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우리가 안고 있는 불안정 노동의 문제를 해결하고 인간답게 살려면 바로 노동조합이 있어야겠더라구요.(웃음)"

청년유니온(위원장 김영경) 창립식에서 만난 조합원ㅎ(27)씨는 "안 좋은 선입견으로 기존에는 노조가 왜 필요한지 몰랐는데 이제라도 알게 돼 다행"이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20대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ㅎ씨는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어 노조에 가입했다고 했다. 고려대 경영학과 김예슬(21)씨는 "쓸모있는 상품으로 간택되기보다 인간의 길을 선택하기 위해 길을 잃는다”며 자퇴를 선언했다. 20대 여성 영상집단 '반이다'는 당사자들의 얘기를 영상에 담아 "취업만 하면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거냐?"고 물었다.

따로 제각각인듯 보여도 사실은 같은 얘기다. 청년들이 사회에 말을 걸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는 흔히 20대에 대해 다 아는 것처럼 말한다. '20대는 원래 불안하다'·'눈높이만 높다'·'짱돌을 들어라'·'청년다운 패기가 없다’…. 정작 당사자들은 아무 말도 안 하는데, 외부에서는 'G세대'·'88만원 세대' 등 제멋대로 이름을 갖다 붙였다.

그런 의미에서 청년유니온이 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사회가 함부로 규정해 놓은 이름표부터 떼어 내는 것이 시작일 듯싶다. 이를 위해 20대 청년노동자들이 안고 있는 불안정한 노동과 삶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정확히 알려야 한다. 청년유니온 관계자는 “자칫 사회적 약자나 비정규직과의 연대에 소홀했던 기존 노조의 한계를 답습하게 될까 우려된다”고 털어놓았다.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청년의 불안정 노동 문제를 ‘대학생들의 실업’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졸 중심의 우리 사회는 고졸 이하 청년들의 실업 문제는 거론조차 하지 않는다. 이들과 어떻게 연대할 것인지가 청년유니온의 두 번째 과제일 듯싶다. 세대 간 일자리 뺏기 전쟁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기존 노조·세대와 대화도 필요하다.

이 같은 청년들의 ‘말 걸기’가 메아리로 그치지 않으려면, 사회 또한 20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청년 노동의 문제는 더 이상 외면한다고 해서 외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청년유니온의 행보가, 김예슬씨의 선언이, <반이다>의 질문이 철없는 치기로 끝나지 않게 만드는 건 우리 사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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