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운동과 국내외 사례

소액주주의 권리행사 유형

주주대표소송

소액주주가 이사, 감사 등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이다. 상법상 주주대표소송은 발행주식총수 5% 이상의 요건을 충족시켜야 했으나, 상장기업의 경우 증권거래법에 따라 이 요건이 크게 완화됐다. 자본금 1천억원 이상이면 발행주식총수의 0.5% 이상만으로 이사 등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자본금이 1천억원 미만인 경우 1% 이상으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소송대상자(피고)는 회사에 대해 책임이 있는 현재 이사거나 과거 이사였던 자이다.
주주대표소송이라 해서 곧바로 법원에 소송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를 상대로 서면으로 회사가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을 제기할 것을 청구해야 한다. 회사가 이 같은 소액주주의 청구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을 때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30일이 경과 하게 되면 결정적인 손해가 발생할 염려가 있을 때는 바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집중투표제도

집중투표제도의 의의

현재 우리나라 소액주주운동의 가장 큰 이슈 중의 하나는 집중투표제도이다. 집중투표제도란 2명 이상의 이사 선임이 목적인 주주총회에서, 각 주주가 1주마다 선임예정 이사의 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가지며, 그 의결권을 이사 후보자 1인 또는 다수에게 집중해 투표하고, 투표의 최다수를 얻은 자부터 순차적으로 이사로 선임되는 투표방법이다.
현행 상법은 주주에게 1주에 대해 선임할 이사 수에 해당하는 복수의 의결권을 주는 방법으로 집중투표제도를 인정하고 있다. 즉, 1998년 개정상법에 집중투표제가 신설됐으나 입법과정에서 기업들의 로비에 밀려 상법부칙에 법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이에 12월 결산법인들이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려고 1999년 봄 정기주주총회에서 일제히 정관개정을 추진했다.

정관에 집중투표제 배제규정이 포함되는 경우 다음 주주총회에서 이 조항이 폐지되지 않는 한 소수주주들이 집중투표 청구권을 행사하기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정관개정은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이므로 전체주주의 3분의 2이상이 참석하고, 참석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향후 소액주주들은 집중투표제의 단서조항 폐지와 전면적인 도입을 위한 공동의 대응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현행 법체계에서는 사실상 집중투표제 도입이 제약돼 있기 때문에 발전적인 방향으로 경영견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단서조항을 폐지해야 한다.
 
미국 집중투표제도의 역사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집중투표제도를 실시한 적이 없으므로 집중투표제의 발원지이자 이미 제도화돼 실행되고 있는 미국의 집중투표제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나라의 선례를 살펴봄으로써 우리나라의 소수주주권이 바람직하게 발현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주식회사의 이사 선출 방식에 관한 사항은 공법의 개입이 없는 보통법(Common Law)의 영역이었다. 회사가 집중투표제도를 택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당사자들인 경영자와 투자자들이 알아서 결정할 문제였다. 1870년 일리노이주가 헌법개정을 통해 집중투표제도를 강행규정으로 택하면서 미국에서 집중투표제도가 시작됐다.

이것을 계기로 많은 다른 주들이 집중투표제도를 강행규정으로 택하게 된다. 1880년까지는 7개 주가, 그리고 1900년까지는 18개 주가 같은 규정을 택했다. 일리노이(1870), 펜실바니아(1873), 캘리포니아(1878), 미시간(1878) 같은 주는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들 주가 집중투표제도를 택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었다.
 
반면 강행규정이 아니라 임의규정 형식을 택한 주도 있었다. 뉴욕(1892)과 뉴저지(1900), 델라웨어(1917) 같은 주가 여기에 해당한다. 1900년부터 1945년에 이르는 동안 강행규정이든 임의규정이든 간에 집중투표제도에 관한 명시적 규칙을 만든 주는 모두 16개 주이다. 이중 4개 주는 강행규정을 택했고 12개 주는 임의규정을 택했다.
 
이로써 1945년에 집중투표제도를 택한 주는 모두 37개, 강행규정을 택한 주는 모두 22개, 임의규정을 택한 주는 15개였다. 같은 기간 강행규정에서 임의규정으로 전환한 주는 네바다(1903)와 콜로라도(1915)였다.
 
특히 1930년대와 1940년대에는 집중투표제의 열풍이 강하게 불었다. 1933년 제정된 미국 은행법은 모든 전국 단위의 은행들(national bank)로 하여금 집중투표제도를 택하도록 의무화했다. 증권거래위원회(SEC)도 1930,1940년대  법정관리 사건을 다루면서 대상 기업들이 집중투표제도를 택하도록 종용했다.
 
또 미국변호사협회가 발표한 최초의 모범회사법(Model Business Corporation Act, 1950)에서도 집중투표제의 강행규정화를 권고하고 있다. 모범회사법의 작성 시기가 실질적으로 1940년대였다는 사실은 집중투표제도에 대한 당시의 사회적 공감대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이 같은 분위기는 1950년대부터 약간 다른 방향으로 바뀌어갔다.
 
