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환경미화원들이 바라는 것 1위는 월급을 올려 달라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봉지에 위험한 물건을 넣지 말 것을 홍보해 달라는 것입니다. 여러분 RT 부탁드립니다.”
지난 13일 한 시민(@visiontoyou)이 트위터에 올린 글이 인터넷상에서 급속히 퍼져 나갔다. 이날은 ‘환경미화원에게 씻을 권리를’ 국민캠페인단이 발족한 날이었다. 신문기사를 보고 캠페인단 토론회에 참석했다는 이 시민은 토론회 내용을 트위터로 실시간 중계했다. 민간위탁 회사들이 환경미화원에게 컨테이너 사무실을 아무렇게나 던져 주고, 샤워시설이 없어 환경미화원의 절반 이상이 씻지 못하고 집에 가는 현실을, 짧은 글 수십 개로 작성해 트위터에 올렸다. 그의 글은 트위터 사용자들에게 리트윗(RT)됐고 파워 트위터리안(트위터 사용자)으로 소문난 소설가 이외수씨(@oisoo)가 주변 친구들에게 ‘무한 알티’를 요청하기에 이른다. 이외수씨의 팔로워만도 12만5천여명에 달한다.
 
#2. 삼성그룹은 지난 21일 공식 트위터(@samsungin)에 “천안함 침몰로 희생된 장병 유족들을 위한 성금으로 30억원을 기부했다”는 내용을 올렸다. 그러자 한 시민(@leegian)은 “반도체 백혈병 희생자 산재부터 처리하시죠”라는 글과 함께 삼성의 글을 리트윗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을 얻어 투병 중이던 박지연(23)씨가 사망한 후 트위터리안들이 사망원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자 트위터 공식 계정(@samsungtomorrow)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정에서 어떤 물질을 사용하는지 밝히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 일일이 해명했다. 삼성전자의 해명에 대해 반도체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은 다시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삼성전자가 직업병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최근 노동계에서 트위터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민주노총(@ekctu) 은 홈페이지 첫 화면에 트위터를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다. 트위터리안들이 올린 글 가운데 민주노총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글은 모두 올라온다. 민주노총은 오는 5월1일 노동절 당일에 현장소식을 실시간으로 전달할 트위터리안을 모집하고 있다. 민주노총 외에도 언론노조(@mediaworker)·전교조(@hope4edu)·언론노조 MBC본부(@saveourmbc)·KBS본부(@kbsunion)·철도노조(@krwu7788) 등이 트위터를 운영하고 있다. 
 
시민들이 추천하는 노조 캠페인
 
개인 트위터 계정을 이용해 노동계 소식을 전달하는 경우도 있다. 정호희(@baltong3) 민주노총 대변인은 트위터에 사진 대신 전태일 열사 캐릭터를 올려놨다. 올해는 전태일 열사 40주기다. 정 대변인은 “11월에 전태일 열사 40주기와 전국노동자대회, G20 정상회의에 맞선 ‘L200’(세계 노조대표자 회담) 회의가 맞물려 있다”며 “진보·혁명의 아이콘이었던 체 게바라처럼 전태일 열사를 조합원·국민 나아가 세계로 알리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소식을 접한 몇몇 디자이너들은 전태일 열사를 캐릭터화한 디자인을 조건 없이 보내 주기도 했다.

김경민(@poonk77) 공공운수노조 건설준비위원회 선전차장은 ‘노동자를 생각하는 트위터리안 캠페인’을 시작했다. 첫 번째 캠페인은 “유리조각을 버릴 때는 신문지로 두툼하게 싸고 테이프로 감싸자”는 것이다. 그래야 봉투를 수거하는 환경미화원들이 손을 베이지 않기 때문이다. 작은 실천으로 노동자들을 배려하자는 것이 캠페인의 취지다. 김 차장은 “캠페인 글을 처음 올렸을 때 50~60개 정도가 리트윗됐는데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리트윗하면서 더 늘어났다”며 “노조 산하에 다양한 사업장이 있기 때문에 직종별로 캠페인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비행기 승무원들이 손님들에게 바라는 것 등을 소재로 잡아 작은 캠페인을 이어 가겠다는 것이다.
 
비슷한 관심사 가진 사람 모여
 
노동계가 트위터를 매력적으로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시민들과 직접적으로 소통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환경미화원 캠페인을 기획한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산업위생실장은 최근 토론회를 실시간 중계했던 시민(@visiontoyou)을 직접 만났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은 같은 송파구민이었다.

