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장시간 노동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난 2007년 기준으로 연간 노동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평균의1.3배에 달한다. 특히 자동차생산직의 노동시간은 연간 2천500시간 수준이다. 일반 제조업노동자보다 300시간이상 길다. 장시간노동의 대표적 근무형태인 밤샘근무도 여전하다.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들의 건강은 물론이고 가족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밤샘근무폐지를 뼈대로한완성차노사의‘주간연속 2교대제’논의는 교착상태에 빠졌다. 지난해 6월 노조 집행부의 사퇴로 현대자동차 노사의 논의가 잠정중단됐고, 뒤이어 기아자동차노사도 논의를 중단했다. 두 회사모두올해노사교섭에서 이 문제를 핵심의제로 다룰 계획이지만, 실현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노조와 회사∙노동자∙협력업체 등 이해당사자들이 각각의 이유를 들어 제도 시행을 마뜩잖아하기 때문이다.

노동의인간화와삶의질개선, 고용안정을표방한 야심찬 프로젝트가 이토록 좌초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8일 <매일노동뉴스>와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원장 공계진)이주간연속2교대제 논의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온 전문가들을 초청해 서울 모처에서좌담회를 진행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가 사회를 맡았고, 박태주 노동행정연수원 교수∙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종탁산업노동정책연구소부소장∙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위태위태한 주간연속 2교제대의 불씨는 과연 되살아날 수 있을까.
 

사회 : 현대차 노사와 기아차 노사 모두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을 합의해 놓고도, 현재 이렇다 할 진척이없다. 왜 아무런 성과가 없는 것일까. 현대차와 기아차 교대제 개편 논의 과정에 직접 참여한 박태주 교수와 이종탁 부소장이 현재의 상태를 진단해 달라. 

박태주 : 현대차에서 노동시간 단축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98년이다. 노조는 외환위기 당시 회사가 추진하던 대규모 정리해고의 중단을 요구하며 ‘7시간+7시간’체계(주 35시간제)를 기반으로 하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제안했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
리를 나눔으로써 고용의 안정성을 지키자는 취지였다. 노조는 이어 2001년도 근골격계질환 근절 투쟁을 벌이며 장시간 노동과 밤샘노동의 철폐를 주장했다.
건강과 안전, 즉 노동의 인간화에 초점을 맞췄다. 현대차 노사는 2005년 단체교섭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에 최초로 합의한다. 2006년과 2007년 교섭에서 제도 시행을 재확인하고, 2008년 교섭에서 2009년 1월 중으로 전주공장에서 시범실시하고 같은해 9월 중으로 전체 공장에서 실시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현재 주간연속 2교대제는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2009년 단체교섭 중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윤해모 집행부가 사퇴를 했기 때문이다. 제도 시행에 대해 구체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주체가 없어진 것이다.

이종탁 : 기아차는 정확하게 현대차의 뒤를 따랐다. 현대차가 2005년 교섭에서 이 문제를 다루자, 기아차는 2006년 교섭에서 다뤘다. 합의 내용도 현대차 노사의 합의를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 현대차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 논의가 실종되자 기아차에서도 논의가 사라졌다.
현대∙기아차그룹 차원에서 최근 눈에 띄는 현상은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에 대한 회사측의 차별화 전략이다. 기아차 노사의 지난해 임금교섭 과정에서 임금 차별화 전략이 두드러졌다. 주간연속 2교대제 논의에 있어서도 기아차와 현대차의 생산성 차이 등이 부각되고 있다. 이 같은 차별에 지부가 긴장감 있게 대응하려다 보니, 주간연속 2교대제의 본래 의미를 살리기보다는 현대차와의 차별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사회 : 현대∙기아차의 주간연속 2교대제 논의가 본격화되기 전 다른 완성차업체들도 유행처럼 이 문제를 논의했었는데, 지금은 논의 자체가 사라졌다.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는 논의의 불씨가 사그라진 현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상호 : 현대차지부를 중심으로 교섭의제와 방침, 투쟁지침이 결정되는 금속노조의 한계가 주간연속 2교대제 논의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2007년 금속노조 중앙교섭 의제로 주간연속 2교대제를 다루자는 내부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제도에 대한 자신감이나 확신이 부족했다. 결국‘노사공동위원회에서 조사한다’는 식의 면피용 수준의 합의를 도출하는 데 그쳤다. 노사관계나 산업적 패러다임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임금∙물량 같은 단위사업장 수준의 논의를 되풀이했다.

