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근로의 권리

Ⅰ. 서

헌법은 근로자의 생존권확보를 위하여 근로권(제32조)과 노동3권(제33조), 즉 노동기본권을 규정하고 있다. 노동기본권은 특히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근로자에게만 인정되는 특수한 성격을 가진 기본권이다. 헌법은 재산권(제23조)을 보장함과 동시에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는 바, 이는 노동기본권이 재산권과 더불어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인간의 생존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2대 요건이라는 것을 천명하고자 한 것이다. 이렇듯이 노동기본권을 헌법상에 규정함으로써 노동입법의 정당성과 입법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헌법은 각각의 개별적인 노동법과의 관계에서 그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다. 즉, 노동기본권은 근로자의 생존권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적인 권리가 아니라1) 노동력을 유일한 생계수단으로 생활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생존권을 구체적으로 보장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절대적인 권리로 보아야 한다.
 
여기에서 노동기본권 중 근로권(Right to Labor, Recht auf Arbeit)이란 헌법상의 자유권적 기본권의 관점에서 국민이 자신의 의사·능력에 따라 근로의 종류·내용 등을 선택하여 근로관계를 형성하고,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고서 자유로이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소극적인 권리를 말하며, 다른 한편으론, 헌법상의 생존권적 기본권의 관점에서 근로자가 근로의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의 기회를 얻지 못한 경우에 국가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근로의 기회 또는 생활유지에 필요한 자금의 지급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Ⅱ. 헌법상 보장

근대헌법은 자연법 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개인의 천부인권을 선언하고 국가의 권력으로부터의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여 왔다. 이러한 자유권 위주의 소극적이고 방임적인 기본권은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사유재산권을 절대적으로 보장하여 자본주의 경제발전에 크게 공헌했다. 한편으론, 근로자에게는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과 생활의 불안으로 빈곤과 궁핍의 자유만을 가지게 되는 부작용 발생하였다. 노사간의 계급대립과 투쟁, 빈부격차의 심화, 경기불황에 따른 경제공항, 장기적인 실업과 빈곤, 무질서와 각종 범죄 등 자본주의 경제의 제 모순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시민법상의 자유가 추상적이고 형식적인 자유에 머무는 한,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의 보장은 요원한 것이었다. 이러한 자본주의 모순을 해결하고자 헌법상의 노동 입법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헌법상 명문으로 근로권을 처음 보장한 것은 1919년 독일 Weimar헌법(제163조 제2항)2)이며, 1948년 세계인권선언에도 명시되고, 1966년 국제인권규약, ILO조약에 있어서도 세계공통의 기본권으로 확립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Anton Menger는 ·전노동수익권사·에서 노동권을 강력하게 주장하였으며, 자본주의 헌법뿐만 아니라 공산주의 헌법에도 규정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48년 제헌헌법에서부터 헌법상 명문으로 규정하여 근로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즉, 헌법이라는 국가의 최고규범에 체계적으로 노동법의 기본 권리가 표명되어 있다는 점이 큰 특색으로 볼 수 있다.
 
우리헌법 제32조는 ①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② 모든 국민은 근로의 의무를 진다. 국가는 근로의 의무의 내용과 조건을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법률로 정한다. ③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이 규정은 국민(근로자)이 생존을 위해서 적절한 근로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국가의 기본방침을 천명한 것이다. 즉, 국가로 하여금 근로자가 완전 취업할 수 있는 근로의 기회를 제공하도록 노력할 것과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취업하지 못한 근로자에 대하여 생활비를 지급할 것을 국가의 의무로 선언하고 있다.
 
헌법 제32조 제1항에 의거하여 근로의 권리를 구체화 할 책무를 국가가 실현코자 하는 법률로는 고용정책기본법, 직업안정법,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등이 있다. 아울러 동조 제2항은 근로의 의무를 규정한 것으로서 “국가는 일하지 않는 자를 위해 생존확보를 위한 시책을 강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천명한 것이다. 헌법 제32조 제3항은 개별적 근로관계법의 기준을 설정한 것으로서 이에 의거한 법률로는 근로기준법, 임금채권보장법,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산업안전보건법, 선원법 등이 있다. 원래 근로조건은 근로계약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결정되지만, 이를 국가가 직접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법률로 정할 정책상의 의무를 부담시킨 것이다. 특히 근로권이란 노동중독증3)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Ⅲ. 근로권의 법적 성격

1. 자유권설

근로권이란 일하고자 하는 자는 자유로 일할 수 있다는 노동의 자유를 구명한 것으로서, 근로자 개인이 자유로이 근로할 기회를 갖는 것을 국가가 방해 내지 침해하지 못한다는 일종의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의미의 자유권이라 한다. 이 견해에 따르면 헌법은 모든 국민이 태어나면서부터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인간의 자연적 자유를 기본권으로 선언하고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고 하며, 헌법상의 기본권을 자연법상의 권리로 본다.4)

