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가 한창이다. 25일로 집권 2년이 된 탓이지만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이번 지방선거는 국민들이 내리는 실질적인 평가이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일부 언론은 경제·노동 정책에 후한 점수를 줬다. 지난해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서 빠르게 경제 회복을 이뤄 냈고, 노사관계에 원칙적으로 대응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MB 정부 2년간 빈부격차를 해소한 게 업적”이라고 자평했다. 이러한 평가는 MB 정부 지지자마저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경제와 노사관계에 대한 호평은 어색할뿐더러 불편하기까지 하다. 이명박 정부 2년을 되돌아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경제위기라는 외적요인 탓으로 돌릴 수 있겠지만 MB 정부의 성적표는 사실상 초라하다. MB의 공약사항에 빗대 볼 때 그렇다. ‘7% 경제성장률, 소득 4만달러, 7대 경제강국’은 구호에 그쳤다. 성장률은 2008년 2.2%, 2009년 0.2%에 그쳤고, 소득도 지난해 1만7천달러로 주저앉았다. 이런 상태로 7대 경제강국은 요원하다.

연평균 60만개, 임기 내 300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약속도 지켜질 수 없게 됐다. 일자리는 2년간 고작 7만3천개가 늘었다. 실질적인 고용지표인 고용률은 지난해 58.6%로 2000년(58.5%) 이후 가장 낮았다. 실업률은 3.2%(2008년)에서 3.6%(2009년)으로 늘었고, 지난달 실업률은 5%대로 치솟았다. 취업준비생·구직단념자 등 실질적 실업자는 461만명에 달한다.

노동자들의 주머니 사정은 참담하다. 실질임금 증가율은 2008년 3분기 이후 5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협약임금인상률은 1.7%에 불과하다. 단위 노동비용 증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경제와 일자리 지표만 보더라도 MB 정부는 2년간 ‘낙제’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빈부격차는 더 확대됐다. 집권 초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며 감세와 규제완화를 추진했지만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못한 탓이다. 물론 정부는 희망근로 등 실업대책으로 최악의 실업대란을 막았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전 정부의 정책을 재탕한 단기적 일자리에 불과하며 20~30대 실질적 실업피해자를 구제하지 못했다. 결국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됐는지 모르겠지만 노동하기 어려운 나라가 된 것은 분명하다.

노사관계 정책도 마찬가지다. ‘배제와 차별’이 있었을 뿐 ‘대화와 타협’은 미흡했다. 노동권은 민주화 이전시대로 후퇴했다는 게 지배적 의견이다.
공공부문 노사관계에 대해 정부는 전방위적으로 개입했다.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의 시국선언에는 대량징계와 형사고발을 하며 강경대응했다. 철도파업에는 대통령까지 직접 나섰으며, 공사측의 파업유도 계획마저 폭로됐다. 직무감찰에 충실해야 할 감사원은 공기업노조에 대한 대대적 감사를 벌이며 노사관계까지 감사영역을 넓히는 월권을 강행했다. 기획재정부는 공기업 노사의 협상영역임에도 임금과 단체협약에 대해 지침을 내려 갈등을 유도하기 일쑤였다. 이쯤 되면 공기업 경영과 노사관계의 자율성은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이미 낡아 버린 공기업에 대한 정부 개입이 ‘선진화’라는 미명하에 다시 활개를 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인력감원으로 진통을 겪는 민간부문에 대해서는 철저히 경제논리와 사용자측 편향으로 일관했다. 77일간 장기파업을 겪은 쌍용자동차가 대표적이다. 당시 정부는 ‘불개입, 자율해결’이라는 미명 아래 쌍용차 파업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여겼다. 시장경쟁에서 존립이 어려운 쌍용차에 지원할 수 없다며 정부 스스로가 해결책을 막기도 했다. 그러면서 파업현장에 경찰력을 투입해 사측의 정리해고 계획에 손을 들어줬다. 대주주인 상하이자동차와 쌍용차 경영진의 경영실패의 고통을 노동자에게만 전가시킨 것이다.
 
이렇듯 MB 정부는 공공·민간부문 노사관계에 개입과 불개입이라는 엇박자(차별화)를 취하면서도 사태해결과 정책결정에서 노동배제 원칙을 고수한 것이다. 이러다 보니 집단적 노사관계를 다루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마저도 노조운동을 위축시키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비록 근로시간면제로 일부 활동을 보장한다지만 전임자수는 줄 수밖에 없고,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로 소수노조의 교섭권이 박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노동배제와 노동권의 후퇴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MB 정부는 노사관계를 안정시켰다고 자화자찬하기에 앞서 초라한 노동정책 성적표를 뼈아프게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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