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8일 오전에 노동뉴스를 살펴봤다. 기사 3개가 눈에 들어왔다. 첫째는 금속노조 경남지부 소속 두산DTS지회·두산인프라코어지회·볼보건설기계코리아지회 등 3개 사업장의 지회가 조직형태변경 총회를 통해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탈퇴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전임자임금 지급금지와 복수노조 실시에 맞춰 두산그룹 차원에서 개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둘째 기사는 한국노총·민주노총에 속하지 않는 ‘새희망 노동연대’가 출범했다는 것이다. 40여개 노조관계자들이 충주 수안보에 모여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노동운동,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정책노조·공익노조 지향,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한 사회공헌활동 등’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셋째 기사는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근로시간면제한도를 설정하기 위해 현장 실태조사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위 3개의 기사는 산별노조 탈퇴, 노조 연대체 출범, 전임자 등 실태조사에 관한 것으로 서로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2. 그러나 위 세 기사는 공통점이 있고 사실은 하나를 지향한다. 기존의 노조활동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여기서 탈피해 무언가 새로운 노조활동을 모색하려 한다는 것이다. 첫째 금속노조 탈퇴는 사업장 조합원들이 기존 금속노조활동에서 벗어나는 결의를 한 것이다. 둘째 기사에서는 노조(간부)들이 한국노총·민주노총이 아닌 새로운 노조 연대체를 출범시켰다. 셋째 기사의 내용은 국가가 입법을 통해 기존 노조활동에 규제를 가하는 방식으로 기존 노조운동을 변화시키려 했다. 왜 우리 노조운동을 조합원도, 노조간부도, 국가도 모두 문제라고 하는가. 기존 노조활동과는 다른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해야 한다고 하는가. 사실 노조운동에 대한 문제 제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노조 활동가들도 기존의 노조운동에 관해 수많은 문제를 제기해 왔다. 심지어는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조차도 후보자 시절과 취임 초기에 “뻥파업은 하지 않겠다” 등의 발언을 통해 기존 노조운동에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렇다면 기존 노조운동에 문제가 있다는 것. 이것은 공지의 사실인가. 그래서 결론은 기존의 노조활동에서 탈피해 새로운 노조활동을 모색하는 것인가.

3. 지금 과거는 보이지만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이 나라에서 노동운동은 자본과 국가의 억압에 맞서 빛나는 역사를 만들어왔다. 수많은 사업장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파업 등 투쟁을 통해 노조를 설립하고 민주노조를 건설해왔다. 한때 자주적 노조운동은 70~80년대를 지나며 민주노조운동으로 부활했다. 자본과 권력에 결탁하지 않은 자주적인, 조합원의 의사에 의한 민주적인 노동조합이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노동운동을 주도했다. 이러한 지난 20년 노동운동이 오늘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이상과 같이 노동운동의 과거를 우리는 분명히 볼 수 있고 그 노동운동의 지향은 분명했다. 당시에는 이 지향이 미래였고 미래는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 오늘 노동운동의 미래는 볼 수 없게 됐고, 그 지향은 불분명해졌다. 노조 활동가는 대기업노조의 이기주의를 비판하면서 기존 노조운동의 미래를 믿지 않는다. 사용자들도, 방송과 신문도, 국가권력도 노조 이기주의를 비판하면서 노조운동의 미래를 볼 수 없게 했다. 대부분 노동자인 국민은 노조운동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보지 않는다. 그래서 이날 뉴스에서 보이듯이 조합원들은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기존 노조간부들은 한국노총도 민주노총도 아닌 노조 연합체를 출범시키며, 정부는 기존 민주노조운동의 성과인 사업장 노조활동 보장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전임자급여 지급금지 시행을 위한 근로시간면제제도를 실시하게 된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과거는 남았지만 미래는 무너졌다.

