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12월 부도를 낸 한라시멘트가 구조조정을 거쳐 우량기업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한라그룹 정몽원 회장이 자기 자금을 거의 들이지 않고 30%의 지분을 챙겼을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한라시멘트가 보유하고 있던 한라콘크리트 지분을 사실상 정 회장을 대리하고 있는 대아레미콘(주)에 헐값에 매각하여 회사에는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정 회장은 부를 더욱 축적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노총 조천복 사무총장, 화학노련 박헌수 위원장, 라파즈한라시멘트노조 전경택 위원장 등은 23일 오전 한국노총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부도 이후 전 종업원의 25%에 달하는 250여명이 정리해고 당하고, 급여 총액의 40%에 이르는 101억원의 임금 삭감을 당하는 등 노동자들의 피해가 컸고 6,500여억원의 부채를 탕감받음으로써 금융부실을 초래,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 투입이 투입됐을 뿐 아니라 감자과정에서 수많은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고 "이처럼 국가경제와 노동자에게 심대한 고통을 안겨주고도 천문학적인 이득을 취한 정 회장은 단죄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폭로된 내용은 이 회사 관리직들로 구성된 비상개혁위원회와 노동조합이 최근 폭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한라시멘트는 부도 이후 채권단으로부터 부채 7,543억원을 탕감받고 98년10월 로스차일드사와 합작하여 가교회사로 자본금 5천만원의 RH시멘트 주식회사를 설립, 한라시멘트의 자산을 양수했다. 같은 해 12월 화의가 개시된 뒤 99년 3월 로스차일드의 브릿지론 등 3억 5천만달러를 들여와 남은 부채를 청산했다. 이어 99년7월 프랑스 라파즈사 및 미국 투자자들로부터 외자유치 MOU를 체결, 2000년 1월 자금이 유입됨에 따라 부채비율 100%의 우량기업, 라파즈한라시멘트주식회사로 변신했다.

그런데 99년2월 RH시멘트의 자본이 1억원으로 늘어나는 과정에서 기존의 허모씨외 1인이 주주이던 것이 정몽원 회장 단독주주로 변경됐고, 정 회장은 이후 MOU체결과정에서 30%의 지분을 확보한 대주주로 남은 것. 결과적으로 부도 당시 15.9%(300억원 대로 추정)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였던 정몽원 회장은 현재 이 회사 주식의 30%(700억원 대로 추정)를 확보해 더욱 확고한 지배력과 부를 가지게 됐다는 주장이다.

또한 99년 12월 부실기업인 한라콘크리트 지분의 100%인 60여만주를 보유하고 있던 RH시멘트사는 28, 29일 두 차례에 걸쳐 4백만주씩 총 8백만주를 유상증자하고 이틀 뒤인 31일 이를 한라 그룹의 위장계열사 의혹이 있는 대아레미콘(주)에 주당 34.6원에 매각해 438억원의 손실을 발생시켰다. 노조는 이것이 부실기업이던 한라콘크리트를 정상화하는 한편, 정 회장일가의 지분율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한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노총과 노조는 이번 사건에 대한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무작위적인 외자유치와 외국기업에의 양도양수를 권장해 온 이제까지의 기업구조조정정책은 전면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라그룹측은 "지분 30% 확보는 향후 회사의 M&A와 경영을 위해 정몽원 회장이 중요하다는 라파즈사의 판단에 따른 것이며, 한라콘크리트주식을 매입한 대아레미콘은 한라의 위장계열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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