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준비단계에서 할 일

안건분석기관과의 협조

펀드매니저가 투자판단의 기초로 삼는 것이 리서치센터 연구원의 보고서라면 펀드매니저의 의결권행사 판단의 기초가 되는 것은 안건분석기관의 보고서다. 최근 칼아이칸의 KT&G의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ISS44)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세계 각국 기업들의 주주총회에서 기관투자자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이들 기관투자자들은 투자기업의 주주총회 의안에 대한 분석과 의결권행사 권고안을 제공하는 ISS 등 기관투자자문사의 조언을 충실히 받아들여 주주권리 보호 및 주주가치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아울러 이미 글로벌화된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주주행동주의 및 기업지배구조개선과 맞물려 높아져 가고 있는 기관투자자들의 위상의 이면에는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자문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기관들의 입지가 확고히 다져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주주총회 안건분석기관이 없다. 최근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지침이 정비되는 등 조만간 주주권리 보호를 위한 다양한 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소수주주의 주주총회 투쟁에서 ISS와 같은 안건분석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이는 외국인의 의결권을 확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안건분석기관과의 협조는 소수주주운동의 필수적인 사항이 돼야 한다.

의결권대리행사권유45) 및 의결주식모집활동

의결권대리행사권유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준비한다면 우선 의결권을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일반주주로부터 위임장을 받는 절차가 필요하다. 소수주주로부터 위임장을 받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에 ‘의결권대리행사권유 신고를 해야 한다. 이사회의 주주총회 일정 및 안건확정에 대해 결의한 후 금융위원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 자료를 제출하면 된다.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를 본인 또는 제3자에게 대리하도록 권유하는 자는 위임장 용지와 참고서류46)를 피권유자에게 송부·비치하기 5일 전에 동 위임장용지 및 참고서류 사본을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제출해야 하며 일반인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서로 신고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에는 대개 전자공시를 이용한다.
이 과정이 생략되면 노동조합은 소액주주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의결주식모집활동

의결권대리행사권유 신고를 마친 후 공식적인 위임장 획득 작업을 시작한다. 불특정 다수의 소액주주에게 의결권을 위임받는 것이다. 먼저 소액주주에게 의결권 권유자의 입장과 이번 주주총회에서 우리를 지지해 달라는 부탁을 담아 서신을 발송한다. 서신에는 △의결권 권유자의 입장을 담은 글 △위임장 △반송봉투를 담는다.
 
서신을 통한 위임장 회수활동은 사실 그 효과가 미미하다. 대부분의 소액주주가 주주총회에 무관심할 뿐만 아니라 반송봉투에 위임장을 넣어 보내 준다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선뜻 나서기 힘들다.
하지만 일정 주식수를 초과하는 주식을 보유한 주주에게는 서신을 발송해야 한다. 서신발송 작업의 기본은 주주명부 확보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47)

○ 주주총회장에서 발생하는 소란을 보면 대부분 이중으로 의결권을 위임한 위임장일 경우 이것을 누구의 것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다툼이다. 법적으로는 최종적으로 위임장을 받은 측에 권한이 있다. 따라서 주주로부터 위임장을 받을 때 최종적으로 위임한다는 확인서를 받거나 아니면 위임장에 위임받은 날짜와 시간을 명기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생략되면 많은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우리사주조합의 의결권 행사절차

우리사주조합이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우리사주조합 이사회48)를 개최해 주주총회 의안에 대한 우리사주조합의 주주권행사에 관한 결의를 해야 한다. 일부에서 우리사주조합장이 조합원의 의결권을 무조건 동일하게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경영참가 활동에서 가장 잘못 알고 있는 오류다. 우리사주조합의 의결권은 조합원 개인에게 있다. 우리사주조합장은 대리인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사회의 결의가 있은 후 우리사주조합은 주주총회일 이전에 7일 이상49)의 기간을 정해 조합원에게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기간을 줘야 한다. 그리고 의사표시통고서를 조합원으로부터 회수한 다음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면 된다. 그 절차를 살펴보자.
 
먼저 우리사주조합 이사회의 결의사항을 공고하고, 주주총회 의결권행사 관련 내용을 조합원에게 공지한다. 이 기간이 7일 이상이 돼야 한다. 공고를 통해 우리사주조합 조합원들에게 주주총회 참여 사실을 알리는 과정이다. 우리사주조합 이사회의 결의사항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 의사표시를 조합원에게 묻는 과정도 필요한데, 이사회 결의사항을 공고할 때 그 양식을 함께 공고한다. 주주총회 전날까지 회수하면 된다.
 
우리사주조합의 의결권행사를 위한 절차를 고려할 때 우리사주조합장의 권한은 대리인에 불과하다. 조합원의 의사를 모으는 과정에서 의사표시를 행사하지 않은 조합원의 의결권은 주주총회에서 의결내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범위에서 행사할 수 있다.50)
우리사주조합이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이사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우리사주조합 이사회의 중요성도 숙지해야 한다. 앞서도 밝혔듯이 노동조합이 우리사주조합 이사회를 장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전 표 대결 결과 예측분석

주주총회에 앞서 일반주주들로부터 수거한 위임장을 집계해 표 대결의 결과를 예측한다. 위임장의 수가 회사 측을 앞지른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회사 측에 뒤질 경우 처음에 계획했던 목표를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석 과정을 생략한 채 주주총회에서 돌발적인 상황이 벌어지면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보통 위임장은 수천장에 이른다. 표결을 위한 예측분석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주주총회 준비기간 동안에 인력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표 대결의 사전분석을 위해 점검할 사항은 △발행주식총수 △의결권있는 주식의 총수51) △대주주 지분 △특수관계인 지분 △기관투자자 지분 △외국인 지분 △소액주주 현황 △우리사주조합 현황 등이다. 여기서 대부분의 지분은 대주주의 우호지분이다. 소수주주로부터 어느 정도의 지분을 위임받을 수 있는지가 주주총회 승리의 열쇠가 되는 것이다.    
 