2. 생존권설

근로의 권리는 국민에게 구체적인 권리를 보장한 것이 아니고 단지 국정의 담당자에게 다만 근로의 기회를 제공하도록 하는 정치적·도의적 의무를 부과한 것에 불과한 프로그램적 규정이라고 하는 프로그램적 규정설5)이 있다. 또한 근로의 권리는 현실적·구체적 권리가 아니라 입법에 의하여 구체화될 수 있는 추상적 권리에 불과한 것으로서 이에 대한 법이 제정된 경우 의무이행이 재판에 의하여 강제될 수 없을지라도 법적 권리이기 때문에 그 보장의무는 법적 의무로서 그 법률의 해석·적용의 준거가 될 수 있으므로 이에 반하는 입법은 위헌확인소송을 통하여 사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보는 추상적 권리로 보는 견해6)와 근로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근로의 기회를 제공하여 줄 것을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적 권리를 국민에게 직접 보장한 것이라고 보면서 국가가 필요한 입법이나 시책을 강구하지 않는 경우에는 국가의 부작위에 의한 침해에 대해서도 재판상 다툴 수 있는 구체적 권리로 보는 견해가 있다.7)

3. 비판 및 사견

자유권설은 근로권을 특별한 권리로 인정하지 아니하고 일반적인 자유권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생존권 사상에 대한 배경이나 그 연혁을 간과한 견해로서 타당하지 아니하다고 본다. 따라서  근로권은 구체적인 권리로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 듯 싶다. 즉,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은 본질적으로 선심적 정책이나 단순한 입법방침에 의존할 수 없으며, 근로의 권리가 현실적으로 침해를 당할 경우에는 근로자는 국가로 하여금 입법을 요구할 수 있고, 위헌확인소송이나 나아가서 국가배상청구권도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 추상적 권리설은 근로의 권리 그 자체가 구체적인 권리는 아니며 근로의 권리에 대한 입법을 구체화되도록 요청할 수 있는 권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그 구체화를 요청하는 기본 취지가 결국에는 구체적인 권리를 실현시키려는 것이므로 논리의 일관성이 없다고 판단된다.
 
Ⅳ. 주  체

1. 법 규정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한다(제32조 제1항 전단).
 
2. 주  체

첫째문에서는 국민이 주체이고, 둘째문에서는 근로자를 주체로 규정하고 있다. 근로의 권리는 국민의 권리이기 때문에 외국인에 대해서는 보장되지 아니하며,8) 이 경우의 국민은 자연인만을 의미하고, 법인은 포함되지 않으며,9) 취업·실업 여부를 구분하지 아니하고 근로의 의사와 능력을 가진 국민을 말한다.10)

3. 학  설

근로의 권리의 주체에 대하여 학설은 국민이라는 견해와 근로자라는 견해로 나뉘고 있으나, 근로의 권리의 보유주체는 국민이고, 그 행사주체는 근로자로 판단된다.11) 특히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무산자인 근로자가 그 주체가 된다. 그러나 근로의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근로기회제공의 청구로 이해한다면, 그 제1차적 주체는 근로자 중에서도 실업상태에 있는 미취업근로자라고 할 수 있다.
 
Ⅴ. 내  용

1. 근로기회제공청구권

국가는 국민전체에 대하여 고용증진에 노력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기에 근로의 권리는 일반적으로 근로의 의사와 능력이 있는 자가 국가에 대하여 근로의 기회를 제공하여 주도록 요구할 권리를 그 실질적 내용으로 한다.

2. 생활비지급청구권

근로자가 근로의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을 할 수 없을 경우에 국가에 대하여 근로의 기회를 제공하도록 요구할 수 있고, 그 요구가 충족되지 아니한 때에는 상당한 생계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주된 내용으로 한다.12) 여기에 상응하는 입법으로서 고용보험법상 실업급여제도가 있다.

3. 국가의 고용증진의무

국가는 국민의 고용증진에 대한 의무를 지고 있으며, 이를 위하여 사회보장제도·실업보험제도 및 연금제도 등 사회적·경제적 시책을 강구해야 하며, 이를 위해 고용정책기본법, 직업안정법, 고용보험법,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등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Ⅵ. 효  력

1. 대국가적 효력

헌법상 근로의 권리(제32조 제1항)는 대국가적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국가는 근로의 권리를 보장할 의무를 부담하기에 취업방해를 해서는 아니되며, 적극적으로 취업의 기회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입법·행정·사법 모두를 구속한다고 본다.

