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반쪽 씨에게 -당신의 반쪽이가-

올해는 참 여러 가지로 의미가 많은 해인 것 같아요. 죽을 때까지 못 찾을 것 같았던 내 반쪽 당신을 만나 결혼을 했고, 또 몇 달 후면 우리 둘을 닮은 예쁜 아이가 우리 품에 안기게 되잖아요. 그리고 또 지금은 앞으로 잊지 말아야 할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으니까요.
 
한창 신혼생활을 즐기면서 알콩달콩 재미나게 지내도 모자란 시간인데, 이렇게 몇 주째 떨어져서 지내야 하는 것도 모자라 일주일에 한 번 보는 주말에도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얼굴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이런 말도 안 되는 경험을 또 언제 해보겠어요. 도리어 이런 경험을 통해 우리 사랑을 더 단단하게 해준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표해야 하는 건가요?
 
신혼생활 몇 개월 만에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다 보니, 원래도 눈물이 많은데 처음 몇 주 동안은 주위 분들이 걱정해서 건네시는 말 한마디에도 눈시울이 붉어졌어요. 그러더니 어느 날은 평상시 같으면 그냥 웃으며 넘기면 될 말 한마디에도 나도 모르게 화장실로 달려가 펑펑 울고 말았답니다.
 
마음 한편으로는 몸 고생 마음고생하며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그냥 더럽고 치사하니까 피하면 그만이지 생각했지만, 당신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고, 뱃속에 있는 우리 사랑이를 위한 일이라고, 세상을 바꾸는 건 소수라고, 그래서 꼭 이기고 싶다는 당신의 말을 듣는 순간부터, 가장 가까이 있는 나만큼은 꼭 당신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당신 덕분에 노동가요라는 것도 알게 되고, 투쟁이란 것도 해보게 되고…. 처음엔 어색하고 낯설어서 그냥 박수 정도만 치는 게 다였는데…. 이젠 자신 있게 노래도 따라 부르고 투쟁도 외치고 팔뚝질도 하고…. 그렇다고 다른 ‘가대위’ 언니들처럼 이것저것 나서서 할 수 있는 용기가 아직까지는 없지만, 조그만 일이라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다 보니 최근 몇 주 사이에 난 조금 더 강한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에요.
 
함께 해주시는 모든 분들 더 힘든 일들이 많으실 텐데도 고생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함께 투쟁 해주시니 지금 하는 이 일에 대한 믿음이 더 강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 혼자 슬퍼하지 않아요. 그리고 슬퍼도 울지 않으려고요. 우린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거고, 기필코 정의가 승리해야 하니까. 그리고 또 꼭 이길 거라고 믿어요.
 
짧지 않은 기간, 당신도 조금은 두렵고 지칠 법도 한데, 늘 괜찮다고만 하지 말고, 나한테만은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줄 거죠? 우린 죽을 때까지 늘 힘이 되고 의지가 되어야 하는 부부잖아요. 아무리 각박한 세상이라도, 아무리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이 주물럭대는 세상이라도, 우린 죽을 때까지 늘 힘이 되고 의지가 되어야 하는 부부잖아요.

우리 하루 빨리 이 투쟁 승리해서, 두 손 꼭 잡고 함께 공원도 걷고, 도시락 먹고, 산부인과도 함께 가고, 곧 태어날 우리 사랑이 발길질 하는 것도 같이 느껴보고, 우리 가족들 다 모여서 예전처럼 함께해요.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함께 투쟁했던 분들 모두 모여 가까운 곳이라도 가서 즐겁게 놀다 와요.
전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사소한 일들에 대한 그리움이 유난히 커지는 하루입니다. 이 그리움이 현실이 되는 그날을 기다리며….
 

27. 사랑하는 내 아이 예진, 시현이에게 -김봉민-

예진아, 시현아!
아빠가 왜 이곳 높은 굴뚝에 올라와 있는지 아니? 아빠는 너희들에게 당당한 아빠로 기억되길 바란다. 여기 쌍용자동차에 다니던 아저씨들은 열심히 일만 했는데, 갑자기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모두 집에 가래. 아저씨들이 회사에 다녀 돈을 벌어야 밥도 먹고 너희들 학원도 보내고 집도 사는데 말이야. 아저씨들이 회사를 다니지 못하면 이 모두를 할 수 없게 되고 생활이 어려워진단다. 그리고 너희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처럼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잘사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한 사회가 되었단다.
그래서 아빠는 너희들이 학교에서 배운 대로 열심히 일한 사람이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곳 굴뚝에 올라와 있는 거야. 그냥 앉아서 얘기하면 듣지 않으니까, 대통령이 전혀 말을 듣지 않으니까, 이렇게라도 해서 잘못된 것을 고치려 하는 거야.
 
너희도 잘 알듯이 이 세상은 평등한 세상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세상은 똑같이 일을 하는데도 차별이 있다. 너희는 지금 잘 모르지만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나뉘어서 똑같은 일을 해도 차별 받는 전혀 평등하지 않은 세상이 되어 버렸단다. 그래서 아빠와 여기 같이 올라와 있는 아저씨들은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교과서나 학교에서 우리 아이들이 배운 대로 바른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이야기하기 위해 올라온 거야.
예진아, 시현아!

아빠는 너희가 커서 사회인이 될 때 지금처럼 열심히 일했는데도 아무 잘못 없이 가난하게 사는 사회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 그리고 또 같이 일했는데 차별 받는 세상도 물려주고 싶지 않다. 서로가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고 부족한 사람이 있으면 나눠주고 서로 차별 없이 행복한 세상. 사람들이 서로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세상을 너희에게 물려주고 싶다. 아빠는 말로만 너희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행동으로 너희에게 보여주려고 한다.

아빠는 이곳에서 불편하지만 잘 지내고 있다. 같이 올라온 아저씨들이 잘 도와주며 밑에서도 많은 아저씨들이 응원하고 도와주고 있다. 이 세상은 누구 혼자 바른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아빠와 같은 생각을 갖고 같이 행동(실천)을 해야 좀 더 좋은 세상으로 바뀔 수 있거든. 아빠는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엄마 말씀 잘 듣고 있어. 아빠 여기서 승리해서 내려갈게. 사랑한다.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예진이, 시현에게 당당하고 멋진 아빠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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