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는 지난해 9개 파견노동자 공급업체를 ‘근로자파견 우수기업’으로 선정했다. 우수기업 인증제도는 노동부가 파견업체 선도기업을 육성한다며 도입한 제도다. 구멍가게 수준인 파견시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받는 월급은 복잡한 단계를 거친다. 사용사업체는 파견노동자를 쓰면서 대가를 파견업체에 지불한다. 이 중 파견노동자가 70~80%를 받고, 나머지는 파견업체가 이윤이나 상근자 임금·임대료 같은 관리비로 쓴다.

일하는 사람 따로 있고 돈 받는 사람이 따로 있으니 노동계는 이를 ‘중간착취’라고 주장한다. 중간착취는 근로기준법에서도 금지하고 있다. 파견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예외로 중간인의 개입을 허용하고 있다. 그만큼 국가가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노동부는 현재 파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32개 업무로 제한돼 있는 파견허용업무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애초 노동부는 허용업무를 나열하는 포지티브 리스트에서 금지업무를 나열하는 네거티브 리스트로 바꾸려 했지만, 노동계의 반발로 한발 물러선 바 있다.

제조업, 택시·버스도 대상

18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노동부의 ‘파견대상 업무 및 파견근로자 활용실태조사’(사용업체 수요조사)는 이런 맥락에서 진행됐다. 수요가 많은 업종을 중심으로 파견대상업무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오래된 노동부의 방침이다. 이영희 전 장관은 지난해 5월 대통령이 주재한 ‘서비스산업 선진화 민·관 합동회의’에서, 임태희 장관은 지난해 12월 대통령 합동 업무보고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사용업체 수요조사가 곧 파견업무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요조사 결과는 예상보다 많은 파견허용업무를 포괄하고 있다. 500명 이상 수요가 창출되는 업무가 무려 21개에 달한다.<표1·2 참조>
 

 

홍보도우미 1만6천여명을 비롯해 부품조립원 같은 제조업과 택시·버스 운전원 같은 운수업, 건축마감 관련 종사원 같은 건설업이 망라됐다. 노동부는 수요조사 보고서에서 21개 업무 가운데 기존 직접고용 노동자를 10% 이상 대체할 가능성과 부족인력·비정규직 구성을 고려해 파견허용업무를 골랐다. 버스운전원(23%)과 재활용 처리 및 소각로 조작원(100%), 매장계산원 및 요금정산원(83%)은 일단 제외됐다. 그러나 매장계산원의 경우 사업주단체에서 제조업과 함께 꾸준히 확대를 요구하는 업무다.
21개 업무 가운데 상점판매원과 전산자료 입력원·청소원·경비원·안내접수 사무원은 기존 파견허용업무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07년 직업분류 방식이 바뀌면서 파견허용대상에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노동부의 네 가지 시나리오

노동부는 수요조사 보고서에서 파견허용업무 확대를 네 가지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단순직무와 여객운수·제조·건축 관련 업무를 허용하는 가장 넓은 범위확대를 첫 번째로 제시했다. 이 경우 추가 고용이 4만6천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수요만 고려한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이 달렸다. 노동부는 첫 번째 시나리오에 대해 “현재 금지업종에 포함돼 있는 여객운수와 제조, 건축 관련 업무를 허용한다는 의미”라며 “정책담당자와 전문가 그룹·시장 관계자·노동계·사용자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보고서에 명시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단순업무와 여객운수, 제조업을 포함하되 건설공사현장에서 이뤄지는 업무를 제외할 경우다. 노동부는 보고서에서 “두 번째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6개월 미만 일시·간헐적 파견업무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순조립노무 종사자, 기타 제조 관련 단순노무 종사자, 생산사무 종사자도 파견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조업 관련 파견을 금지한 세 번째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파견수요 규모가 3만8천명으로 축소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금지업무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운수업종 중 택시운전원에 초점을 맞췄다. “상시적으로 구인난에 시달리는 업종으로 등장하면서 택시운전을 하는 운전원의 숙련도나 고객을 대한 태도에 근로자마다 차이가 크게 나고 이직률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관리할 수 있는 파견업체가 노동자를 파견하면 사용업자와 파견업체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뒤따랐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모든 금지업종을 제외할 경우인데, 9개 업무가 남아 고용창출 규모는 2만4천여명으로 추산됐다.


노동부는 보고서에서 현행 파견법과 시나리오를 감안할 때 세 번째 시나리오를 “실익을 가져오는 최소 단위”라고 주장했다. 적어도 단순직무와 여객운수 관련 업무는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단수노무 종사자’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법을 바꾸지 않고도 제조업 관련 업무를 파견허용업무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제조업 관련 단순노무 종사자와 택시운전원은 파견허용업무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 업무는 모두 파견업체들의 모임인 (사)한국HR서비스산업협회(옛 인재파견협회)가 파견허용을 요구하고 있는 업무들이다. 노동부는 보고서에서 “조립업무는 대부분 하도급의 형태로 운영돼 불법파견의 위험에 노출돼 있고 단순 종사자 업무는 대부분 임시일용직으로 구성돼 파견노동자보다 더 낮은 근로조건에서 일하고 있다”는 협회의 주장을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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