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뉴스에서 이따금 청년실업난이 얼마나 심각한 지 보여 주겠다며 단골로 기사화하는 소재가 있다. 바로 환경미화원 선발 체력검사 현장이다. 20킬로그램짜리 모래주머니나 쌀자루를 들고 왕복 50미터 구간을 얼마나 빨리 돌아오는지를 스케치한다. 체력검사를 위해 밤에 쌀자루를 이고 동네를 돌며 연습했다는 시험 응시자의 인터뷰도 실린다.

박사과정까지 수료한 사람이 시험에 응시했다거나, 경쟁률이 10대 1을 넘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취업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부각시킨다. 기사는 환경미화원이 새벽수당과 목욕비 등을 포함해 연봉도 높고 정년도 60세까지 보장되는 안정된 일자리라는 점을 강조하며 마무리된다. 과연 환경미화원은 방송 보도대로 젊은이들이 선망할 만한 고연봉의 양질의 일자리일까.

 


지난 13일 캠페인단 출범

지난 13일 환경미화원들의 씻을 권리와 건강권 보장을 촉구하는 대국민 캠페인단이 출범했다. 민주노총(공공노조·민주연합노조)과 민주노동당·사회당·진보신당·노동환경건강연구소·환경정의 등이 참여하고 있다. 방송에 보도된 대로 연봉도 높고 안정된 일자리를 갖고 있는 노동자들이 씻을 권리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았다고 하면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방송에 비쳐지는 환경미화원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직접 고용된 환경미화원을 제외한 민간위탁업체 소속 환경미화원들은 낮은 임금에 제대로된 탈의·샤워시설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산업위생실장은 “환경미화원의 약 70%는 월 150만원이 안 되는 보수를 받는다는 사실을 일반 국민의 다수는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미화원들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 알리는 것이 캠페인단의 첫 번째 과제이기도 하다. 실제 생활폐기물(가정·사업장·공사장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모두 지칭) 처리를 민간업체에 위탁하는 비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민간위탁은 과거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국가기관에서 제공해 왔던 공익적 성격의 대국민 업무를 지자체가 아닌 민간이 대신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민간위탁 비율 점점 늘어나

환경부에서 발행한 ‘2008 전국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에 따르면 지자체에서 처리한 폐기물량은 2002년 3만4천161톤에서 2008년 2만5천796톤으로 감소했다. 반면 민간업체에서 처리한 폐기물량은 2002년 1만4천659톤에서 2008년 2만4천604톤으로 증가했다. 지자체가 폐기물을 처리하는 양은 매년 줄어드는 반면 민간업체의 처리량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표 참조>
 
 



이런 민간업체의 증가는 환경미화원들의 노동조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환경미화 사업장 5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회사 내에 샤워실이 있어 사용가능한 곳은 5곳 중 1곳에 불과했다. 14%(7곳)는 회사내에 샤워실이 있지만 사용이 불가능했고, 32%(16곳)는 샤워실이 아예 없었다.

그런데 지자체 사업장이냐, 민간위탁 사업장이냐에 따라 샤워실 여건에 차이가 났다. 민간위탁 사업장의 경우 샤워실이 없는 경우가 42.9%에 달했다. 회사 내에 샤워실이 있어도 사용을 못하는 경우를 포함하면 전체의 절반 이상(54.3%)이 샤워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직영 또는 위탁사업장의 노동조건은 근속기간에도 영향을 주고 있었다. 연구소의 설문조사에 응한 1천55명의 환경미화원 가운데 직영사업장에 10년 넘게 근무한 노동자는 전체의 50%에 해당한 반면, 위탁사업장은 19.6%에 그쳤다. 위탁사업장의 경우 5년 이하 근무자가 47.7%를 차지했다.

 


민간위탁 사업장 노동조건도 열악

임금차이도 컸다. 직영사업장에서는 한 달 임금이 231만원에서 260만원이라는 응답이 41.9%로 가장 많았다. 이어 260만원을 초과한다는 응답이 28.6%, 201만~230만원 사이라는 응답이 23.5%였다. 반면 위탁사업장에서는 151만~180만원 사이라는 응답이 40.4%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150만원 이하라는 응답이 24.8%, 181만원에서 200만원 사이라는 응답이 23.5%였다.
이 밖에 전체 응답자 1천55명 중 절반에 가까운 49%(517명)가 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두 번 이상 경험한 사람도 10.8%나 됐다. 특히 위탁사업장의 사고경험자가 57%에 이르러 직영보다 민간위탁사업장의 사고경험이 더 높게 나타났다.

“국민이 지자체 감시할 수 있게 만들어야”

캠페인단은 환경미화원의 노동가치를 재인식하고 씻을 권리 보장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 15일 서울역 앞에서 캠페인을 시작했다. 오는 7월까지 매월 한 차례씩 전국 40여개 도시에서 대국민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캠페인의 핵심 과제는 단순히 씻을 권리를 보장해 줘야 한다는 것을 알리는 차원에서 나아가 민간위탁으로 인해 열악한 노동조건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이번 캠페인이 다가오는 6·2 지방선거에서 얼마나 바람을 일으킬지도 주목된다. 생활폐기물을 관리하고 처리하는 1차 책임이 지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에서 이슈화하기 위해서는 환경미화원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일반 시민들의 인식을 바꿔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김신범 실장은 “서비스 노동자를 위한 의자놓기 캠페인은 ‘의자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몰랐네’ 하는 생각을 국민들에게 알린 것이라면, 환경미화원 캠페인은 환경미화원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인식을 바꾸고 지역주민들이 지자체를 감시하도록 만드는 좀 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