사회 :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 논의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3자의 얘기를 들어 보자.

사용자‘지연전술’의 승리

조성재 : 결과적으로 보면 참여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웃음) 주간연속 2교대제 문제는 우리나라 자동차 노사관계의 지형을 그대로 보여 준다. 할듯 말 듯 하면서 결국 돌파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사회적으로나 노사관계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제임에도 불구하고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간 얻은 게 없다. 대신 임금∙복지 중심의 실리적 조합주의가 반복되고 있다. 달리 말하면, 사용자의‘지연 전술’이 승리한 것이다. 노동운동도 시기별로 우선순위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유연성이 부족했다. 그러면서 노동운동의 진정성은 의심받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노동시간 단축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기존 틀에서 벗어날 생각이 부족했던 것 아닌가.

사회 : 오늘의 얘기는 간단하다. 주간연속 2교대제가 왜 안 되는지를 진단하고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이다. 제도를 둘러싸고 크게 6개의 주체가 있다. 완성차 사용자와 지부, 완성차지부 조합원, 금속노조, 부품업체 사용자와 노조, 전문가다. 각 주체에 대해 얘기
해 보자.

이상호 : 2005년에서 2007년까지만 해도 주간연속 2교대제에 대한 조합원들의 기대와 열망이 대단했다. 사용자는 기존의 체계를 바꿀 이유가 없었지만, 조합원들의 열망을 기반으로 한 노조의 요구에 의해 수동적으로나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2009년 경제위기를 거치며 사용자들은 주야 맞교대를 기본으로 한 잘못된 생산방식이 오히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박태주 : 2005년에 현대차가 주간연속 2교대제를 수용한 것은 노조의 압력에 밀렸기 때문이다. 고령화가 진전되고 있고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은 사실 허울에 불과하다. 노조의 압력에 밀려 받아들인 것뿐이다. 사용자가 노동시간을 단축할 이유는 별로 없다. 노동비용이 늘어나고, 설비투자에 대한 가동률이 떨어진다. 필요하다면 신규채용까지 해야 되고, 자칫 물량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종탁 : 회사측은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대신 노동력 사용에 대한 유연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노동시간을 단축하지 않아도 유연성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 같다. 회사측은 구조적 측면에서 모듈화나 외주화로 유연성의 한 축을 획득했고, 글로벌 생산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외부적 유연생산시스템의 틀을 만들어 왔다. 철옹성으로 여겨졌던 전환배치와 물량 이관의 고리도 풀렸다.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혼류생산체계와 병행생산체계를 갖췄다.
한편에선 노동력의 고령화로 정년퇴직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 기아차 소하리공장에서만 100여명 이상이 퇴직했다. 물량을 맞추려면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회사측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획득하려고 했던 기업 내부의 유연성과 생산성 향상을 노동시간을 줄이지 않고도 얻을 수 있게 됐다. 회사측이 노동시간 단축을 선택할 여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조성재 : 도요타자동차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90년대 중반 도요타가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한 데에는 2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당시는 인력난이 심했다. 일하기 편한 작업장을 만들지 않으면 청년층을 자동차 공장으로 불러들일 수 없었다. 때문에 주간
연속 2교대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현대차에 입사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선 상황이므로 이 같은 인력 유인책은 해당사항이 없다.
또 다른 요인은 국제적 압력이다. 일본의 장시간 노동에 대해 국제적으로 비난 연론이 일었고, 일본의 대표기업인 도요타의 대응에 시선이 쏠렸다. 우리의 경우 가장 주요한 압력은 노조의 압력이다. 노조가 사용자를 상대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 담합적 노사관계에서 소수 정규직이 높은 임금∙복지 혜택을 누리고, 완성차업체는 모듈화∙외주화로 경영에 아무런 지장도 받지 않는 상태라면 더더욱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유연성 확대, 노동시간 단축 유인책 실종

사회 : 얘기를 할수록 주간연속 2교대제의 불씨가 꺼져 가고 있음이 확인되는 것 같다.

