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남북노동자통일대회가 끝내 무산됐다.
올해는 정말 특별한 해다. 세계노동절 120주년. 1886년 5월1일 미국의 노동자가 피의 희생 속에서 노동자의 힘을 보여 줬고, 1889년 제2인터내셔널은 5월1일을 세계노동절로 정했다. 한반도의 노동자에게도 올해 노동절은 각별했다. 그래서 남북 노동3단체는 남북관계의 어려운 정세에도 특별한 노동자의 날을 기념하고자 만나기로 했다.

양대 노총과 조선직업총동맹이 처음 남북노동자통일대회에 합의한 것은 지난 3월 중국 심양에서였다. 당시 직총은 대규모 참가단을 이끌고 갈 테니, 남측에서 노동절 기념행사를 갖자고 먼저 제안했다. 양대 노총은 환영했다. 비록 남북관계가 대치국면을 보이고 있지만 민간단체에서 물꼬를 트면 대화국면을 만들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3월 말 남북 노동3단체는 팩스를 주고받으며 한 달 전의 합의를 구체화했다. 이어 4월30일~5월2일 사흘간 서울에서 남북노동자통일대회를 갖기로 했다. 북측 참가단 규모도 80~100명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통일부는 남북노동자통일대회를 허가하지 않았다. 남북 노동3단체는 이달 8일 개성에서 실무회의를 열고 애초 합의한 대로 남북노동자통일대회 서울 개최를 재확인했다. 이어 양대 노총은 다시 통일부에 허가를 요청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또다시 대회를 불허했다.

사실 무산이란 말은 마지막까지 아끼고 싶어했던 말이었다. 양대 노총은 정부의 불허방침을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20일 북측에 팩스로 안타까운 심정을 전달했다. 그리고 22일 통일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했다. 당시 한국노총 관계자는 “무산이라는 말만은 쓰지 말아 달라. 마지막 끈을 놓고 싶지 않다. 그저 답답할 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남북 노동3단체가 약속한 30일이 닥쳤지만, 남북 노동자는 만날 수 없게 됐다. 남북노동자통일대회가 끝내 무산된 것이다. 남북 노동자들은 세계노동자의 날을 함께 기념하고 이를 계기로 경색된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들의 소망은 언제쯤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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