이 시기에 추가적으로 집중투표제도를 택한 주는 7개 주이지만 모두 임의규정을 택했다. 또 1980년대 들어 12개 주가 집중투표제도를 강행규정에서 임의규정으로 전환했다. 1992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강행규정을 채택한 주는 6개 주이며, 44개 주가 집중투표제도를 임의규정으로 하고 있다.
 

집중투표제도의 부정적 영향

미국에서조차 강행규정보다 임의규정을 택한 주가 많아지는 것은 모든 제도가 그렇듯이 집중투표제도에도 부정적인 면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집중투표제의 부정적 기능을 근거로 집중투표제 도입을 반대하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집중투표제도를 통해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사람이 이사로 임명될 경우 이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이해관계는 서로 엇갈릴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여러 가지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 주장의 근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사회에서 내린 결정이 일관성을 잃게 된다. 이사들이 각자 자신을 뽑아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전략적으로 행동할 경우 그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모순된 의사결정은 회사 재산의 낭비를 불러온다. 결국 주주 전체가 손해를 보게 된다. 이것은 소액주주에 의해 선출된 이사가 소수 이익만을 대변하는 역할을 갖기 때문에 전체 주주의 이익을 도모해야 하는 이사의 충실의무에 반하는 것이 되고 상법의 기본 정신에도 어긋난다.
둘째, 회사의 영업비밀과 같은 중요한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지배주주의 사익추구를 막기 어려운 것처럼 다른 주주들의 사익추구 또한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사업들의 채산성은 떨어질 것이다. 결국 주주들 전체의 수익률이 떨어질 것이다.
 
셋째, 경영권 행사에 따른 이점이 사라지기 때문에 회사의 지배주주가 되려는 인센티브는 감소할 것이며, 2대 주주 또는 3대 주주가 되려는 인센티브는 커질 것이다. 회사들의 주주 구성은 주식 소유비율이 현격히 높은 지배주주와 소액주주들로 구성되는 현재상태와 비슷하겠지만, 소액주주 중에 큰 영향력을 가진 여러 명의 주주들이 나타나는 상태로 바뀌게 될 것이다. 때문에  주주들 간, 그리고 그들의 이익을 대표하는 이사들 간 갈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집중투표제도의 필요성과 제도개선 방안

집중투표제 도입반대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집중투표제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며 제도적으로도 인정하고 있는 상태이다. 집중투표제도가 완전히 정착되면 다음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집중투표제도 도입 반대주장과는 달리 오히려 전체주주 중심의 기업경영을 간접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 이사선임권을 대주주가 독점하는 현행 제도 하에서는 회사의 경영진이 주주전체가 아닌 대주주 1인의 의사에 예속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회사의 자산을 대주주 지배의 계열회사에게 헐값에 이전하는 내부거래 행위 등 회사 및 전체주주의 이익이 대주주 1인의 이익을 위해 희생되는 사태가 불가피했다. 집중투표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일반주주에 의한 이사선임의 가능성을 열어주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경영진이 대주주뿐만 아니라 일반주주의 이익도 고려하도록 유도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주주총회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주주총회의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는 한해의 경영활동을 평가해 경영진에 대한 재신임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경영진에 대한 재신임 기회가 없으면 경영활동에 대한 평가는 무의미하다. 경영진에 대한 재신임여부가 오로지 대주주의 뜻에 따라서 이뤄지는 현행 제도에서는 일반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석할 아무런 동기가 없게 된다. 때문에 주주총회는 유명무실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집중투표제도를 도입하면 일반주주도 이사, 즉 경영진을 선임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주총회에 참석할 유인을 갖게 된다. 이렇게 되면 주주총회의 기능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사외이사제도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지배주주의 경영전횡을 저지하는 수단으로서 도입된 사외이사제도는 현재 오히려 그 부작용만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외이사를 지배주주의 뜻대로만 선임하게 돼 있는 현행 제도 아래서는 사외이사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없다. 집중투표제도를 통해 일반주주가 사외이사를 선임하거나 사외이사의 선임에 관여할 수 있게 해야 비로소 사외이사가 지배주주의 경영전횡을 저지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기업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재벌기업의 내부거래를 차단할 수 있다. 집중투표제도를 통해 이사 중 1인만이라도 대주주로부터 독립하게 되면 그 이사에게 당해 기업의 투명성 제고와 계열회사와의 내부거래 차단에 큰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집중투표제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 집중투표제 채택을 정관규정으로 배제할 수 없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집중투표제도는 이미 제도적으로 도입된 상태이다. 1998년 상법 제382조의2 개정을 통해 3% 이상의 주식을 가진 주주에게 이사의 선임을 집중투표의 방식에 의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됐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정관의 규정으로 집중투표제 실시를 배제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이 집중투표제도를 사문화시켜 버렸다. 정관에 의한 집중투표제 배제조항을 삭제함으로써 3% 이상의 주식을 가진 주주에게 이사의 선임을 집중투표의 방식에 의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마땅하다.<계속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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