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석면관리제도는 지난 97년 갈석면과 청석면의 사용 금지, 2002년 공기 중 석면농도 기준 강화(2fiber/cc → 0.1fiber/cc), 2003년 백석면을 제외한 3종의 석면 추가 금지, 2006년 건축물 철거 및 중·개축시 석면함유여부 신고, 2007년 석면제품 수입·제조·사용 금지, 그리고 2008년 백석면을 포함한 석면함유제품 제조·수입·유통 금지로 발전해 왔다.

그동안 석면관리 문제에서 다양하게 제기된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정부는 2007년 제안한 석면종합대책 개정판을 지난해 7월 ‘석면 위해로부터 국민건강 보호를 위한 석면관리 종합대책’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석면의 전 생애에 걸친 관리다. 즉 그간 각 부처에서 나눠 관장하던 석면관련 법제도를 통합한 가칭 ‘석면안전관리법'을 제정해 통합적인 석면관리의 근거를 마련하고, 석면의 수입·제조·사용·폐기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국민의 건강을 담보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특히 건축물 석면관리를 위해 건물의 소유형태에 따라 단계적인 과정을 거쳐 건축물의 석면사용 실태를 조사하고 석면지도를 작성해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한 석면관리 가이드나 지침, 혹은 매뉴얼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석면 데이터베이스(DB)의 통합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까지 열거하면서 그야말로 석면을 관리하려는 정부 차원의 통합적인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 3월 가칭 석면안전관리법을 입법예고하기에 이른다.

그간의 석면관리 제도의 역사를 훑어 보면 2000년 후반을 중심으로 각종 규제가 활발히 마련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최근에 발표되는 관리안에는 비교적 체계적인 틀에서 석면을 관리하려는 노력이 담겨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그 내용을 잘 들여다보면 여전히 석면관리를 위한 제도의 발전이 사회의 요구 속도에 발맞추지 못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가장 두드러진 예가 바로 백석면에 대한 규제이다.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사용된 석면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백석면이다. 전체 사용된 석면 중 백석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90% 이상이었다.

우리나라의 석면 관리역사의 흐름을 뒤돌아보자. 백석면을 포함한 석면함유제품의 수입·제조·사용 금지는 2008년에 이르러서야 시작됐다. 바꿔 말하면 2008년 이전까지 마련된 석면 금지조항은 실제 현장에서 마주칠 수 있는 석면으로부터의 위험을 10%도 채 제한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그마저 얼마나 현실적으로 관리됐는지 장담할 수 없다. 한마디로 2008년부터 석면관리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 역사가 3월 입법예고된 석면안전관리법부터 새롭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입법될 석면안전관리법이 그동안 지적된 석면관리의 문제를 잘 수렴해서 완성되길 기원한다. 그래서 한두 가지를 짚고 넘어가려 한다.

우선 그간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던 석면관리 책임이 통합된 것은 일부분 바람직하나 노동부의 역할이 대폭 축소 혹은 이전되는 것이 현실적인지 의문이다. 그동안 석면 해체작업과 관련해 현장과 현장의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한 임무가 부여됐던 노동부의 근로감독관들도 기존 업무에 추가된 석면현장 감독·관리 업무가 과중돼 제대로 된 관리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런데 노동부와 업무환경이 다른 환경부의 관리·감독하에서 효과적으로 관리가 될 지 의문이다. 물론 관리를 위한 전문인력의 구성도 고민해야 한다.

석면안전관리법에 의해 새로 임명되는 석면해체작업관리업자의 역할도 사뭇 이채롭다. 석면해체작업 관리업자는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석면의 비산정도를 측정하고 시장·군수·구청장에게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하며, 시장·군수·구청장은 이를 공개해야 한다. 이와 같은 역할을 부여받은 석면해체작업 관리인의 업무범위는 △석면해체 작업계획의 적정성·이행사항 검토 △석면비산작업의 감독 △배출허용기준 준수 여부 확인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근로자 건강보호 △그밖에 대통령으로 정하는 사항이다.

마치 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의 역할을 연상케한다. 그러나 석면해체작업 관리업은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영업에 해당하는 업무영역임이 틀림없을 텐데 현실적으로 근로감독관과 같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석면해체작업 관리업이 발주자에 의해 임명되고 그 노력에 대한 대가가 발주자에 의해 지불된다면 석면해체작업 관리업과 관리자의 독립성이 제대로 보장될지 의문이다. 이는 석면해체 제거현장에서 해체작업자가 석면농도를 측정·보고하도록 명하고 있는 사안과 비슷하게 우려되는 바이다.

석면안전관리법은 아직 입법예고된 상태이므로 공청회를 통해 예상되는 문제점을 반영해 수정된 형태로 변경될 여지가 남아 있다. 석면안전관리법이 여러 사람들의 우려를 반영해 완성도 높은 석면관리법안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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