이종탁 : 아직 불씨는 살아 있다. 해외생산체계가 가동되면서 국내 물량을 줄여야 되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기아차의 목표는 2012년 국내외에서 650만대를 생산하겠다는 것인데, 국내 물량 유지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물량 축소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
냐 하는 과제가 남는다. 물론 회사측이 비용절감만 추구한다면 주간연속 2교대제의 불씨는 사그라질 것이다. 가령 국내공장의 공정을 해외로 빼낸 뒤 해외공장에서 부품을 역수입한다던가, 국내 노동자가 정년퇴직한 자리에 신규인력을 투입하지 않고 설비자동화
를 통한 중장기적 비용절감을 추구한다면 주간연속 2교대제 논의는 실종될 것이다. 예측컨대, 현대차는 앞으로 2~3년간 생산체계 유연화를 확대한 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지금보다 훨씬 쉬운 방법으로 노동시간 단축에 나설 것이다.

사회 : 이종탁 부소장은 회사측이 현재의 상황을 지배하며 자기 전략대로 움직여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분들의 견해는 어떤가.

조성재 : 변화된 상황을 봐야 한다. 도요타가 최근 고전하는 원인이 무엇인가. 글로벌 방만 경영에 원인이 있다면, 글로벌 현대의 경우도 국내 공장의 중요성이 다시 조명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현대차가 더 이상 국내 공장에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국내 공장의 중요성이 확인되면 좀 더 진전된 논의의 장이 마련될 것이다.

이종탁 : 내 생각은 다르다. 2~3년 안에 회사측은 주간연속 2교대제 문제에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다. 노조를 평정한 뒤 제도를 도입한 도요타의 전철을 밟는다면 모를까.

사회 : 사용자를 변화시키는 주체는 노동이다. 금속노조와 지부, 조합원의 상태를 살펴보자.

이상호 : 현장 조합원들은 지난 수년간의 논의와 노사합의에도 불구하고 제도가 시행되지 않았다는 점에 상당히 실망했다. 지부 간부들의 의식도 바뀌었다. 예전엔 주간연속 2교대제만 도입하면 장기집권도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잘못 손댔다간 큰 코다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금속노조나 지부가 전략적 방향을 잘못 설정한 측면도 있다. 노조가 단시간 내에‘8시간+8시간’체계를 완성하겠다는 데 초점을 두고 논의를 진행하는 사이 회사측은 조합원과 집행부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사측은“현재 임금을 100% 유지하려면 현재 물량 100%를 맞춰야 한다”는 식으로 여론을 교란시켰다. 노조는 산업적 지형을 살피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주간연속 2교대제가 논의된 지난 몇 년간 국내 완성
차업체의 해외진출이 확대되는 등 변화가 잇따랐다. 현대차 노사를 넘어 현대차그룹, 또는 한국의 자동차산업이라는 넓은 틀을 기반으로 점진적∙단계적 도입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리더십도 중요하다. 현장 조합원들은 임금보전을 전제로‘하면 좋고 안 해도 그만’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금속노조나 지부 간부들이 현실적 문제를 정확하게 얘기하고 설득해야 한다. 때로는 조합원과 싸울 수 있는 자세도 필요하다.

