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상 경력을 가진 베테랑 정비사들이 신뢰로 모시겠습니다. 고객 등쳐 먹는 카센터 말고, 쌍용차 해고자들의 희망의 삶터인 이곳 한성카센터로 오세요.”
지난 16일 저녁 서울 구로동 506-4번지. 쌍용차 구로정비사업소 해고자 10명이 1천만원씩 출자해 인수한 카센터 개업식이 한창이다. 돼지머리와 떡과 술이 한 상 차려졌다. 따로 선전을 하지 않았는데도 수십 명의 손님들이 잔칫집을 찾았다.
 

해고자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카센터 사장직을 맡게 된 이현준씨가 고사 축문을 읽어 내렸다. 쌍용자동차가 2천464명을 정리해고하겠다고 밝힌 게 어느덧 1년 전의 일이다. 77일간 평택공장 점거농성을 했지만 이씨와 그의 동료들은 끝내 해고됐다. 구로정비사업소 소속 해고자들의 삶의 행로도 여러 갈래로 엇갈렸다. 어떤 이는 개인파산을 신청했고, 보험회사나 야간업소에 들어간 사람도 있다.

“돈벌이만 생각했다면 카센터를 열지 않았을 거예요. 카센터보다는 다른 일이 벌이가 더 낫거든요. 지난달 19일 가게를 인수하고 한 달 정도 운영해 봤는데 적자예요. 그래도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투쟁과 돈벌이를 함께하려면 카센터만한 게 없다고 의견이 모아졌죠.”

출자자 10명이 모두 카센터 운영에 동참하지는 않는다. 3명이 가게 운영과 자동차 정비 일을 나눠 맡는다. 나머지 인원은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복직투쟁을 이어 간다. 수익금은 투쟁자금으로만 활용한다. 집으로 가져가는 월급은 당분간 없을 예정이다. 해고자들은 현재 금속노조로부터 생계지원비를 받아 생활하고 있다. 생계지원비가 중단되면 그때부터 월급을 받기로 했다. 해고자들의 부인들은 월급이 없다는 얘기에도 그저 싱글벙글하다. 조해숙씨는 “남편이 일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해고자들이 복직투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사업을 벌이는 경우는 흔치 않다. 양말세트나 식료품 따위를 팔아 소액의 자금을 마련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번처럼 자금을 공동으로 출자해 사업장을 여는 경우는 많지 않다.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정비지회장은 “우리보다 앞서 부산쪽 정비 조합원들이 1급 정비공장 안에 하청업체 형태로 일터를 만들었다”며 “그분들의 조언을 얻어 가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카센터의 벌이는 시원찮은 편이다. 단골 고객을 늘리는 것이 급선무다. 쌍용차 외에 타 회사 차종까지 수리하기 위해 정비협회 교육에 참여하는 등 손님 늘리기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이날 개업식을 찾은 김형우 노조 부위원장은 “베테랑 정비사들이 정성껏 모실 준비가 돼 있다고 하니, 노조 차량은 물론 주변 지인들의 차량까지 이곳에 맡기게 해야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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