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면제심의원회 활동이 오늘(30일) 종료된다.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를 결정하는 법적 시한이 오늘이라는 얘기다. 근면위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구성됐다. 이 법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노동조합 전임자는 전임기간 동안 사용자로부터 급여를 받아서는 안 된다. 물론 단체협약이나 사용자가 동의하는 경우 급여를 받을 수 있다. 단, 사업 또는 사업장별로 조합원수 등을 고려해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급여를 받을 수 있다. 근로시간면제 활동범위는 사용자와의 협의·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활동, 노조 유지·관리업무로 국한된다.

국회는 노조법을 개정하면서 근로시간면제 한도는 노·사·공익위원 15명으로 구성된 근면위가 심의·의결하도록 했다.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실태조사와 노사 의견을 수렴해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합의·의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모양새다. 근면위에 참여하고 있는 노·사·공익위원 모두가 원하는 바다.

그런데 근면위 논의 과정을 보면 노·사의 의견차가 너무 크다. 노동계는 근로시간면제 적용대상을 전임자에 국한하되 사업장 특성을 고려해 추가시간을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상급단체 파견 전임자는 별도로 인정할 것을 요구한다. 반면 경영계는 전임자뿐 아니라 부분적으로 전임활동을 하는 교섭위원까지 확대하되 개별 사업장 특성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한다. 또 상급단체 파견 전임자는 인정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원칙에서 노사의 의견이 엇갈리니 조합원 규모별 면제한도 시간과 인원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양측이 제출한 안을 보면 같은 조합원 규모의 사업장이라도 근로시간 면제한도 시간총량이 최대 10배 이상 차이를 보인다. 결국 지난해 말 나타난 노사 간 공방이 연장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사태가 이렇게 된 데는 근면위가 원인을 제공한 면이 없지 않다. 당초 근로시간 면제한도는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정하기로 했는데, 근면위가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가 신뢰성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일단 실태를 파악하기에 애매할 정도로 표본수가 적었다. 표본수는 322개에 불과했고, 이 가운데 조합원 5천명 이상 사업장은 6개에 그쳤다. 이 표본조차도 20%의 오차범위에 들어 있는 것이라고 하니 부실조사라는 지적을 들을 만도 하다. 근면위는 표본을 제조업과 비제조업으로 구분했다. 업종별 특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특히 노동계는 근면위가 조사한 1인당 유급 전임활동시간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3교대 근무사업장과 산별노조 소속사업장의 유급 전임활동시간이 사업장 전체 평균이나 노동계 조사결과보다 적게 나타났다. 근면위 조사결과를 적용하면 현재의 노조 전임자는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노동계가 근면위 실태조사를 수용하지 않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반면 경영계는 근면위 조사결과를 수용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근면위에서 합의타결은 어렵다. 근면위 안팎에서 합의 타결에 실패할 경우 표결을 강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익위원이 중재안을 내고 이를 바탕으로 표결을 시도하자는 것이다. 노사 중 어느 한쪽이라도 공익위원의 손을 들어주면 표결은 성립되고, 결론이 날 수 있다. 근면위 법적 활동시한이 종료됐다는 취지에도 부합한다. 지난 26일 노동부 실국장 회의에서도 표결을 강행해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근면위가 표결을 강행할 경우 노정갈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다음달 6일 이명박 대통령과 노동절 기념 오찬을 예정하고 있는 한국노총도 이런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정책연대를 깨더라도 일전을 불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천안함 희생장병 장례로 파업을 연기한 민주노총도 다시 투쟁의 고삐를 당길 것이다.

때문에 근면위가 표결을 강행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근면위가 다소 부담을 지더라도 국회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결정하는 것이 낫다. 근면위 구성은 법 개정을 통해 이뤄진 만큼 국회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회가 이해단체 간 의견 조율과 합의 유도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는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적극 중재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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