김 실장은 “송파구청과 구청장 후보를 상대로 환경미화원에 대한 처우개선을 어떻게 요구할까 고민 중인데 같은 송파구민으로서 의논상대가 돼 줄 수 있겠느냐”고 제안했고, 시민은 흔쾌히 수락했다. 김 실장은 “트위터를 계기로 동네주민을 직접 만나 송파구청을 상대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하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인간관계의 폭을 확장시키는 효과도 있다. 김경민 차장은 “트위터를 통해 현장의 조합원들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듣곤 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트위터를 통해 새롭게 인간관계를 형성하면서 공동의 행동을 모색하기도 한다. 트위터의 강점은 어떤 매체보다도 정보가 빠르게 유통된다는 것이다. 삼성반도체 노동자 박지연씨가 숨지기 하루 전이었던 지난달 30일,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비공식적으로 병문안을 갔다. 그런데 현장에서 김 위원장을 본 한 시민이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고, 김 위원장의 방문사실은 순식간에 외부에 알려졌다.
경찰이 공무원들의 정당활동 여부에 대해 수사할 때 이미 사망한 전교조 조합원에게까지 출석요구서를 발부했다는 사실도 트위터를 통해 먼저 알려졌다.

 노동계에 던져진 새로운 실험
 
트위터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부터다. 스마트폰은 인터넷 정보검색을 갖춘 지능형 단말기다. 때문에 스마트폰을 보유했느냐 여부에 따라 정보격차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물론 스마트폰이 있으면 트위터를 이용하기 수월한 게 사실이지만, 컴퓨터를 이용해 트위터를 활용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노조 홍보·선전 담당자 입장에서는 업무가 가중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트위터가 또 다른 부담일 수 있다. 한 산별노조 선전 담당자는 “일손이 부족해 국민을 상대로 하는 블로그 운영도 겨우 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반대의견도 있다. 김경민 차장은 “대부분 이동시간을 활용해 트위터를 하기 때문에 일부러 시간을 할애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트위터에서 불확실한 정보가 대량으로 오갈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자신이 올린 글이 누구에게까지 리트윗될 것인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함부로 글을 올리기도 힘들다.
실제로 트위터 내에서의 자정 효과는 이미 입증되고 있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최근 문화방송 ‘피디수첩’이 보도한 ‘검찰과 스폰서’ 관련 논평에서 “최승호 PD를 CP(책임피디)로 표현했다가, 1분도 안 돼 트위터리안의 지적을 받고 PD로 수정했다. 한 트위터리안은 그에게 “최승호 PD가 원래 CP였다가 미국에 다녀온 후 다시 PD가 됐다”는 정보를 알려 줬다.

정호희 대변인은 “트위터에 올라가는 글은 대부분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확산속도가 굉장히 빠른 소통기구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노동운동 의제들이 울타리 안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트위터를 통해 시민사회로 확산되고 있다”며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라고 평가했다.
새로운 소통의 공간으로 등장한 트위터. 노동계의 숙원인 ‘국민과의 소통’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내  트위터는 ‘미니 블로그 서비스’
‘지저귀다’라는 의미를 가진 트위터(twitter)는 140자 이내의 짧은 글을 인터넷(twitter.com)에서 주고받는 미니 블로그 서비스를 말한다. 블로그와 미니 홈페이지의 일촌맺기나 메신저 기능을 복합적으로 갖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 자신의 계정을 만든 후 일촌을 맺듯이 관심이 가는 사람을 팔로잉(following)하면 상대방이 올리는 글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자신은 상대방을 뒤따르는 사람 즉, 팔로어(follower)가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글을 추천하면서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는 것을 리트윗(retweet) 또는 줄여서 알티(RT)라고 한다. 상대의 글에 댓글을 남기는 것은 멘션(mention), 트위터 사용자는 트위터리안이라고 부른다.
 
  영어를 알아야 트위터 할 수 있다?

처음 트위터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영어로 된 홈페이지에 기가 눌린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한국어로도 트위터를 할 수 있다.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가 만든 트위터 클라이언트(트위터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프로그램)인 ‘twtkr.com’을 이용하면 된다. 단, 계정은 영어로 된 트위터 홈페이지에서 만들어야 한다. 이 아이디로 한글 트위터에 로그인하면 모든 서비스를 한국어로 이용할 수 있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한글 트위터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인 ‘파랑새’를 많이 이용한다. 이 프로그램은 김진중 블로그칵테일 부사장이 개발해 무료로 제공한 것이다.  트위터에 가입하면 누구든 많은 팔로워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1천300여명의 팔로워가 있는 김경민 공공운수노조 건설준비위원회 선전차장은 “팔로잉과 팔로워의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며 “하루 한두 개 이상 꼬박꼬박 글을 올려 자신이 항상 참여한다는 것을 알리고, 다른 사람들의 글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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