2. 대사인적 효력

헌법상 근로권의 보장은 국가와 국민과의 관계에 있어서의 문제이지 직접 개별 국민과의 관계를 정한 것은 아니므로 대사인적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는 효력부인설13)과 생존권으로서의 근로권의 법적 의의와 연혁을 감안할 때, 근로권은 대국가적인 권리인 동시에 사인간에도 효력을 가진다고 보는 효력긍정설이 있다. 이 견해는 헌법상의 조항은 근로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기본권조항으로서 객관적 규범으로 보아 이를 침해하는 경우에 보호할 필요가 있다면 기본권조항을 적용할 수 있지만, 일반 사법관계에 적용되기 위해서 어떤 법적 요소가 매개되어야 하는 바, 결국 기본권이 사법의 규정을 통해 비로소 제3자에게 효력을 미치게 된다고 보는 간접적용설14)과 헌법상의 노동기본권은 공권력에 대한 주관적인 공권일 뿐만 아니라 사인에 대한 주관적인 사권으로서도 당연히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본권 적용에 있어서 구태에 사법상의 일반원칙과 같은 매개물을 통할 필요없이 사인간에 대해서도 직접 적용된다고 보며, 나아가서 국가의 근로권보장의무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해고예방이나 부당해고 금지 등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직접적용된다는 견해15)로 나뉘고 있다.
 
사견으로 근로권은 대 사인간에 대하여도 제3자적 효력을 가진다고 보지만, 노동기본권의 직접적인 효력을 무제한적으로 확대할 경우에는 사인간의 사적자치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기본권 조항에 한정하여 직접적인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예컨대, 여성과 연소자의 근로에 대한 특별보호나 근로관계에 있어서 여성의 차별금지에 관한 규정(헌법  제32조 제4항·제5항)은 국가뿐만 아니라, 제3자인 사용자에 대해서도 직접적 효력을 가진다고 본다. 다만, 헌법상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 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제한될 수 있을 것이다(헌법 제37조 제2항).
 

[각주]
1) 김치선, “노동기본권의 보장체계”, 고시계, 제262호, (1978.12), 105면.
2) 모든 독일국민은 경제적 근로에 의하여 생활비를 구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될 것이다. 적당한 근로의 기회가 부여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는 필요한 생활비를 지급한다. 상세한 것은 특별한 법률로 정한다.
3) ‘노동중독증’이란 한마디로 사람이 노동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이 사람을 통제하게 된 병적 상황을 의미한다. 생각건대, 과거 기성세대들은 평생 오로지 노동만 하다가 운명을 한 것 같다. 물론 자식 낳아 기르며 먹고살다 보니, 그것도 물적 토대가 취약한 나라에서 살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할 수도 있지만, 이제는 노동에 매몰되지 않고 고용불안도, 노동중독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개인적·조직적 생명력을 왕성하게 발동시킬 때라고 본다(강수돌(2003), “노동중독의 이론과 실증에 관한 시론적 연구”, 『산업노동연구』, 제9권 제1호; 197-233 참조). 노동중독증에 빠지는 것은 돈을 벌 목적이다. 그렇다면 돈을 벌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행복이란 것은· 다른 사람들처럼 살기 위해서. 좋은 집, 좋은 차. 아이들을 잘 교육시키기 위해서. 그러다 보니 우리는 휴일도 반납하고, 저녁 회식조차도 일의 일환으로 여기며, 밤 늦은 야근도 당연하게 생각하며 일을 하는, 노동중독증에 빠져 있는 것이다.
4) 안용교, 「노동3권의 구조」, 건국대학학술지 제10집(인문사회과학 편), 1969, 221면. 
5) Gierse, Recht Arbeit, Handw·rterbuch der Arbeitswissenschaft, Bd. 2, 1930, SS. 63, 54; 石井照久, 「勞·基本權」, 1957, p.91 및 「總論」, p.282; 김치선, 141면; 박일경, 344면.
6) Hueck-Nipperdy, Guundriß, 5Aufl, S.98; 김형배, 130면;문홍주, 307면; 박상필, 92-94면; 허영, 482면.
7) 권영성, 658면;김철수, 821면.
8) 서울고판 1993.11.26;이에 대한 부정설, 박홍규, 74면.
9) 김철수, 627면.
10) 권영성, 659면;김유성, 16-20면, 임종률, 12면.
11) 이상윤, 60면.
12) 근로의 권리는 추상적인 권리에 지나지 아니하기에 국가가 근로자들에게 근로의 기회를 현실적으로 제공하지 아니하더라도 어떤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며, 또한 이에 갈음해서 생활비의 지급을 요구할 수 있는 구체적 권리는 더더욱 아니라고 본다(김형배, 151면).
13) 윤세창, 「신헌법」(1980), 96면.
14) 권영성, 314면.
15) 김철수, 6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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