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무원노조가 아니라면 어떻게 일개 공무원이 군수하고 만나 협상을 벌이겠습니까. 공무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서라도 노조는 필요합니다. 그런데 민주노총에 가입한 것은 문제가 있어요. 민주노총은 지나치게 정치적이에요. 소수의 목소리를 마치 전체 민주노총 조합원이 동의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 같아요. 공무원은 어쨌든 정책을 집행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 아닙니까. 공무원이 민주노총에 휘둘린다면 정책추진에도 균열이 생기지 않을까요.”(최아무개씨·충북 진천군 면사무소 9급 공무원)
전국공무원노조 조합원 최아무개(29)씨는 대학 졸업 후 공무원시험을 준비했고, 지난 2008년 발령을 받았다. 그는 신규공무원을 대상으로 노조를 소개하는 시간에 가입원서를 냈고, 자연스럽게 공무원노조 조합원이 됐다. 면사무소 대의원인 그는 “노조가 주최하는 회의에 참석하는 게 활동의 전부”라고 말했다. 최씨는 공무원 권익신장을 위해 노조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지나치게 정치적인 이슈에만 골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2. “왜 청년노조가 아니라 청년유니온이냐고요? 더 많은 청년들과 함께하기 위해서죠. 우리사회에서 청년들에게 노동조합은 아직 생소한 조직입니다. 외국은 학교에서 노조에 대한 정규 교육을 받지만 우리나라는 언론에서 만들어진 부정적인 이미지가 거의 전부죠. 민주노총에 미조직·비정규직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있지만 청년을 위한 사업은 찾아보기 힘들거든요. 장기적으로 정부에 교섭하기 위해 상급단체에 가입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조금득(32) 청년유니온 사무국장)
지난달 출범한 청년유니온은 기존 노조는 물론 민주노총과도 거리를 두고 있다. 더 많은 청년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조금득  사무국장은 “우리나라 노조에는 아직 청년들의 다양한 고민이나 노동형태를 담을 수 있는 틀이 없다”고 말했다.
 
#3.“솔직히 노동조합을 한다는 사람들이 청년들을 위해서 한 게 뭐가 있습니까. 졸업하고 3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기업 입사시험을 준비했어요. 취업준비에 쏟아 부은 돈이 수천만원이 넘어요.
그런데 공기업은 신규사원을 뽑지도 않으면서 초임을 삭감한다고 합니다. 노동조합은 자기네들 임금삭감한다고 하면 만날 파업하고 난리치면서 이제 갓 사회로 나온 대졸 신규사원들 임금이 뭉텅 잘리는 것은 철저히 외면하더군요. 창원시청에서 행정인턴을 하면서 100만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았는데, 분통이 터져서 눈물이 다 났어요.”(김아무개씨·공기업 입사시험 준비 중)
경남 창원에 사는 김아무개(28)씨는 “앞으로 취직하면 노조 근처에는 절대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중적인 노조의 행태에 실망했다고 했다. 사실 민주노총이 지난해 청년실업 문제와 관련해 내놓은 정책을 보면, 청년고용할당제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게 없다.
 
노동조합이 늙어가고 있다. 민주노총이 최근 실시한 조합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조합원의 평균나이는 41.4세(지난해 12월 기준)다. 지난 2000년에는 34.8세였으니, 불과 10년 만에 7살이나 늙어 버린 것이다. 민주노총은 “사회적인 고령화 추세의 영향보다는 20대 미혼 노동자가 조직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저출산 사회가 도래했지만, 조합원들의 부양가족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 근거다. 95년 첫 조사에서 부양가족은 3.2명이었으나 지난해는 3.9명으로 증가했다.

