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정(38·가명)씨는 지난 1년 사이 회사를 세 번이나 옮겼다. 디지털도어록 제조업체에서 6개월, 휴대전화 케이스 사출업체에서 5개월 일했다. 지금은 전자제품 내장용 온도센서를 만드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
정씨는 “떠돌이 신세에서 벗어날 재간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취업이 가능한 제조업 일자리가 죄다 단기 파견 일자리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파견노동자 월급 상한선은 ‘최저임금’
 
현행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르면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은 파견이 금지돼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법에 있는 얘기다. 현실에서는 파견업체를 끼지 않고는 사실상 취업이 불가능하다. 보통 한 회사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은 평균 3개월에서 6개월, 길어야 1년이다.

정씨는 인터넷 취업포털사이트를 취업의 통로로 활용해 왔다. 포털사이트에서 제조업 일자리를 검색하면 구인광고를 올린 파견업체 목록이 뜬다.
“전화를 걸면 ‘내일 아침 ○시까지 ○○역 ○번 출구로 나오라고 해요. 가 보면 저 같은 사람 열댓 명이 멀뚱멀뚱 대기하고 있어요. 비참한 순간이죠. 도매시장에서 팔려 나가는 느낌이랄까.”

파견업체 관계자를 따라가 공장에서 면접을 본다. 대부분 면접자리에는 파견업체 관계자와 공장 관계자가 동석한다. 채용이 결정되면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 근로계약서 사용자란에는 본인이 일하게 될 공장의 사장이 아닌 파견업체 사장의 이름이 명시돼 있다.

정씨는 “여러 번 회사를 옮겼지만 급여는 거기서 거기”라고 말했다. 더도 덜도 아닌 딱 최저임금만큼만 받는다. 열 곳 중 한두 곳 정도 상여금을 주기도 한다. 상여금을 합쳐도 월급은 120만원을 넘지 않는다. 상여금이 없는 곳은 100만원을 밑돈다.
“이 돈 받고 생활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가급적이면 잔업·특근 많이 하는 회사를 찾게되죠. 그런데 최근 경기가 안 좋았잖아요. 근로계약기간이 남았는데도 물량이 줄어 해고된 적도 있어요.”
 
직접고용 외면하는 제조업체
 
메뚜기처럼 일할 곳을 옮겨 다니기는 박원호(29·가명)씨도 마찬가지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나가기 시작한 지는 일주일밖에 안 됐다. 박씨는 파견업체와 3개월짜리 근로계약을 맺었다. 그 역시 정확하게 최저임금 시급(4천110원)이 적용된 월급을 받는다. 지역의 고용시장을 주무르는 몇몇 파견업체에 의해 제조업 파견노동자들의 임금이 최저임금 수준으로 하향편준화된 지 오래다.

“파견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해고됩니다. 근로계약이 만료되기 전이라도 사용사업주가 파견업체에 직원교체를 요구하면 그게 바로 해고되는 겁니다.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계약해지 사유 가운데 ‘사규를 위반하거나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노동조합을 설립하려다 발각되면 해고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죠.”

4대 보험은 근로계약서상에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근로계약기간이 워낙 짧아 보험료를 수당처럼 돈으로 지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험료 납입이 들쑥날쑥하니 실업상태에 놓여도 실업급여 혜택은 꿈도 못 꾼다.

“이런 게 착취 아닌가요. 필요한 만큼 부려먹고, 가차 없이 해고하고…. 뼈 빠지게 일하는 노동자가 버젓이 있는데, 고용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지는 사용자는 없어요. 늘 불만이지만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파견업체에 밉보이면 다음에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어지거든요.”

금속노조 서울남부지회(지회장 구자현)가 설문조사를 하거나 상담한 사례에 따르면 제조업체들은 더 이상 직원을 직접 뽑지 않는다. 관리직 소수를 제외한 생산직 대부분이 파견직으로 입사했다가 계약기간이 끝나면 회사를 떠난다. 몇 개월 간격으로 이 공장 저 공장을 떠돌다 이전 직장에서 같이 근무했던 사람을 만나는 일도 흔하다.