사회 : 이른바 ‘3무 정책’의 문제점과 산업적 고민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태주 : 현대차지부가 밝힌 3무 정책은‘고용불안 없는, 노동강도 강화 없는, 임금삭감 없는’주간연속 2교대제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마디로 노조에 목표와 전략이 부재했다는 뜻이다. 3무에 해당하는 세 가지 목표는 서로 상충된다.
2008년 현대차 교섭은 3무 정책이 어떻게 발현되는가를 보여 줬다. 당시 조합원들이 고용불안을 느끼는 상황이었지만 고용안정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노사는 물량보전을 전제로 한 임금보전에 합의했다. 물량을 보전하기 위해 회사측는 시간당 생산대수(UPH)를 높이자고 주장했다. UPH를 높이려면 인원을 충원하거나 노동강도를 높여야 한다. 이는 시간당 투입인원(M/H)과 연관된다. 그래서 노사는 M/H위원회 만들기로 합의한다. 이는 노조가‘노동강도 강화 없는’이라는 3무 정책의 한 축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임금보전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 M/H를 통해 노동강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불안감은 지부 집행부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이어졌다. 집행부 사퇴 압력이 제기됐고 집행부 사퇴가 현실화됐다.
지부가 내세운 목표는 사실상 임금인상 프로젝트였다. 노동의 인간화나 노동시간 단축이 아니었다. 결국 지부 스스로 자기 발목을 잡은 결과로 나타났다. 밤샘노동 철폐와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목표를 분명히 세우지 못한 상태에서 3무 정책으로 여론을 호도한 것이 현재의 교착상태를 불렀다.

이종탁 : 현대차에 주간연속 2교대제가 처음 제기된 98년에는 정리해고 문제가 있었고, 교섭이 본격화된 2005년에는 해외공장 문제와 국내 노동자 고령화 문제가 있었다. 뭔가 새로운 시스템과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노사가 공감했다. 그런데 2005년 이후 현대차와 기아차의 양상은 기존과 다르게 전개된다. 기업 전체로 볼 때 물량 문제는 없었지만, 공장 간, 라인 간 물량의 편차가 발생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물량 문제에 대한 이해가 엇갈렸다.
외부의 이해관계도 달랐다. 2007~2008년 부품사 실태조사를 벌였는데, 부품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에 반대했다. 완성차들은 필요한 물품을 확보해 가면 그만이지만, 부품사들은 일감이 줄거나, 임금이 줄거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이
유 때문이다. 이처럼 조직 안팎의 이해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현대차지부나 기아차지부가 선택한 것이 임금인상 프로젝트다. 물량에 대한 이해가 다르고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차원의 전략적 방향이 없는 상태에서 임금인상이라는 손쉬운 길을 택한 것이다.

‘임금인상 프로젝트’선택한 노조

사회 : 해당 주체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치밀한 기획이 부재했다는 평가다.

조성재 : 기획이 부재했다기보다는 로드맵이 부재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가 빠졌다. 2008년 현대차 합의문을 보면 M/H위원회에 구체적 논의를 떠넘겨 놓은 것에 불과하다. 조합원들의 눈에도 이런 합의는 못 미더운 것이다. 이 때문에 1차 투표 찬성
률이 30%대에 그쳤고, 100만원을 올려준다는 내용이 추가된 2차 투표 찬성률도 겨우 50%를 넘겼다. 사정이 이러니 임금인상 프로젝트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주간연속 2교대제의 핵심은 노동시간 단축이다. 예를 들어 현재 2천500시간이 넘는 연간 노동시간을 몇 년간 2천100시간으로 줄이겠다는 구체적 계획이 필요하다.
노동시간 단축은 생산방식은 물론이고 노동자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기 때문에 파일럿 테스트(시범실시) 공장이 있어야 했다. 노동시간 단축로드맵과 파일럿 테스트 공장을 통해 주간연속 2교대제가 왜 좋은지 조합원들에게 보여 줬어야 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불변의 원칙이라는 점을 강조했어야 한다.

사회 : 금속노조든 지부든 2년마다 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노사협상 결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런 내부 구조 때문에 로드맵이 유실된 것은 아닐까.

조성재 : 집중성과 분권화의 조화가 필요하다. 금속노조 지도부가 기본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줘야 한다. 부품업체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지부가 큰 그림을 그리기는 어렵다. 공장별로 제도 도입이 가능한 곳은 먼저 도입해야 한다.

