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속노조는 지난 21일부터 3일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금속노조의 투표권 있는 조합원 13만6천880명 중 10만8천80명이 투표에 참가해 7만1천955명이 찬성했다. 투표 조합원의 66.58%, 재적 조합원의 52.57%가 찬성했다. 이번 찬반투표는 개정 노조법에 관한 특별교섭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파업 등 쟁의행위를 위한 것이다. 개정 노조법은 전임자급여 지급금지와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에 관한 위헌적인 법률이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은 조합 활동과 교섭에서 심각한 제한을 받게 됐다. 노동조합은 당연히 이 법의 시행에 맞서 투쟁해야 하고, 교섭을 통해 개정법상 조합 활동과 교섭에서의 장애를 넘어서야 한다. 전임자급여 지급금지는 2010년 7월1일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금속노조는 특별교섭을 요구했고 파업 등 쟁의행위에 관한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찬반투표를 했다. 필자는 금속노조의 특별교섭요구안이 개정 노조법 시행에 맞서 조합 활동을 유효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제대로 된 것이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를 관철하기 위한 쟁의행위가 제대로 된 것이 아니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개정 노조법에 대응한 요구안이 제대로 된 것이냐 아니냐 하는 논의는 노동조합이 개정 노조법 시행에 굴복하는 순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제 금속노조 집행부는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한다. 찬성으로 결의됐지만 현재의 사업장과 조합원의 상태를 가지고 파업 등 쟁의행위를 어떻게 진행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속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필자는 그 파업이 적법한 것이라고 옹호할 것이다.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것이다. 그렇게 노조법과 금속노조 규약은 정하고 있다.

2.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헌법 제1조). 아니 그렇게 헌법은 정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은 대통령·국회의원·지자체의 장과 의원 등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갖고 헌법개정투표권과 국민투표권을 갖는다. 그런데 정말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가. 어째서 검찰과 경찰·법원의 권력은 국민이 선출하는 것도 아닌데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은 이와 같이 규정하고 있는가. 부산에서 스폰서 검사가 폭로되고 검찰의 기소권이 제멋대로 행사돼도 국민은 검찰총장을 선출하거나 해임할 수 없으니 검사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뜻을 헤아리기에 바쁘다. 학자들은 국민이 선출한 자가 임명한 권력이기 때문에 그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나폴레옹, 히틀러와 박정희의 모든 권력도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이 틀림없다. 국민을 짓밟고 민주공화국을 사실상 군주제로 둔갑시킨 권력자 이승만과 박정희도 언제나 국민을 내세웠고 그들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제2항 아래에서도 당당했다. 어쨌든 그들은 국민과 국민이 선출한 대표에 의해 선출됐다. 이 국민의 선출행위에 의해 그들의 권력은 정당성이 부여됐다. 국민은 국가의 조직과 운영을 위한 표결에서 철저히 1인1표의 원칙이 적용됐다. 오직 사람의 수에 따라 표의 수가 정해졌다. 적어도 표에 있어서는 국민은 평등했다. 사용자도 노동자도 표는 동일하다. 사용자가 1표라면 노동자도 1표다. 그것으로 대한민국의 권력은 정당하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평등하지 않다. 노동자와 사용자는 대한민국에서 평등하지 않다. 왜 그럴까. 금속노조에서 조합원들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할 때처럼 철저히 자신들의 이해를 가지고 투표함에 표를 던져 넣는다면 노동자들은 대한민국에서 자신들이 평등하지 않은 것을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에서는 평등하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는 아무런 지분도 없다. 국가의 권력과 행사가 노동자의 것으로 확보된 것이 없다.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는 노동자로서 권력을 선거하지도 않는다. 노동자로서 투표하지도 않는다. 그저 사용자와 마찬가지로 국민으로서 선거하고 투표한다. 그래서 노동자는 대한민국에서 선거일에도 노동자가 아니다. 