하지만 파견업체가 인력을 제공한 대가로 사용사업주에게 어느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지회는 노동자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노동자 급여의 10~30%가 파견업체의 몫으로 돌아갈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중간착취를 배제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은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정작 노동자들은 자신들에게 돌아올 몫이 파견업체로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파견업체 일자리를 떠돌다 우연찮게 정규직으로 입사했다는 오은정(27·가명)씨는 “파견업체는 얼마를 수수료로 뗀다고 알려 주지도 않고, 수수료를 뺀 돈을 월급으로 준다”며 “노동자들은 임금이 지나치게 적다고만 생각하지, 자신들의 몫을 빼앗기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노동관계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파견노동자들은 마음 속 깊은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구자현 지회장은 “어쩌다 노조 사무실로 직접 찾아오는 사람도 있고, 노조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들도 있다”며 “암담한 자신의 처지를 그렇게라도 털어놓고 가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복마전 건설업계, 벼랑 끝으로 몰리는 노동자”
 
김진수(50·가명)씨는 최근 몇 달째 잠을 설치고 있다. 인력사무소(유료 직업소개소)에 지난해 말에 떼인 500만원만 생각하면 울화통이 치밀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목수인 김씨는 지난해 7월 인력사무소를 통해 일자리를 얻었다. 경기도의 한 복합상가 신축공사장이었다.

5개월 동안 진행되던 공사 말미에 사건이 터졌다. 월급을 줘야 할 인력사무소 사장이 사라진 것이다. 야반도주였다. 시공을 맡은 전문건설업체는 “인력소개소 사장에게 월급을 지불했으니 모르는 일”이라는 말만 되뇌었다.

김씨는 “한동안 아이들 볼 면목이 없어 집에도 못 들어갔다”며 “해결해 줄 곳도 없고, 일이 꼬이려는지 그 뒤에 일자리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임금체불 사건은 김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건설업계의 오래된 병폐다. 김씨와 시공사 사이에 인력소개소가 끼어들어 임금의 일부를 떼어 먹는 것도 건설업계의 관행이다. 이른바 ‘십장’ 제도로 잘 알려진 다단계 도급구조 때문이다. 인력사무소도 십장과 마찬가지로 용역회사로 도급자 역할을 한다.

지난 2007년 건설산업기본법이 개정되면서 ‘발주처-원청-하청(전문건설업체)’를 제외한 도급은 불법이 됐다. 그럼에도 십장 제도는 사라지지 않았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지난해 3월 발표한 ‘건설노조 조합원 생활·임금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다수 건설노동자들이 발주처로부터 물량을 받기까지 서너 단계를 거친다고 답했다. 법을 개정해가면서까지 규제를 했는데도 불법도급이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백성운 한나라당 의원이 ‘건설노무제공자’ 지위를 신설하는 내용으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제출한 것을 보면, 우리사회에 전근대적 인력 공급구조가 깊이 뿌리 박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법안에 대해 “십장과 같은 미등록 건설업자가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돼 불법적 다단계 하도급을 통제하기 어렵다”며 “미등록 건설업자가 노동자를 고용하게 되면 지금보다 고용관계가 불명확해져 임금체불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동계가 건설업종 파견업무 확대에 반발하는 배경이다. 이영록 건설산업연맹 정책국장은 “현재 건설현장은 대형화된 용역업체(유료 직업소개소)가 건설업체에서 물량도급을 받아 다시 십장에게 공사를 재하도급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며 “파견이 허용되면 파견업체가 불법하도급의 온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대다수 파견업체들이 영세해 10~20% 정도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며 “건설업체에 직접 고용돼 일당 10만원을 받는 노동자들과 같은 일을 해도 일당이 8만원으로 줄어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료 직업소개소들은 수수료를 20%로 올리려는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국장은 이에 대해 “저임금과 이를 충당하기 위한 장시간 노동으로 노동조건이 하락할 게 뻔하다”고 우려했다. 파견업무 확대가 가뜩이나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최근 공개된 ‘파견근로자 사용에 대한 노동시장 수요조사’(2009년 12월)에서 건설 단순종사원·건축가 및 건축공학 기술자·건축마감 관련 종사원을 파견허용업무 확대 목록에 올렸다. 건설사무직을 제외한 모든 건설업무가 파견허용업무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심규범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간착취 구조를 최소화해 건설노동자들이 법으로 보호받으며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불법 도급택시 양성화하는 꼴”
 
서울시 양천구에 위치한 택시회사인 ‘ㅂ실업’. 이 회사는 70대의 택시를 보유하고 있는 중견업체로, 택시기사는 130여명이다. 하지만 월급을 받는 정규직은 20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10여명은 이른바 ‘촉탁직’으로 불리는 1년 계약 비정규직이다. 촉탁직 노동자들은 회사에서 월급을 받지 않는다.
주간에는 9만원, 야간에는 11만원의 사납금을 회사에 내고 나머지를 갖는다. 이름만 촉탁직일 뿐 사실상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도급택시와 다를 바 없다.

