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요지

해양환경관리공단(이하 ‘관리공단’)은 해양환경관리법(2008.1.20 시행)을 근거로 기존의 한국해양오염방제조합(이하 ‘방제조합’)의 기능을 확대해 2008.1.21에 출범한 공공기관이다. 방제조합은 구 해양오염방지법이 폐지됨에 따라 2008.1.21에 해산됐다. 위의 방제조합은 1998.7.31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이하 ‘부두공단’)의 예선사업(선박의 항만부두로의 이․접안 작업)을 포괄인수 했고, 관리공단은 방제조합의 모든 권리의무와 재산을 승계했다. 한편 부두공단의 3급 이하 및 기능직의 경우 정년 규정은 59세이고, 관리공단(방제조합)은 1997.11.13 제정된 인사규정을 1998.12.31에 개정해 정년을 58세에서 57세 낮추었고, 다시 1999.12.31부터 보수규정을 개정해 퇴직금 지급 규정을 누진제에서 단수제로 변경했다.

그리고 아무런 문제없이 몇 해가 지났다. 그러던 중 관리공단의 퇴직한 근로자들이 위의 인사규정 및 보수규정 개정은 무효라며 정년단축 기간(해고처분) 동안의 임금상당액과 퇴직금누진제 적용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비하고자 관리공단은 2006년 3월부터 같은 해 4월까지 재직 중이던 근로자 334명 중 2006년도 당시 재직 중이던 226명의 서명을 받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사후 추인(무효인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대해 사후에 추인을 통해 변경 당시까지 불이익변경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을 준비했다. 이후 근로자들의 소송이 잇달아 제기돼 일부 신청취지가 인정되자 인천, 평택, 부산, 울산 등 전국 10개항에 배치된 각 지사(이하 ‘지부’)는 비상이 걸렸다. 참고로 필자가 2009년도 전국 항만예선 종사자들의 근로조건 실태조사를 행하면서 B지역의 관리공단 직원을 만난 일이 있었다. 당시 그 관리공단 직원은 지부장이 위의 관련 소송이 대법원에서 종사자들의 손을 들어 준다면 공단자체를 폐업하겠다는 것이 결정사항이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는 얘길 들은 기억이 있다. 대상판결의 원심인 고법이 1998.12.31 정년단축 인사규정 및 2001.1.1 퇴직금 지급 기준 변경을 무효라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대법원이 관리공단의 손을 들어줘 회사가 문을 닫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사건의 요지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 사안의 주요 쟁점은 위의 인사규정 변경이 불이익하지 않다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지와 불이익한 변경이라면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에 의한 동의가 있었는지, 그리고 부수적으로 사후추인을 얻는 경우 위의 근로자들에게도 소급해 효력이 발생하는지 여부에 있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있어서 근로자 동의 절차

일반적으로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은 이미 작성된 취업규칙 자체에 정한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취업규칙의 작성 이전에 벌써 근로자에게 적용하고 있는 근로조건의 내용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도 포함한다.
사용자가 기존의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고, 그 동의 방법은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를 요하며,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라 함은 사업 또는 한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 부서별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간에 의견을 교환해 찬반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도 허용된다(대법원 2005.3.11 선고 2004다54909 판결 등 참조).
또한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1)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변경에 해당하는 때에는 그 변경을 위하여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예외가 인정되기도 한다(대법원 2004.7.22 선고 2002다57362 판결 참조).

