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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가족대책위 이야기-연두색 여름II 눈물과 희망의 투쟁 이야기
11. 해고는 살인이다! 함께 살자! -권영희-

사랑하는 쌍용자동차 가족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창원가족대책위’ 대표 권영희입니다.
너무 늦은 것은 아닌지 죄송한 마음 가득 안고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지난 6월 14일 ‘창원가족대책위’를 꾸렸습니다. 겁 없이 대표를 맡고 난생 처음 기자회견을 하면서 서러운 눈물도 참 많이 흘렸습니다. 하지만 얼굴도 모른 채 흩어져 있던 우리들은 ‘쌍용자동차가족대책위’라는 이름으로 핏줄을 뛰어넘어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동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남편이 자주 부르는 노랫말 속에 나오는 ‘동지’라는 말이 가족들의 가슴에도 새겨지고 있습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체에서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농민회에서, 민주노총경남본부에서, 민주노동당에서, 희망여성회에서, 마애사 절에서, 전교조 선생님들까지…. ‘창원가족대책위’를 넘어 더 큰 가족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외롭지 않습니다. 기자회견을 하고 인터뷰를 하고 선전전을 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함께 살 수 있는 길은 우리 가족들이 마음을 모으고 얼마나 많이 움직이고 정성을 다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왜냐하면 우리가 외치는 정리해고 반대, 공권력 투입을 막아내고 공적자금 투입을 해낼 수 있는 힘은 국민에게 있으며 그 국민들을 움직일 힘은 우리 가족대책위에 있으니까요.
가슴 절절하게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자랑스러운 남편 여러분, 곁에 있으면서 따듯한 밥 한 끼 차려주고 싶은데…, 이런 안타까운 마음마저 담아서 열심히 할게요. 그리고 참 고맙습니다. 남편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어찌 당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정의로운 사회,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볼 수 있었겠습니까? 노동자의 아내로, 아이의 엄마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부끄럽지 않게 당당하게 싸우겠습니다. 여전히 서투르고, 어색하지만 남쪽 끝 창원에서 힘찬 소식 가득 전해드리겠습니다.
해고는 살인이다! 함께 살자!

ⓒ 매일노동뉴스
12. 아래층 언니와 위층 나 -블루제인-


아래층 언니네는 일명 ‘산 자’다. 해고 명단이 나오기 전부터 우리는 함께 울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언니 네가 살았다는 소리에 내 일처럼 기뻤다.
남편을 평택에 보내고 나서도 언니는 나를 위해 울어줬다. 내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고, 같이 아파해 주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내 일 같은 일도 결국 남의 일이란 걸 알게 해줬다.
쌍용이란 단어 하나를 듣기 위해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틀어놓던 언니가 이제는 내 입에서 나오는 쌍용 소리를 지겨워하는 눈치다. 얼마 전부터는 쌍용의 ‘쌍’ 자도 꺼내지 않게 됐다.
이제껏 힘에 부쳐도 남편 생각해서 꼭 참석했던 ‘가대위’ 모임. 아이들을 맡길 곳이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눈물이 난다. 전생도 탓해본다. 전생에 무슨 큰 죄를 지었기에….
비가 왔던 탓일까. 그냥 우울하다.

13. 기자회견장에 다녀와서 -김미옥-

아침 일찍 서둘러 아이들 보내고 청와대로 갔어요. 조금 일찍 갔는데도 멀리 평택에서는 벌써 도착해 있더라고요. 얼른 대오에 참여했죠.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우리의 투쟁 각오를 다졌어요. 그리고 참석한 여러분들의 기조발언을 들었어요. ‘평택 가대위’ 대표 이정아 씨의 발언, 아니 절규도 들었어요. 또 눈물이 주르르 흘렀어요.
기자회견문 낭독하고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전달해야 할 때, 어느새 전경들이 우리 대오를 에워싸고 있더라고요. 청와대에서 가두시위 하려고 했는데 경찰들한테 저지당했어요. 길 열어달라고 절규했건만 소리쳤건만 꿈쩍도 않고 경고하더라고요. 해산하지 않으면 연행하겠다고…. 다 잡아가더라도 대통령을 만나게 해달라고 소리쳤죠.
평택에선 노-노가 대립중이라고 연락이 와서 우리가 한발 양보해 ‘가대위’ 대표와 ‘쌍용차공투본’ 대표만 항의서한 전달하러 청와대로 들어가고 다른 사람들은 해산했어요.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어요. 얼마나 뜨거운지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온몸이 뜨끈뜨끈한 것 같아요.
우리 남편들 얼마나 덥고 힘들겠어요. 우리 아내들이 힘내라고 더 열심히 응원하고 뒤에서 든든하게 버팀목이 돼주어야 할 것 같아요. 우리 아내들도 좀 더 힘내고 ‘가대위’ 활동 더 열심히 해야 할 거 같아요.
꼭 승리할 거라 믿으며, 투쟁!!!

14. 선전전에 다녀와서 -노경자-

낮에는 찌는 듯한 더위였지만 저녁에 해가 질 무렵부터는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선전지를 일반 시민에게, 국민에게 전달해 보았습니다. 처음엔 어색하고 말도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신랑 얼굴 생각하면서 서툴지만 열심히 해보았습니다.
냉정하게 외면하고 손도 감추고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으시는 분, 미소를 보이며 받으시는 분, 고생한다면서 승범, 승연이에게 말 한마디 건네주시는 분, 뭐냐고 궁금해 하면서 나도 하나 달라고 하시는 분, 협력업체라면서 평택에서 힘들게 투쟁한다는 분, 반드시 승리하여 돌아올 거라며 눈시울을 붉히시는 분. 너무나도 감사했습니다.
바람이 가끔은 거칠게 불어오며 해가 질 무렵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 선전지를 받아주지 않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습니다. 선전전을 하면서, 왜 열심히 일한 우리 남편들이 옥쇄파업을 해야 하는지, 우리 아이들이, 우리 아내들이 왜 이 고생을 해야 하는지, 사측도, 정부도 너무나 원망스러웠습니다. 마음을 진정시키려 하지만 인터넷에는 참 어처구니없는 글귀들이 많네요.
오늘 사측이 일명 깡패를 불렀다지요. 참, 돈도 많아요. 참, 씁쓸하네요.

권영희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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