술종합학교 사건 등등…. 모두가 한곳을 바라보며 외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같이 살고 싶다고…. 외치는 사람은 참 많이도 있습니다. 그러나 듣는 사람, 들어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강산이 다섯 번이나 변해가도록 이 나라에서 살면서 정말이지 별꼴 다 보고 삽니다.

예전에는 대통령을 ‘님’이나 ‘각하’라고 호칭했는데, 요즘은 어이구~. 부르기도 끔찍합니다. MB, 명박, 쥐박이 이게 뭡니까? 유치원생도, 초등학생도 대통령 이름은 몰라도 이건 압니다. 이게 무슨 꼴이랍니까? 정말 한심합니다. 대학로, 서울역, 구로역, 대전역, 평택에서도 모두가 외치는 건 한목소리입니다. 이 나라, 이 경제를 부강하게 잘 만들어 달라고, 꼭 들어야 할 사람들이 외면하고 있는 이 나라에서 피 터지게 소리 지르고 부르짖어도 못 들은 척하고 있습니다.

쏟아지는 비바람을 맞으면서 천막에서 밤을 새며 남편들의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 우리 아낙들과 그 아낙들 곁에서 같이 밤을 지새우며 함께 해준 그들의 아름다운 동지애는 우리 모두를 감동시킵니다. 이렇게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데, 내 손으로, 우리의 손으로 도장 찍어 나라의 일꾼 만들어 놓은 그분. 이쯤에서 우리에게, 우리 공장 안에 고립되어 있는 저들에게 한마디만 해주시면 안 됩니까? 그 한마디가 그리도 어렵습니까? “정리해고 철회하고 공적자금 투입하라”고. 그때 내걸었던 공약들을 생각해 보면 국민과의 약속을 이렇게 저버리시면 안 되지요.

일자리 많이 만들어 모두가 일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우리 모두가 바라는 이 소박한 것들을 이루게 해주십시오. 형제이자 친구같이 일하던 그들과 적이 되어 만나지 않게 해주십시오. 이 사회가 냉정하다지만 우리 서민들은 아닙니다. 아직은 정이 있고 배려할 줄 아는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일하고 있는 그 공간만이라도 빼앗지 말아 주십시오.
힘든 까만 밤이 하얗게 될 때까지 같이 해 주신 많은 분들 감사합니다. 모두가 잘사는 대한민국이 될 때까지 같이 걸어가 주시길 부탁드려 봅니다.
 

29. 승리하는 그날까지  -이수정-

7월 11일 밤, 비바람이 그렇게 세차게 부는데, 천막에서 ‘평택 가대위’와 ‘정비 가대위’가 모여서 밤늦게까지 촛불집회를 했습니다.
비바람 속에서 연대한 몇 분의 동지들과 우비를 쓰고 촛불집회를 하는데, ‘가대위’가 막아도 몇 사람을 연행해 갔습니다. 멀리서 올라온 지회장님 네 아들 성철이는 무서운 경찰 앞에서 벌벌 떨면서 울었습니다. 쌍용차 평택공장은 감옥이나 다름없습니다.
 
더욱더 힘을 내서 투쟁합시다.
꼭 승리하는 그날까지….
 
30. 비가 오는 날에  -정민자-

비가 오는 날을 좋아하는 나는, 요즘 비가 오는 것이 싫습니다. 굴뚝의 동지들 때문에 마음이 아파서…. 씻는 것은 고사하고 먹는 것은 잘 먹는지, 비바람에 얼굴을 씻고 소리 한번 질러보아도 메아리는 돌아오지 않겠죠.
우리의 굴뚝 동지들은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까요. 함께 숨 쉬고 발로 투쟁을 하고 싶을 텐데…. 비바람이 불고 천둥번개가 치는데…. 굴뚝 동지들의 아내들은 가슴이 찢어져 식사도 제대로 못 할 텐데…. 나 혼자 잘 먹고 잘 지내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고, 빨리 이 극한 상황에서 이기고 견디어 승리하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은 비가 쉬지 않고 내려 정말 마음이 아파서, 딸을 업고 우산 쓰고 내천까지 걸어가서 비가 한없이 흘러가는 것을 보고 왔답니다. 이 파업이 끝나면 남편과 마주 앉아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할지도 모른 채 그저 바라보고만 있겠죠. 아무 말 없이 그저 바라만 보더라도 그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제 우리 막내딸도 제법 많이 커서 밤에 누워있으면 “엄마, 아빠 보고 싶다.”라고 또박또박 말하네요. 며칠 전만 해도 “아빠, 잘자. 끊어” 밖에 모르던 것이, 아빠와 제법 통화를 하면서 즐거워하네요.
자본가의 배부른 욕심이 노동자의 작은 행복을 빼앗아가려는 현실이 너무나 슬픕니다. 일하면서 사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깨닫는 시간이 된 것 같아요. 우리 쌍용차노동자 여러분, 이 시간이 지나면 분명 우리에게도 작은 행복이 찾아오겠죠. 믿습니다. 우리의 작은 소망들이 모이고 모여 큰 뜻을 이루리라고요.
투~~~쟁~~~!!!
2009년 7월 14일 정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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