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는 지난 6일 ‘징계업무처리 소홀기관, 기관경고 등 조치키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지난해 7월 시국대회에 참석한 공무원을 경징계하거나 징계를 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에 경고를 했다는 것이다.

경고를 당한 지자체는 제주특별자치도·전남 강진군·전남 해남군이다. 행안부는 제주도가 시국대회에 참석한 공무원이 징계가중처벌 대상자인데 경징계했고, 강진군은 징계처분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남군은 해당 사건이 법원에 계류돼 있다며 징계절차를 중지한 상태다.

지방공무원법(6조)에 따르면 지방공무원의 임명·휴직·면직과 징계를 하는 권한, 즉 임용권은 지자체장에게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는 행안부가 지방공무원의 임용권까지 좌지우지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의 지적처럼 행안부가 보도자료를 내는 순간 해당 공무원의 징계는 이미 기정사실화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징계조치를 미온적으로 처리한 기관에 대해서는 경고로 끝나지 않는다. 행안부는 재정지원과 정부포상 같은 행정·재정적 페널티를 부여하고 집중감찰 대상기관으로 선정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결국 지자체가 행안부로부터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알아서 노조를 탄압하라는 얘기밖에 안 되는 것이다.

행안부는 시국대회와 관련해 중앙행정기관 소속 11명 전원에 대해 엄정하게 배제징계(파면·해임)했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징계수위는 달랐다. 행안부 소청심사위원회는 지난달 11명 가운데 민주노총 탈퇴 찬반투표를 실시한 지부장 4명에 대해서는 정직 3개월로 징계수위를 낮췄다. 시국대회 참여와 민주노총 탈퇴가 무슨 상관이 있나. 행안부 스스로 형평성에 어긋난 징계로 임용권을 남용하면서 지자체에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이렇게 지방자치를 훼손하는 행안부가 한편에서는 지방분권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지방분권촉진위원회가 노동부의 안전보건·차별시정 등 일부 기능을 지방으로 이양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지방분권위는 대통령 직속이지만 실무는 행안부가 맡고 있다. 지방으로 권력을 분산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근로감독은 다르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은 근로감독업무를 중앙정부의 통제하에 두도록 권고하고 있다.

행안부는 결국 스스로 지자체장의 임용권을 훼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지방분권을 추진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6·2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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