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 회장직에 복귀했다. 지난 2008년 4월 삼성그룹 회장직을 사임한 지 23개월, 대통령 특별 단독사면 이후 3개월 만이다.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인 이인용 부사장은 24일 이 전 회장의 복귀 관련 브리핑에서 “평소 삼성 계열사 사장들 사이에서 이 전 회장 부재에 대한 아쉬움과 갈증이 있었다”며 “글로벌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투자나 사업조정 등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한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사장단협의회는 지난달 17일과 24일 이 전 회장의 복귀를 논의했다. 협의회는 같은달 24일 이 전 회장의 복귀를 요청하는 건의문을 이 전 회장에 전달했다. 이 전 회장은 사장단의 요청을 받고 “지금이 진짜 위기이며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며 “삼성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고 앞으로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들이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이 전 회장 복귀의 배경에 도요타자동차와 같은 글로벌 기업의 위기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영쇄신 차원에서 퇴진을 결정했던 이 전 회장의 복귀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셌다. 실제 삼성은 특검이 수사결과를 발표한 직후인 2008년 4월 10개 항목으로 이뤄진 경영쇄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중 맨 앞의 3개 항목이 총수일가의 퇴진이었다. 나머지 두 개 항목은 전략기획실 해체와 이학수 부회장·김인주 사장의 퇴진이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이건희 전 회장의 복귀와 삼성전자 회장실 설치 등을 통해 삼성은 2년 전의 경영쇄신안이 완전히 없던 일로 된 것임을 공식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결론적으로 삼성이 국민 모두를 우롱했고 사법부와 정부를 농락했다”며 “삼성이 단순히 훌륭한 성과를 기록하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차원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경제질서와 민주질서를 유린하는 최고의 권력자가 됐음을 보여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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