평균연령과 부양가족이 동시에 증가한 것은 지난 10년간 신규조직화가 정체된 속에서 당시 미혼이던 조합원들이 나이를 먹어 결혼하고 부모가 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노동부가 발표한 2008년 노동조합 조직현황에 따르면 민간부문과 교원노조에서 조합원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교원의 경우 20대의 노조 가입률이 줄면서 전년 대비 2.8%포인트 줄어든 21.5%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전교조 조합원의 평균 연령은 40세다. 전체 평교사 중 20대 비율은 25.3%에 달했지만, 전교조 조합원 가운데 20대는 6.5%에 불과했다.
 
청년 조합원이 사라지고 있다. 통계청 고용통계지표는 15세에서 29세 사이의 경제활동인구를 ‘청년’으로 분류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는 15~24세이지만, 우리나라는 군 복무를 감안해 29세까지 청년에 포함시킨다.

우리나라 청년 10명 중 6명은 백수다. 전체 청년인구에서 취업자 비중을 나타내는 고용률은 42.7%로, OECD 평균(54.5%)을 크게 밑돈다.
청년들이 직장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청년 조합원이 적어지는 이유를 설명하기는 불충분하다. 권혜자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2003년 기준 청년층 노조조직률은 8.7%로 장년층(12.5%)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연령이 낮을수록 취업하더라도 직장에 노조가 없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금수준이 낮을수록, 비정규직 비중이 높을수록 노조조직률이 낮은 원인과도 일치한다.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청년들은 주로 불안정 노동시장에 진출한다. 먹고살기에도 버거운 조건에 놓인 청년들이 노조에 가입하는 것은 그야말로 ‘사치’인 시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높은 이직률도 청년층 노조조직률 하락에 한몫한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2009년 5월) 결과에 따르면 청년층은 첫 취업까지 평균 11개월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첫 직장 평균근속기간은 20개월에 불과하다. 이직사유는 보수나 근로시간 등 근로여건 불만족이 43.1%로 가장 높다. 이어 개인·가족 문제(17.6%)나 전망이 없다(9.7%)는 이유로 직장을 옮긴다. 노동조건을 바꾸기보다는 직장을 버리는 방법을 선택하는 셈이다.

이를 방관하는 노동계에도 책임이 있다. 연령별 노조조직률을 보면 ‘역U자’ 모양을 하고 있다. 2003년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발간한 ‘청년층 일자리 변화와 노동조합 조직률’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안정적인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한 30~40세의 노조조직률은 14.6%로 가장 높았다. 이어 40~50세 13.3%, 25~30세 11.2%로 나타났다. 이택면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시장에서 주변적인 처지에 있는 연령대가 바로 청년층인데, 그럼에도 이들을 보호하고 조직화할 역량과 의사가 기존 노조운동 내에는 많이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이 한국노총 조합원 50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청년층은 노조활동에 대한 만족도가 장년층에 비해 낮고, 노조의 개혁 가능성 평가와 참여 의지도 낮다. 반면 자기계발과 교육훈련에 대한 욕구는 강하게 표출된다.

이승철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실장은 “불안정한 노동시장으로 인한 노조조직률 저하는 비단 청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장년층에게도 구분 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노동조합이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활동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조합도 ‘유연화’가 필요하다. 청년 조합원은 흔히 노동운동의 미래세대로 불린다. 그러나 고용 없는 성장 속에 신음하는 청년들에게 노동운동은 미래가 되지 못한다. 스스로를 ‘위기’라고 진단하는 노동조합은 수년째 암중모색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이 전략조직화 사업에 올해 처음으로 ‘청년’을 포함시켜 주목된다. 이를 위해 ‘청년학생 조직화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 연구프로젝트팀을 구성했고, 최근 ‘민주노총, 20대에 말걸기’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주요 내용은 “노동운동이 변해야 산다”는 것이다.

