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겸 운동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선 한 노동자가 집 부근에서 쓰러져 사망해 있는 것을 지나가던 등산객이 발견해 119에 신고한 사건이 있었다. 정확한 사인에 대한 부검조사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뚜렷한 외상이 발견되지 않은 점, 기존에 심장박동이 불규칙한 부정맥을 앓고 있었던 점을 미뤄 업무상 과로로 인한 기존 질환의 악화로 발생한 사망으로 추정됐다. 이에 노조는 회사에 산재 날인과 별도 보상을 요구했으나 묵살됐고, 업무관련성 평가를 위해 필자가 소속된 녹색병원·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의뢰가 들어왔다.

사망에 대한 업무관련성을 평가하기 위한 절차로 우선 고인의 작업력을 살펴본 결과, 사망이 고인의 업무와 밀접히 관련돼 있음을 단정할 수 있었다. 고인의 사망과 관련한 업무상 요인은 고인이 사망까지 4조3교대의 교대근무를 수행한 점, 사망 전 업무 중 폭발사고를 경험한 뒤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겪으면서 심장질환(부정맥)이 발생한 점, 심장질환이 발생한 이후에도 교대근무를 지속한 점 등이다.

결론적으로 고인의 경우에는 십수년간 지속된 교대근무와 폭발사고에 따른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심장질환이 발생했으며, 심장질환이 발생한 이후에도 교대근무를 포함한 잔업과 특근이 지속돼 결국 사망에 이른 것으로 판단됐다. 한 노동자의 죽음과 관련된 업무관련 평가내용의 공개가 혹 고인에 대한 결례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있으나, 위 사례는 교대제와 스트레스가 노동자의 건강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보여 주는 단면이라고 판단해 어렵사리 글의 시작으로 삼게 됐다.

교대제와 (직무에 관련된) 스트레스의 건강영향은 뇌심혈관계·근골격계 질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피로도와 수면장애의 원인이 돼 직·간접적으로 업무상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위·십이지장 궤양 등의 위장관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쳐 정신질환 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러 가지 부정적인 건강 영향 중에서도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영구적인 장해를 남길 수 있는 뇌심혈관계 질환과 관련해 교대제와 스트레스가 기여하는 바를 살펴보고자 한다.

장기간 교대근무는 생체리듬을 파괴해 뇌심혈관계 질환이 쉽게 발생할 수 있도록 혈관의 탄력성을 저하시킨다. 또한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깨트리고, 여러 가지 대사 기능을 감소시킨다. 장기간 교대근무를 수행한 노동자는 교대근무를 수행하지 않은 노동자보다 뇌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고인의 경우에서처럼 폭발사고로 인한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동반한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평소 지속적인 직무 스트레스 또한 뇌심혈관계 질환의 주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 한 예로 2004년 본 연구소에서 진행한 모 자동차 조립사업장의 건강검진 결과 직무 스트레스는 뇌심혈관계 질환의 하나인 고혈압의 주요한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표·그래프 참조>
 


본래 고혈압은 연령에 비례해 증가하지만, 자동차 조립사업장의 사무직 노동자의 경우에는 오히려 40~50대 노동자보다 20~30대 노동자들에게서 고혈압 유병률이 2배 가량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기형적인 고혈압 유병률의 차이는 젊은 사무직 노동자들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업무량과 군대식 조직체계에서 비롯되는 직무 스트레스가 주요한 요인임을 알 수 있었다. 교대제와 스트레스가 노동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련된 수많은 연구와 조사에서 교대제와 스트레스가 노동자의 건강을 파괴한다는 증거를 제시하고는 있지만, 아직 교대제와 스트레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는 성공적인 사례가 많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약물복용이 필요한 간질환자 △뇌심혈관계 질환(뇌경색·심근경색·협심증 등)자 △약물복용이 필요한 천식환자 △인슐린 주사가 필요한 당뇨환자 △약물복용이 필요한 고혈압 환자 △위·십이지장 궤양이 재발되는 환자 △약물복용이 필요한 신경정신질환자 등은 교대제 근무를 제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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