ㅂ실업은 99년 노조와 전액관리제 임금협정을 체결했지만, 한편에서는 신규입사자들과 개별근로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촉탁직을 늘렸다. 촉탁계약을 맺는 이유는 비용절감이다.
전액관리제의 적용을 받는 정규직들은 운송수입금을 모두 회사에 내고, 정해진 월급을 받는다. 운행실적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상여금을 포함해 120만~18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반면에 촉탁직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인 70만~90만원을 번다. 연료비나 교통사고 처리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은밀히 확산되는 불법 도급택시
 
도급택시는 은밀하게 확산되고 있다. 김성재 운수노조 민주택시본부 정책국장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 운송사업자의 명의이용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도급택시는 명백한 불법”이라며 “택시사업자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고 거기에 짭짤한 과외수익까지 얻을 수 있어 암암리에 운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지역 전체 택시의 약 30~40%가 도급택시로 추정된다. 서울시 법인택시가 3만여대인 것을 감안하면 얼추 1만대 내외의 택시가 불법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도급의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예컨대, 택시기사가 월 200만원을 사업주의 통장에 입금하고 한 달간 택시를 쓰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선도급’이라고 부른다.

무엇보다 기록이 남지 않는다. 회사는 세금을 단 한 푼도 내지 않고, 택시 한 대당 월 200만원의 수익을 얻는다. 도급택시 기사들은 구직 중인 신용불량자가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 입장에서도 금융업체들의 감시를 피해 현금수입을 얻는 것은 피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도급택시가 은밀하게 운영되다 보니 내부 고발자가 없으면 단속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통설이다.

노조마저도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올해 국토해양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도급택시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택시사업주들이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근거로 지자체의 행정처분에 반발하며 무효소송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파견업무를 택시운전원까지 확대할 경우 이런 불법 도급택시를 합법화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김성재 국장은 “만약 파견허용 업종에 택시가 포함되면 택시회사들이 이른바 ‘바지사장’을 내세워 파견회사를 차린 뒤 합법을 가장한 도급택시를 운영하게 될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이어 “택시사업주는 사납금만 챙긴 채 인력관리는 모른 체할 것”이라며 “결국 택시노동자는 벗어날 수 없는 저임금에 허덕이거나 범죄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동부, 파견 수요조사 … “현실 모르나”
 
최근 <매일노동뉴스>가 노동부의 ‘파견근로자 사용에 대한 노동시장 수요조사’를 단독보도<본지 4월19일자 2면, 6-7면 참조>하자 노동계는 경악했다. 애초부터 파견법을 손대지 않고 시행령만 바꾸겠다던 노동부가 실제로는 금지업종인 제조업과 운수업·건설업까지 파견 대상에 포함시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표1,2 참조>
 

허용범위 조정의 효과를 얻으려면 적어도 운수업을 풀어야 하고, 거기에 임시·일용직을 파견으로 유입하려면 제조업 분야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이에 대해 “파견법 개정을 추진하면 노사관계는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계가 파견업무 확대에 민감한 것은 파견의 성격 때문이다. 파견노동자는 일하는 회사와 임금을 받는 회사가 다르다. 당연히 중간착취와 인권유린의 우려가 제기된다. 파견노동자들이 “도매시장에서 팔려 나가는 느낌”이라며 불안해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일하는 곳에서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사업주는 노동자를 사용하고도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 회사와 오랜 불법파견 싸움을 벌이고 있는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분회장은 “파견을 확대하겠다는 노동부의 계획은 현대판 노예장사를 본격화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면서 파견허용업무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국내 노동시장을 규율하는 규제법 전반의 변화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가 올 들어 구성한 ‘고용서비스선진화법 추진단’이 대표적이다. 최근까지 5차례 진행된 회의에서 고용서비스선진화법 추진단은 “중간착취 금지를 포함한 현행 직업안정법이 가진 규제 중심의 법적 틀을 탈피해 민간고용서비스를 지원한다”는 방향을 세웠다.

민간 고용중개회사를 규제가 아니라 지원하는 것으로 법적 틀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추진단에는 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을 비롯해 업계 관계자와 학자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파견허용 업무를 확대하는 것은 정부의 주요 관심사가 아닐 수도 있다”며 “연말 직업안정법 개정과 함께 파견법을 바꿔 노동시장의 판을 흔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노동부는 파견 수요조사 보고서에서 “도급서비스의 문제를 완화 내지 타결하겠다는 정책목표를 잡고 방향이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300인 이상 기업에서 전체 노동자의 30%를 사내하도급 노동자로 사용할 만큼 사내하도급 실태는 심각하다. 구체적으로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옛 인재파견협회)에서 “도급이 만연돼 있는 업무”라고 밝힌 제조업 관련 업무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급·파견에 대한 엄격한 기준마련 주력해야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노동부 입장에서는 급증하는 불법파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곤혹스러울 것”이라며 “불법을 합법으로 전환하려는 시나리오를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럴 경우 불법이 합법이 되고, 간접고용이 대세가 되면서, 파견노동자들이 여기저기 ‘팔려 나가는’ 노동시장 내 격변이 예상된다.
노동계가 “비정규직법 개악이 아니라 불법파견에 대한 대대적인 근로감독과 도급과 파견에 대한 엄격한 기준마련 등 제도개선에 주력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