이상호 : 핵심은 밤샘노동의 철폐다. 제도 도입의 목표를 밤샘노동 철폐에 맞추고, 근무형태 변경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실제 노동시간 단축 프로그램과 투쟁을 병행하면 논의가 진전될 것이다. 그동안 노조는 임금과 물량보전이 100%‘ 선’이라는 오류를 범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꽃놀이패였던 셈이다. 회사가 두려워하는 지점에 전략적 목표를 맞춰야 한다.

이종탁 : 주간연속 2교대제 논의는 정리해고와 세계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사가 나름의 방식으로 담합적 구조를 형성하고 최선치를 고민해 온 것이다. 문제는 노동운동의 측면에 있다. 노동운동이 다루는 담론은 체제변혁적 측면을 포괄하고 있다. 주간연속 2교대제 논의 자체는 노사 간에 후퇴와 양보를 전제로 하고 있는데, 이 같은 논의를 하기엔 노동운동을 치장하고 있는 체제변혁성이라는 갑옷이 너무 두껍다. 제도 시행을 위한 준비도 부족하다. 임금과 인력문제를 따로 다루는 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합의한 것을 노사합의라고 할 수 있나. 임금과 M/H, 인력투입 문제와 관련해 어떤 준비도 안 돼 있다. 노사가 담합했다고 평가하는데, 실은 노사의 담합 지점이 너무 얄팍하다.

로드맵과 현실적 도입방안 필요

조성재 : 3무 정책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곧, 임금∙고용∙근로시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측면에서 현대차 노동자들이 임금∙복지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독일의 폭스바겐이 주당 28.8시간(주 4일제)을 시행할 때처럼 우리도 현재의 왜곡된 임금구성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또 하나 분명한 것은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 제도 시행은 있을 수 없고, 실제 노동시간 단축 없이 주간연속 2교대제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오늘 대화를 통해 과연 현 시점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이 노동계의 메인 슬로건이 되는 것이 맞느냐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결론은 주간연속 2교대제를 장기적인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도의 상과 목표를 약간 수정할 필요도 있다. 그것은 실제 노동시간 단축과 고용창출이다. 청년층을 위한 제조업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의제 설정이 필요하다. 지난 5년의 논의 경험에 비춰 볼 때 분명한 것은 기존의 노사관계 지형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타임오프-복수노조’라는 제도적 충격에 따른 노사관계의 지형 변화가 예고돼 있고, 향후 변화의 방향은 아무도 모른다. 노동계는 그나마 힘이 남아 있는 지금 새로운 체계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노동운동의 목표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박태주 : 주간연속 2교대제는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조합원들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엘리트 운동가들의 집권프로젝트로 시작된 것이다. 노조가 3무의 함정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동시간 단축이 정말 중요하다면 교대제 개선이 아니고도 방법은 많다. 휴일만 100% 지켜져도 최소 150~200시간이 줄어든다. 특근을 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 교대제를 변경하지 않고도 쉬운 방법이 많은데 노동계는 힘들고 어려운 교대제 개편을 고집한다. 이유는 한 가지, 임금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임금의 일정부분을 포기해야 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임금보전을 전제로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물량보전의 방식이 바뀌게 돼 있다. 설비투자가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반면 임금을 일정부분 포기하면 생산성과의 연계가 약화된다. 그러면 생산방식의 변화와 더불어 신규충원이 불가피해지면서 고용창출이 가능해진다. 이것은 마치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같은 것이다. 조합원들의 동의가 없는 주간연속 2교대제 논의는 모래성에 불과하다.

이상호 :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간연속 2교대제가 자동차 노사관계 패러다임 전환의 결정적 계기가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이 문제와 연관된 다양한 주체들, 즉 금속노조와 완성차지부∙부품업체지회가 공동기획∙공동교섭∙공동투쟁의 기조를 분명히 하고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에 대한 의지와 실천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사용자의 태도와 노사관계 지형을 놓고 볼 때 시간이 별로 없다. 결국 노조 스스로 주간연속 2교대제의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시기별로 전략적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출발점이 돼야 한다.

정리=구은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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