그렇게 대한민국에선 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닌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을 조직하고 운영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는 평등하지 않다. 노동자의 것은 없다.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는 오직 사업장에서만 존재한다. 그들은 사업장에서 노동자로서 일하고 복종한다. 사용자가 지배하는 사업장에서 노동자는 사용자에 종속된 자로서 결코 평등할 수 없는 자로서 살아간다. 사업장은 사용자의 것이다. 회사는 주주의 것이고, 노동자의 지분은 조금도 없다. 법은 그렇게 정하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업장은 회사이고, 회사는 1주1표로 조직되고 운영된다. 재산(주식)의 크기에 의해 권한의 크기가 결정된다. 회사는 주주의 것이며 회사의 모든 권력은 주식으로부터 나온다. 사람이 아닌 재산이 권력인 세계, 그것이 회사다. 그 세계에서 대한민국 노동자는 노동자로 산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노동자가 살아가는 곳에서는 아무런 지분도 권력을 행사할 수 없는 자로 법적으로 취급됐다. 대한민국에서 국가권력의 조직과 행사에서는 노동자도 사용자와 동등하게 1인 1표이지만 그곳에선 노동자는 노동자로서 권력을 조직하고 행사하지 않는다. 노동자는 자신들의 이해로 조직돼 있지 않다. 그저 국민으로서 오늘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비교하며 그들이 공천한 후보들의 얼굴을 보고 투표한다. 국가는 노동자로서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사업장은 노동자로서 아무런 지분도 없다. 노동자는 대한민국에서 국가 부문에선 노동자로서 행위를 하지 않고 시장 부문에선 노동자로서 행위를 할 수 없다. 그러니 대한민국에선 노동자의 것은 없다. 국가권력이 아닌 세상은 사용자의 것이다. 국가 부문이 아닌 세상은 시장이다. 그곳에선 상품과 용역, 화폐의 소유자가 모든 것을 지배하고 결정한다. 한마디로 시장은 사용자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사용자는 주인으로서 모든 권력을 행사하고 모두를 복종시킨다. 사람의 크기가 아닌 재산(소유)의 크기에 의해 모든 것이 지배되고 결정된다. 이 세상의 주인은 국가가 그들의 세상에 개입하고 관여하는 것을 거부한다. 그래서 그들은 국가는 시장과 분리돼야 하고 국가의 시장 개입은 국가의 실패를 불러온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국가로부터 자유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기본권이고 국가의 작동원리라고 주장한다. 국가권력은 제한되고 통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그들은 시장과 국가를 분리했고 그래서 시장의 지배자로서 이 세상을 지배해 왔다. 그렇다고 그들은 시장과 국가를 스스로는 엄격히 분리하지는 않았다. 시장의 지배자로서 권력자를 지배했고 이를 통해 실제로는 국가를 지배해 왔다. 그렇게 1주1표의 세상의 지배자가 1인1표의 세상을 지배해 왔다. 무엇보다도 1인1표의 국가부문에서는 노동자가 노동자로 행위하는 것을 막아야 했다. 그래서 노동자는 국민으로 남아 있어야 했다. 노동자의 독자적인 이해를 대변하는 정당이 다수가 되는 것을 막아야 했다. 그것은 노동자가 노동자가 아닌 국민으로서 마냥 인식하고 행위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었다. 그렇게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는 국민으로만 남아 있었다. 이것은 금속노조 조합원이 쟁의행위찬반투표를 결의한 행위와는 다르다.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철저히 노동자로서 투표한다. 이 투표에서 조합원은 1인1표로 행위했다. 그렇게 1인1표의 세상에서 그들은 개정노조법에 관한 요구의 관철을 위해 쟁의행위를 결의했다. 그들은 1주1표의 세상에서 1인1표의 노동자로서 반항하기 위해 결의했다. 소유(재산)의 크기가 지배하는 세상에 맞서 사람의 크기(수)가 지배하는 세상을 위해 결의했다. 문제는 그들은 이와 같이 쟁의행위를 결의했지만, 개정 노조법을 개정한 대표(국회의원)을 선출할 때는 1인1표의 노동자로서 선거하지 않았다. 오직 사용자와 동등한 표의 국민으로서 선거했을 뿐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는 개정노조법의 개정을 막아낼 수 없었고 단지 개정된 노조법의 사업장 적용에 저항하여 투쟁하기 위해 쟁의행위를 결의했다. 1인1표의 세상에서 살 것인가 아니면 1주1표의 세상에서 살 것인가. 그것은 대한민국에서 노동자가 오직 국민으로서 투표할 것인가 아니면 노동자로서 투표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로서 투표한다면 1주1표의 세상, 소유(재산)의 크기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사람의 크기(수)가 지배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는 계속해서 독자적인 이해를 조직하고 결의해야 한다. 국민이 아닌 노동자로서 끊임없이 투표하고 행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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