“청년학생층에 대한 분명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신자유주의를 탓하기 전에 노동운동이 어떤 책임을 자임하고 문제해결을 도모해 갈 것인지에 대한 각성과 심기일전이 있어야 한다. 노동운동이 청년학생층을 좀 더 분명하게 예비노동자로 규정하고 관계를 맺어 나가야 한다. 노동운동이 단순히 20대의 생존권 투쟁을 지원하고 지지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노동자 계급의 일원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손을 마주 잡아야 한다. 청년 조직화는 차세대 노동운동 주역을 양성하는 민주노동운동의 생존전략이다.”
 
민주노총은 최근 청년캠프를 개최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지역별로 청년학교를 개설할 예정이다. 특히 청년활동가를 발굴·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노동운동이 20대 청년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주목할 만한 청년사업
노동조합이 청년 조직화사업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주로 예비노동자인 대학생을 위한 노동법 강좌가 많았다. 노동조합이 추진했던 대표적인 청년사업 프로그램을 뽑아 봤다.
 
금속노조 ‘청년캠프’
금속노조는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청년 조합원을 위한 해변캠프를 개최했다. 여름휴가 기간 중 2박3일 일정으로 바닷가에 모여 해양스포츠를 즐기거나 대동한마당을 여는 프로그램이다. 폐막무대였던 록페스티벌은 가장 인기가 높았다. 청년캠프는 단 2회만 개최됐는데 사업 담당자가 매년 바뀌고 참가자도 저조했던 탓이다.

보건의료노조 ‘예비노동자 취업특강’
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본부는 2005년부터 보건의료계열 대학생을 위한 취업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예비 보건의료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향후 조직사업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다. 호응이 좋았던 프로그램은 ‘보건의료계열 선배들과의 만남’과 ‘병원별 특성 및 임금비교’ 등이다.

한국노총 ‘예비직장인 교육’
한국노총 중앙법률원과 49개 지역노동상담소는 2004년부터 매년 하반기에 전국 136개 고등학교 3학년생(전문계·일반계)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예비직장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총 3만844명의 학생들이 교육을 이수했다. 예비직장인들이 노동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고 올바른 직업관을 정립하는 한편, 노동자의 기본권 보장을 숙지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학생 비정규포럼’
노동조합은 아니지만 비정규센터의 ‘대학생 포럼’도 주목할 만하다. 2006년부터 대학생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관련 강좌를 수강하고, 학내 비정규직 실태조사 등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연세대를 비롯해 서울시내 7개 대학에서 청소용역 노동자 노조 결성에 밑받침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국 노조의 청년사업은?
미국노총(AFL-CIO)은 96년부터 대학생을 대상으로 유니온 섬머(Union Summer)를 개최하고 있다. 첫해 1만2천명이 참가해 5주간 인턴십 과정으로 운영됐다. 2007년부터는 참가자수를 대폭 줄이는 대신 기간을 10주로 늘려 진행하고 있다. 노동운동에 대한 청년층의 관심을 확대하고 조직활동가의 인력풀을 형성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유니온 섬머에 투입되는 예산은 연간 6억원가량. 참가 학생들의 숙식비·교통비·활동비·여행비용으로 사용된다.
미국노총은 유니온 섬머 참가자의 75%가 향후 노동진영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그중 45%는 조직활동가로 일한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 프리터노조는 국내언론에도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 기존 노조가 조직하지 않았던 프리터(아르바이트·파트타이머로 살아가는 사람)·파견노동자·프리랜서 등이 주축을 이룬다. 현재 조합원 150여명 정도.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가장 많고 학원강사·경비원 등 다양하다. ‘파출소수만큼 노조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각지에서 비정규직이 노조를 설립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 SUD 학생노조는 95년 노동자와 대학생들의 파업·휴업이 계기가 돼 96년 설립됐다. 조직대상은 학생이면서 동시에 노동자(주로 아르바이트 등 불안정노동에 종사)인 이들이다. SUD학생노조는 주로 청년실업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상급단체인 SUD연합노조는 주로 공공부문 일자리 축소 반대투쟁에 주력한다. 또 25세 이상에게 최저생계수당을 지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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