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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가족대책위 이야기 -연두색여름눈물과 희망의 투쟁 이야기
18. 평택공장에 다녀와서 -노경자-

새벽에 ‘평택 가대위’에서 문자가 왔습니다. 우린 세수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옷만 챙겨 입고 전철에 몸을 실었습니다. 평택 공장에 도착해 정문을 보니, 정말 적막했습니다. 사정을 잘 모르는 아이들은 아빠 얼굴을 왜 볼 수 없냐고, 경찰들은 왜 이렇게 많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이제 여섯 살인 아이에게 있는 그대로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같은 어른으로서 부끄러워서, 입에 담고 싶지도 않아서….
10시 기자회견을 마치고 몇 차례의 크고 작은 몸싸움이 있었고 서로 감정도 격해졌습니다. 오후에 민주노총이 파업에 참가하고 집회가 끝날 무렵, 경찰은 해산하라고 했고 민주노총이 불법파업을 하고 있다며 일부 연행도 해갔습니다. 경찰과 사측은 연대 투쟁자에게 “외부세력 물러가라”고 하면서 정작 사측에서 고용한 용역깡패들은 외부세력이 아니고 뭐라는 건지…. 도대체 한국말인데도 못 알아듣겠습니다.
얼마 후 경찰 헬리콥터가 공장 주변을 낮게 비행했습니다. 맨땅에 있는 먼지와 쓰레기들을 바람에 날려 우리를 해산시키기 위함이었습니다.
어린 아이들도 많았고 임신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숨을 쉴 수도, 말을 할 수도 없었으며, 울면서 어찌 할지 모르는 상황이 계속되었습니다. 너무 화가 났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낸 세금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찰은 사측과 조합원의 노노싸움을 막기 위함이라 하지만 이건 염연한 공권력 투입입니다. 사측은 용역깡패에게 돈을 주고 노노싸움 일으키지 말고, 정부는 경찰병력 투입해 놓고 싸움 말린다고 거짓말 하지 말고 지금 바로 공적자금 투입하십시오.
이것이 해고자와 비해고자가 사는 길이요, 가정이란 구성체에서 가족이 가족답게 사는 길이요, 쌍용자동차가 사는 길이며, 바로 나라가 사는 길입니다.
9시쯤 상황이 여의치 않아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서울로 옮겨야만 했습니다. 지금은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지만 사측이 모두 철수한 상태라고 하니 일단은 한숨 돌린 듯합니다. 조금 더 기다렸다가 아이들 아빠를 보고 왔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 매일노동뉴스

19. 평택은 전쟁 중입니다 -권지영-

지난 며칠간 이 평택공장은 그야말로 전쟁터와 같았습니다. 우리 쌍용차 조합원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파업투쟁을 사수하기 위해 무자비한 폭력에 맞서며 공장을 지켜냈습니다. 공권력의 비호 속에 용역깡패와 구사대의 폭력에 함께 맞서주셨던 금속노조 조합원 동지들과 연대하러 달려오셨던 많은 동지들, 감사드립니다. 남편을 지키기 위해 이틀 밤낮을 꼬박 뜬 눈으로 지새며 악바리처럼 싸워내신 우리 가족대책위 동지 여러분, 정말 사랑합니다.
그 전쟁과 같았던 주말을 보내고 우리는 지금 이 공장 안에 모여 있습니다. 파업투쟁을 사수하기 위해, 억울한 정리해고를 막아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했던 우리에게 법정관리인과 이 나라 정부는 함께 일했던 동료들을 무장시켜 앞세웠습니다. 수십 년을 함께 일하며 마주 보았던 동료들이 폭력에 노출되도록 만들고, 서로를 증오하고 적개심을 갖도록 만들었습니다. 그저 묵묵히 일하고 평범하게 사는 것이 소원인 성실한 노동자들을 그렇게 공포스러운 상황 속에 몰아넣고 뒤에 숨어 그 상황을 즐기고 있었을 자본과 정권의 끔찍한 잔인함에 온몸이 떨렸습니다. 그리고 쌍용차의 파산이 우려된다며, 그 모든 것이 우리 파업대오의 잘못이라며, 우리를 증오하게 만들고 우리에게 비난과 욕설을 퍼붓도록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을 벌일 수 있는지, 함께 살자는 처절한 외침에 우리가 살기 위해 너희는 죽어야 한다고 답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함께 일하던 동료들을, 그의 아내들을, 아이들을 향한 증오로 표현하게 만드는지, 자본과 정부가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다시금 온몸 구석구석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쌍용차 자본과 정부는 이 싸움이 끝나는 날 쌍용차 전체 노동자들의 몸과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던 지난 이틀 동안의 일을 반드시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합니다. 소위 저들이 분리해놓은 ‘산 자’와 ‘죽은 자’ 모두의 마음을 다치게 한 책임을 분명하게 져야 합니다.
언제나 푸른 깃발을 앞세우며 노동자 민중 투쟁의 최선봉에서 가장 치열하게 싸워 오신 금속노조 조합원 동지들, 이제 쌍용차투쟁은 단지 한 사업장만의 투쟁이 아닙니다. 전체 노동자와 자본의 싸움입니다. 이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함께해 주십시오. 쌍용차 조합원들과 가족들은 정리해고를 막아내고 승리할 때까지 죽을힘을 다해 이 악물고 투쟁하겠습니다.

ⓒ 매일노동뉴스
20. 미운 당신 -이미경-


울고 싶어도 울 수 없게 만든 당신.
울고 싶지 않은데 자꾸 울게 만드는 당신.
부모님께서 걱정하실까 봐 눈물을 참아요.
애들이 기죽을까 봐 씩씩하게 견뎌요.
당신이 안타까워 눈물이 나요.
우리 딸이 태어나 처음으로 수술을 했네요.
그나마 다행히도 맹장.
속으론 겁나고 무섭고
그래도 혹시나 당신이 달려 나올까 봐
나, 당신에게 힘들다 말 못하네요.

내가 지치면 당신은 갈등할 테고,
부모님은 걱정하실 테고,
애들이 불안해할 것이기에
나, 당신이 웃으며 올 때까지
건강히 돌아올 그때까지
내가 힘이 되어줄게요.
나, 힘든 거 그때까지 참고 또 참아요.
나, 고맙죠?
대신 당신 나오는 날
나, 소주 맘껏 먹을 거예요~~.

노경자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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