대주주의 지분관계는 평소에 공시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나 대주주와의 우호지분까지 정확하게 산정하기 위해서는 ‘실질주주명부’를 확보해야 한다. 표 대결을 위한 사전점검을 할 때도 우선 ‘실질주주명부’를 확보한다. 이것이 없다면 눈을 감고 싸우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주주총회 전날까지 표결을 위한 사전분석을 마쳐야 한다. 분석결과에 따라 목표를 수정하거나 유지 또는 추가한다.

참석자 및 발언자 사전조직 및 역할분담

주주총회에서 문제제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표 대결을 목적으로 한다면 참석자와 발언자를 사전에 조직하고 역할을 분담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일반주주에게 위임장을 하나라도 더 받아 그 수를 늘리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석자의 수가 너무 적을 경우 회사 측이 소수주주의 세력을 무시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으며, 표 대결을 하는 과정에서 의장의 독단적인 회의 운영이 있을 수 있으므로 우호주주를 중심으로 의사진행 발언을 준비해야 한다.
 
참석자의 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통상적으로 주주총회장은 거의 99% 회사의 직원들로 채워진다. 이들이 주로 발언한다. 소수주주는 이들의 기세에 눌려 발언기회는 고사하고 주총장에 앉아 있는 것조차 불편할 때가 많다. 발언을 하지 않는 단순한 참석자라도 주주총회 투쟁을 준비하는 소수주주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따라서 참석자의 수를 가능한 늘려야 한다.
 
발언자는 안건별로 나눠 조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발언자의 수가 적으면 결국 발언이 몇몇에게 집중되고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의장은 발언자의 발언을 제한할 수 있다. 가능한 여러 사람이 발언하도록 해야 한다. 발언자가 민감한 질문을 했을 경우 의장이 답변을 회피하기도 한다. 이때 여러 발언자들이 공동으로 항의해 답변을 받을 수 있도록 상황을 유도해야 한다. 발언자뿐만 아니라 발언자를 지원할 조력자도 조직해야 한다는 얘기다.
 
참석자 중 법적지식을 갖춘 발언자는 의사진행 발언에 치중할 수 있도록 하고, 회사의 내부정보에 접근이 가능한 발언자는 안건에 대한 발언에 치중할 수 있도록 배치한다. 주주총회를 사전에 준비하는 단계에서 이러한 역할분담이 이뤄져야 주주총회에서 혼선이 생기지 않는다. 어차피 주주총회장에서는 총회꾼을 비롯한 다양한 의견그룹이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분위기가 달아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전에 역할분담이 어느 정도 이뤄져야 그때그때 상황에 쉽게 대처할 수 있다.
 
주주총회 준비일정표(사례)
주주총회에서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주주총회가 어떠한 시간적인 흐름을 가지고 진행되는지 이해해야 한다. 주주총회의 시간적인 흐름을 이해하지 못해 자칫 의결권대리행사권유 등의 신고일을 놓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대주주보다 의결권을 많이 확보하는 것보다 법적인 절차를 하자 없이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주총회의 계획표 준비를 위해 꼭 기억할 사항>
(1) 주주총회 개최를 위한 이사회는 주주총회 2주 전에 열어 소집을 공시해야 한다.
(2) 회사는 주주총회 2주 전에 신문에 공고하고 참고서류를 회사 본사 등에 비치해야 한다.
(3) 회사의 공고가 있은 후 참고자료를 입수해 금융위원회에 의결권대리행사권유 신고를 한다.
(4) 의결권대리행사권유신고를 마치고 나면 5일 후부터 의결권대리행사권유를 위한 활동을 시작한다.

<주주총회 실전 체크포인트>
(1) 우리사주조합원에 대한 권고자료 작성(5/15)
(2) 우리사주조합 이사회 개최 및 조합원에 의결권 위임권고(5/15)
(3) 주주 서신용 설명자료 작성(5/16)
(4) 의결권대리행사권유양식 초안작성(5/16)
(5) 의결권대리행사권유 신고(5/14)
(6) 의결권대리행사권유관련 보도자료 배포(5/19)
(7) 의결권 권유서류 송부, 인터넷 게시판에 권유서류 게시(5/19)
  (8) 각종 권유활동 시작(전화 또는 현장방문)(5/19)
(9) 주주총회 시나리오 작성 및 리허설(5/28)
(10) 주주총회 참석 및 표 대결(5/30)
(11) 보도자료 작성 및 배포(5/30)
 3월 결산법인으로, 주주총회일은 2002년 5월 30일임
 

주주총회의 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실제로 소액주주에게 의결권을 권유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일주일 정도에 불과하다. 소액주주의 의결권만을 확보해 주주총회에 대응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주주총회 시간계획표는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각주]
45)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제152조
46)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제153조, 제155조, 제156조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제163조
47) 현대증권 노동조합은 2007년 5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소수주주에게 3만통의 우편
을 보냈고, 3,500여통을 회수해 2,500만주의 의결권을 확보했다. 당시 회사는
2,600만주의 의결권을 확보했다.
48) 통상적으로 우리사주조합 규약에는 이사회의 권한에 관한 규정이 있다. 이사회
권한 중 가장 중요한 권한이 조합의 주주권 행사에 관한 사항이다.
49) 통상적으로 주주총회일 이전 7일전에 조합원에게 공고한 후 주주총회일 전날까지
의사표시통고서를 회수하면 된다.
50) shadow voting
51) 자기주식은 의결권이 없으므로 발행주식 총수에서 자기주식을 차감하면‘의결권
있는 주식의 총수’가 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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