4. 그러나 이 나라에서 노동자는 여전히 노동자일 뿐이다. 무너진 미래에서도 노동자는 노동자로 존재하고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래를 다시 세워야 한다. 어떠한 미래를 세울 것인가.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금속노조를 탈퇴한다면 그 미래가 세워지는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 속하지 않는 새로운 노조 연합체를 조직하여 ‘새희망 노동연대’라고 이름 붙인다면 ‘새희망’의 미래가 세워지는가. 국가권력은 노조법개정을 통해 기존 노조활동 보장을 법적 강제를 통해 금지하고 제한함으로써 새로운 미래를 세우고자 하는데 그 미래는 무엇인가. 1948년 이 나라를 건국하면서 자주적인 단결·단체교섭·단체행동의 자유를 근로자의 기본권으로 보장한 헌법을 제정했다. 자본과 노동으로 사회질서를 구축하고 그에 따라 국가의 법질서를 세운 이 나라에서 근로자에게 노동기본권을 보장했다. 따라서 어떠한 미래도 이 나라에서는 노동기본권을 부정하고 세워질 수 없다. 헌법은 근로자에게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했고, 우리의 노동운동은, 70~80년대 이후 민주노조운동은 한때 무너진 자주적인 노조운동을 쟁취했다. 만약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새로운 노조 연합체를 조직하며 전임자급여 지급금지를 통해 기존 노조활동 보장을 제한하고자 시도하는 것이 사용자와 국가로부터 자주적인 노동조합을 건설하기 위한 것이고 자주적으로 단체교섭을 하고 자주적인 파업 등 단체행동을 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들이 세우고자 하는 미래는 대한민국의 헌법제정자의 결단과 일치하고 궁극적으로 민주노조운동의 지향과 다르지 않다. 과연 그들은 사용자와 국가권력으로부터 보다 자주적인 노조활동을 위해 ‘탈퇴’하고 ‘출범’하고 ‘제한’하는 것인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들이 그리는 미래는 이 나라에서 세워질 수 없다. 적어도 노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는 세울 수는 없다. 물론 노동자라고 해서 항시 사용자와 대립하고 투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라고 해서 언제나 자주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법률은 노사협의회라고 해서 노동자가 사업장에서 사용자와 협력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자주적이지 않다면 그것은 이 나라의 가장 기본적인 국가 법질서는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제하고 금지하는 것이다.

5. 지금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은 과거 민주노조운동 시기에 단순히 사업장단위에서 민주노조를 건설하기 위한 투쟁방식으로는 더 이상 전진할 수 없다. 수십만명, 수만명의 조합원을 관리하고 운영하며 이들을 위한 협약 체결 등을 위해 보다 전문적이고 기술적이어야 한다. 지금 새로운 노조 연합체가 출범하면서 이들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정책노조’를 주장한다. 이것은 기존의 노조라고 해서 무시할 것이 아니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노동조합 내에서 관철해야 한다. 변화된 조직상태에 맞게 기존의 조직체계를 새롭게 설계하고 구축해야 한다. 노동자를 위한, 조합원의 권리 확보를 위한 노동조합의 활동에 관해 고민한다면 기존의 교섭과 투쟁에서 어떠한 문제가 있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사업장단위의 협소한 민주노조운동의 투쟁방식과 시야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전체 노동자를 위한 무슨 노동법개정 내지 중앙교섭을 내세우고 투쟁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조직운영과 투쟁방식이 사업장단위의 민주노조 건설을 위한 것에서 벗어나 수십만 조합원의 권리 확보와 거대한 노동조합의 조직운영을 위한 것으로 새롭게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관련한 최고의 전문성을 갖춘 조직으로 정비되어야 한다. 한정된 자원을 가장 유용한 과제를 쟁취하는데 집중하여 사용해야 한다. 지금 민주노조는 관료화가 문제가 아니라 조직과 그 활동을 기술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문화된 조직시스템이 필요하다. 그것은 국가조직과 기업조직의 관료시스템까지도 긍정적인 부분은 적극적으로 흡수하여 조직을 정비하여야 한다. 그래야 조직의 자원을 가지고 확보 가능한 과제를 설정하고 그 결과에 관한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다. 언제까지 수백, 수천의 사업장 조합원을 위한 조직이 하나의 사업장단위의 노조조직과 동일한 사업부서 등 조직체계를 갖추고 비슷한 방식으로 사업체계를 해마다 반복할 것인가. 노동조합의 조직체계와 사업체계의 부실은 가장 주된 성과인 단체협약으로 나타난다. 노조가 조합원들에게 사용자의 부당한 행위에 항의하며 투쟁하라고 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그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이 노조활동과 조합원의 권리를 보장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조활동과 조합원의 권리를 단체협약에 의해 보장할 수 있을 때 미래는 노동조합의 것이다. 그때는 조합원과 노동자는 노조운동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볼 것이다. 더 이상 ‘탈퇴’와 새희망의 ‘출범’, 그리고 노조활동에 대한 국가의 금지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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