한계희·김미영·구은회·김은성 기자
 



 

이에 대해 김성희<사진>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손사래를 쳤다. 불안정하고 열악한 노동자들이 파견직으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정규직이나 기간제노동자가 파견직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인건비를 절감하고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파견 확대를 원하는데 굳이 현재도 수시로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노동자를 파견으로 전환할 유인이 없다”고 말했다.

불법이나 편법으로 파견노동자를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기사도 정신을 발휘해서 비용이 들어가는 합법영역으로 끌어올리려 하겠느냐는 지적이다. 그는 “파견 확대가 아니라 불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간접고용을 확실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청역 인근 센터 사무실에서 김 소장을 만났다.
 
- 노동부의 파견노동자 수요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업계가 요구했던 분야가 파견 확대범위에 들어갔다.
“(이번 수요조사는) 균형감각이 없다. 파견회사들의 협조를 받아 파견회사들의 이해를 반영한 보고서를 만든 것이다. 결과는 이미 조사를 시작하기 전에 예견할 수 있었다. 상대방이 있는 문제인데 기업체 일방의 조사를 가지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경제활동조사 부가조사를 보면 파견노동자는 간접고용노동자 중에는 상대적으로 노동조건이 양호하다.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열악한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 파견업무 확대의 유일한 근거다. 그러나 파견업무 확대는 불법으로 사용되던 분야의 노동자에게 보호의 효과를 주느냐와 다른 (정규직)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놓고 평가해야 한다. (수요조사에서) 기존 노동자 대체율을 분석했던데 근거가 미약하다. 사용업체의 의견으로 대체율을 얘기하는 것이 근거가 되겠나. 열악한 고용형태까지 보호가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이나 기간제처럼 파견보다 비용이 더 들어가는 노동자들이 파견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 왜 그런가. 시장이 다르기 때문인가.
“호출 노동자는 현재도 임시파견이나 마찬가지다. 양성화되지 않는 파견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유출입이 수시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용자가 굳이 파견으로 전환할 유인이 없다. 지금도 쉽게 활용하는데 현재보다 보호수준이 높고 특정한 제약이 따르는 파견직을 왜 쓰겠나. 인건비를 절감하고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파견 확대를 원하는데 불안정한 노동자를 양성화하는 효과가 없다. 오히려 업체들이 요구하는 핵심영역은 직접고용을 간접고용으로 낮추는 것이다. 보고서는 파견업무를 확대할 때 어떤 고용형태에서 어느 고용형태로 가는지 분석이 없다. 기업체의 일방적인 의견조사만을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했기 때문이다. 치명적인 한계다.”
 
- 사내하도급 같은 위장도급이 만연한데, 이들보다는 파견이 나은 것 아닌가. 
“파견과 도급의 구분기준이 불분명하다. 2006년에는 노동부가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한 사안을 검찰이 무혐의 처분하기도 했다. 파견법 개정의 주요 이유였는데, 바뀐 법에는 이런 내용이 하나도 담기지 않았다. 이후 법무부와 노동부가 파견과 도급를 구분하는 기준을 확정했는데, 그 지침에는 법무부 의견이 대부분 반영됐다. 구분기준이라는 게 검찰이 파견 사용업체에 면죄부를 주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기소를 독점하고 있는 법무부가 방치하기 때문에 도급과 파견의 구별이 안 되는 상태로 광범위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비정규직법 테두리 밖에 존재하게 됐다. 노동부로서는 급증한 불법파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곤혹스러울 것이다. 불법을 합법화하려는 시나리오를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 심각한 문제다. 전면 확대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는 핵심 영역이 어딘지를 알고 수요조사를 했다. 게다가 파견사업주들의 의견을 결과에 반영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니다.”
 
- 불법파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 하나.
“도급과 파견의 기준을 명확하게 하고, 중간착취를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하게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지방자치단체에서 150만원 정도를 받던 환경미화원은 외주화로 제3자가 끼어드는 순간 급여가 줄어든다. 업체는 관리비로 30만원을 제하고 준다. 중간착취다.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면 중간착취 몫을 노동자에게 돌려줄 수 있다. 중간착취 업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직접고용이 곧 정규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유연성 문제도 없다.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데 비용도 들지 않는다. 다만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정부가 지원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한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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