정년 단축에 대한 사회통념상 합리성 판단

정년 신설의 경우 근로자 그 업무 감당 연령의 한계 등을 고려해 일반적인 사회통념과 어긋나는 불합리한 것으로 볼 수 없는 한 그 변경에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않아도 되지만 취업규칙에 이미 규정돼 있는 정년을 더 낮게 단축시키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인정받기가 곤란하다. 왜냐하면 경제 상황이 어려울수록 정년 단축에 따른 조기 퇴직으로 인해 근로자들이 입게 되는 불이익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원심(서울고등법원 2009.4.3 선고 2008나93348 판결)과 대상 판결은 정년 단축의 인사규정 변경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원심 판결에 대한 비판

방제조합의 1998.7.31 부두공단 예선사업 포괄인수 당시 사용자 회사 과장 및 부장은 전국 각 지부를 방문하고 각 지부 직원들에게 부두공단과 방제조합의 근로조건 차이 등을 설명한 사실이 있고 승계된 직원들 중 상당수 방제조합의 인사규정(정년 59세가 아닌 58세)을 적용받겠다는 취지의 동의 각서를 제출한 사실은 인정되나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상호간에 의견을 교환해 찬반의견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으로 동의가 이루어졌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해 승계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방제조합의 인사규정을 적용하는 데 사회통념상의 합리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마찬가지로 1998.12.31 정년을 58세에서 57세로 단축하는 데에 있어서도 위와 같이 적법한 절차에 의한 동의가 아니므로 무효에 해당한다고 설시했다.
즉 위 표의 A 근로자는 부두공단의 정년 59세 규정이, B 근로자는 인사규정 개정 전 정년 58세 규정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후 승인에 대해 그 동의의 효력은 동의 당시에 재직 중인 근로자들에게 미칠 뿐이고, 동의를 받기 전에 이미 퇴직한 후 인사규정 변경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A, B 근로자들에게까지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2006년 3월부터 4월까지 1998.12.31 인사규정 변경 당시 재직 중이던 근로자 334명 중 그 때까지 재직 중이던 226명으로부터 사후적으로 동의서를 받은 사실을 인정했고 사후 추인의 효력이 있음을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1998년 동의 방식이나 2006년 사후 추인 방식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마련한 동의각서에 서명, 날인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관리공단 예선사업의 특성상 각 선박별 또는 지부별 일괄적으로 동의 각서를 작성하게 된 경위를 보면, 지부장의 영향력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들의 동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 이 사안과 유사한 동종의 소송에서 2006년에 이뤄진 추가 동의서 취합은 1998.12.31자 인사규정 개정이 무효임을 알면서2) ‘정년 단축’에 대해 사후 추인한 것이라고 판단한 사실이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9.11.27 선고 2007가합103913 판결 참조).

대상 판결에 대한 비판

대상판결은 1998.7.31 방제조합의 부두공단 예선사업 포괄승계 당시 정년 단축 및 1999.12.31 퇴직금 지급기준 변경에 대해 일부 근로자의 각서 미제출 및 반대의사가 있었고, 신.구조문 대비표가 첨부된 점, 정년단축 및 퇴직금 지급률 변경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각서와 동의서가 작성된 점 등을 이유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사용자측이 변경될 내용을 근로자들에게 설명하고 홍보하는 데에 지나쳐 사용자측의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일거에 사용자 편을 들어준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법원 판단에 결코 찬동하기 어렵다. 어느 조직이나 일부 근로자들이 사용자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이고, 대상판결이 각 지부(지사)에서 행해지는 행태, 지부장의 근로자 의견 개입․간섭 등 노무관행의 전반적인 형태를 종합적으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각주]
1) 이 사안에서는 취업규칙의 성격이 계약적 성격과 규범적 성격을 갖는 지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겠다.
2) 전형배 강원대학교 교수, 2010.2 노사저널 ‘불이익변경 취업규칙의 사후추인’ 참조.
민법 제139조(무효행위의 추인) ‘무효인 법률행위는 추인해도 그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당사자가 그 무효임을 알고 추인한 때에는 새로운 법률행위로 본다’에 따라 무효인 법률행위의 추인은 당사자가 그 무효임을 알고 추인해야 한다. 즉 각 지부(지사)장이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당사자들에게 1998.12.31자 인사규정 개정이 무효임을 충분히 설명했는지, 그리고 당사자들이 이를 충분히 알고 동의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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