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우자동차 사태에서 보여지듯 인력조정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노사당사자는 물론 정부당국도 힘의 대결과 물리적 해결 외에 특별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22일 열린 한국노동연구원 주최 토론회에서는 인력조정을 둘러싼 노사갈등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안으로 '전직지원 서비스'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특히 퇴직노동자들을 돕는 실질적인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는 미국의 전직지원서비스 사례가 소개돼 국내 적용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미국의 경험 = 동국대 김동헌 교수(경제학부)는 '성공적인 실직자 지원모형'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미국의 경험을 소개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 91년부터 96년 사이에 인력조정시 약 65.3-84.0%가량의 기업이 전직지원 서비스를 제공했다. 미국의 전직지원 서비스의 대표적 사례로 지난 82년 UAW(전미자동차노조)와 GM사가 훈련개발을 위해 설립한 인적자원센터를 들 수 있다. UAW-GM 인적자원센터는 훈련개발 프로그램 외에도 종업원의 건강안전, 종업원 가족에 대한 지원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으며, 노조원이 한 시간 일할 때마다 GM이 일정액을 기금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운영기금을 마련한다.

공장폐쇄나 인원감축이 발생할 경우 지역공동활동위원회가 인적자원센터 본부의 지원을 받아 전직지원센터를 현지에 설립하고 퇴직준비 사전교육 등을 지원하게 되며, 현역 종업원과 해고 종업원에게 훈련개발의 기회를 제공하는 '학비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변화하는 경제환경과 자동차 산업에 대한 거시적 안목을 갖도록 유급교육휴가 프로그램을 노사간부 합동연수회 형식으로 진행한다는 것도 눈에 띈다.

이와관련 김 교수는 "실직의 이유가 개인의 능력이나 직무성과가 아니라면 종업원이 존엄을 유지하면서 회사를 떠날 수 있도록 사회적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다운사이징이 설계되고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훈련개발프로그램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 고용불안은 여전하다"며 "종업원에게 절대적인 직장보장을 제공하진 않지만 숙련향상으로 취업능력을 제고해 장기적인 고용안정을 추구하려는 노사의 노력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의 인력조정과 전직지원서비스 = 한국에서의 인력조정은 명예퇴직이든 정리해고든 회사에서 떠난다는 것이 곧 모든 혜택의 상실로 연결된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구조조정과 인력조정'이라는 주제발제에서 "미국과 영국처럼 고용과 해고가 자유로운 나라에서의 퇴직이나 해고와는 근본적 의미에서 차이가 있다"며 "명퇴나 정리해고의 대상이 된 30대 후반, 40대, 50대초의 나이든 사람들이 다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중고령자 차별적 노동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인력조정에 따른 노사갈등은 첨예할 수밖에 없어 구조조정의 최우선적 수단이 아니라 마지막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것.

또 배규식 부연구위원은 "실의에 빠진 퇴직자들에 대해 실업수당을 제외하고는 기업이나 정부의 지원대책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퇴직자들이 새롭게 삶을 출발하는 데 실질적 도움을 주는 전직지원서비스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전직지원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경영계의 관심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언급, 경영계의 경우 퇴직자들의 재취업이나 창업을 돕기 위한 기금적립 등이 필요하며 정부도 공신력있는 자격증제도 확립, 노조의 정보권 제도화, 체계적인 직업훈련과 평생 교육제도 확립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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