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관료들이 모처럼 얼굴이 밝아졌다고 한다. 실업률이 5%대였던 지난 1~2월에 비해 3월에 고용사정이 나아졌다는 통계가 나왔기 때문이다. 3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가 전년 동월보다 26만7천명 증가했는데 예년 수준의 취업자 증가 폭(25~30만명)을 회복한 것이다. 이를 민간부문(19만2천명)에서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으니 경제부처 관료들이 기를 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15일 고용동향에 대한 보고를 받은 후 “지난달에 만들어진 일자리 대부분이 민간에서 만들어졌다”며 “서민경제에 도움이 되리라 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과 경제부처 관료들이 미소를 지을 만큼 고용사정이 나아진 걸까. 고용시장의 회복세는 통계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체감 고용사정이 나아지기까지는 아직도 멀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질적인 고용지표인 고용률이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59.5%)에 훨씬 미달하는 57.8% 수준이기 때문이다.

실업자도 100만5천명으로 여전히 많다. 연령대별 취업자를 보면 20~30대는 감소한 반면 40~60대 중장년층과 10대는 증가했다. 청년(15~29세) 실업률은 2월(10%)보다 줄었지만 9%로 여전히 높은 편이다. 그나마 취업자 증가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 희망근로사업을 시작한 덕택이라는 지적이다. 그 혜택이 중장년층에게 돌아갔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런 추세라면 하반기에 희망근로사업이 중단되면 다시 고용사정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이 하반기에도 탄력을 받으면 양상이 달라질 수 있지만 장담하기 어렵다.

고용의 양뿐만 아니라 질도 문제다. 희망근로사업은 단기 일자리다. 40~60대 중장년 취업자 증가에 기여했을 뿐이다. 특히 10대 취업자 증가는 아르바이트가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저임금 단기 일자리가 고용시장 회복을 이끌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양상은 정부의 정책방향이 조성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매달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열어 고용창출에 주안점을 두고 경제정책 방향을 논의하고 있지만 과거의 정책을 ‘재탕·삼탕’하는 데 그치고 있다. 우리 경제가 고용 없는 성장기에 들어섰는데 단기적 임시방편 위주의 고용대책만 논의되고, 이것이 집행되고 있다. 실제,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정부의 일자리 사업예산으로 8조9천28억원이 편성됐지만 정부부처 간 사업내용과 지원대상이 중복돼 예산 사용이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했다. 또 고용시장을 지원하기 위한 고용인프라 확충계획과 일자리 질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가고용전략회의가 ‘고용전략’이라는 알맹이가 없는 회의기구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문제는 또 있다. 국가고용전략회의에는 양대 노총은 물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제외됐다.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노사 간 이해관계가 첨예한데 노동계와 고용전문가를 배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일자리 문제는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여기고, 사회적 조율은 포기하겠다는 것인가. 이러다 보니 국가고용전략회의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고용시장의 회복세가 탄력을 받으려면 국가고용전략회의부터 개편해야 한다. 최근 한국노총이 고용대책특별위원회, 민주노총은 고용포럼을 구성해 대안고용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임금과 단체협약에 국한됐던 노동계가 활동범위를 고용 문제로 확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우리 경제상황에 대응하는 데 노동계도 나선 것이다.

정부는 노동계의 이러한 변화를 고용전략 논의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동력으로 활용하는 것이 마땅하다. 경제부처와 사용자단체 중심으로 구성된 국가고용전략회의에 노동계를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고용의 양뿐만 아니라 질, 고용인프라 확충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빙하기에 들어선 고용시장에 따뜻한 봄기운이 스며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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