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와) 사전 협의 없이 임의로 감가상각비를 목적 외인 건물 매입에 사용한 후 훈련시설·장비 교체를 이유로 다시 국고 290억원 지원을 요구했다. 매입 당시에는 훈련시설과 장비 사용연수가 10~13년이 돼 교체가 시급한 실정이었다.”
지난 2006년 말 대한상공회의소 인력개발사업단을 감사한 노동부는 이듬해 1월 결과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비판했다. 노동부 감사는 인력개발사업단이 94년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현 한국산업인력공단)의 노사공동훈련원 8곳을 무상이관 받은 지 12년 만에 처음 이뤄졌다. 

노동부는 당시 대한상의가 2003년 말 서울 양평동의 이레빌딩을 매입한 과정을 추적했다. 이레빌딩은 신관과 구관 2개동으로 구성돼 있었다. 대한상의는 신관을 임대사업에 사용하고, 구관을 증축해 서울지역 직업훈련 시설로 활용하려고 했다. 임대사업은 인력개발사업단 설립목적에 어긋난다.

노동부 감사에서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이레빌딩 매입자금의 출처였다. 대한상의는 노사공동훈련원을 이관받은 뒤 2003년까지 쌓아 놓은 훈련시설·장비 감가상각충당금 505억원을 시설장비 교체에 사용하지 않고 건물매입에 썼다. 매입자금 595억원 가운데 건물 임대보증금 120억원을 제외하고 나머지가 모두 감가상각비였다. 시설장비비 명목의 자금은 계속 지원됐지만, 시설과 장비를 바꾸지 않아 노후화 비율이 74%에 달했다. 반면 대한상의에 이관되지 않고 산업인력공단이 직접 운영하던 기능대학의 노후비율은 같은 시기에 44.6%였다.

노동부는 대한상의에 건물을 처분해 시설장비를 교체하는 데 투자하고, 훈련비 지원방식도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보조금법)에 따라 사업비를 지원하고 정산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라고 지적했다. 민간과 달리 위탁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데다, 대한상의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정부가 승인하는 형태로 이뤄져 보조금 교부절차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지원방식을 바꿔 목표량을 채우지 못한 훈련비를 반납토록 한 것이다. 노동부는 민간훈련기관과는 달리 시설과 장비비를 별도로 계속 지원하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2007년 말 대한상의는 이레빌딩을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953억원이었다. 노동부가 감사보고서를 낸 지 만 3년이 훌쩍 지난 2010년 2월. 대한상의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매각대금 대부분 금융상품 운용
 
노동부는 감사 뒤 산업인력공단이 대한상의 훈련사업비 집행실적을 감사하고, 매각대금 사용처를 정부·산업인력공단과 의논해 결정하도록 했다. 감사를 통해 부적정 사용액이나 집행하고 남은 돈을 환수하기도 했다. 실제로 2008년 우선선정직종훈련사업에 지원된 예산 365억3천만원 중 9억7천만원을 환수했다. 

대한상의는 2008년 말 현재 매각대금 953억원 중 735억5천만원을 남겼다. 법인세와 보증금 같은 매각부대비용으로 86억4천만원을, 시설장비비로 95억원을 썼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부적정하게 집행됐거나 쓰지 못해 다시 환수조치된 35억9천만원도 매각대금에서 냈다. 그런데 대한상의는 남은 돈을 정기예금과 양도성예금증서(CD)·환매조건부채권에 투자했다. 2009년에는 정기예금과 환매조건부채권(RP) 비중을 줄이고, CD 비중을 높였다. 지난해 8월 말 현재 대한상의는 이레빌딩 매각대금을 정기예금에 232억원, CD에 401억원, RP에 50억원씩 넣어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매각대금에서 추가로 지출한 시설장비비는 58억원에 그쳤다.

대한상의가 금융상품에 투자해 얻은 이자수익은 이레빌딩을 매각하기 전 임대수익에 맞먹는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에 따르면 2008년 대한상의가 이자로 얻은 수익은 45억5천만원에 달한다. 대한상의가 이레빌딩 매각 전에 올린 임대수익은 2004년 37억원, 2005년 50억9천만원, 2006년 51억8천만원, 2007년 48억7천만원이었다.

당시 대한상의는 임대료 수익으로 직접경비를 제외하고도 매년 20억원가량의 차액을 냈고, 노동부는 이 차액을 시설장비비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07년 1월에 나온 노동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한상의는 2005년 임대료 수익 51억7천만원 가운데 28억9천만원을 쓰고 나머지를 시설장비비(12억2천만원)와 직원 복리후생비(10억원)로 사용했다. 임대수입액과 사용처 모두 감사결과와 보고내용이 다르다.

이자수익도 사용처가 명확하지 않다. 노동부에 따르면 대한상의는 2008년 이자발생액 45억5천만원 중 32억8천만원을 쓰고 나머지를 2009년 부족 훈련비로 집행했다고 보고했다. 2008년에 쓴 32억8천만원은 훈련지원비 15억3천만원, 관리유지비 5억8천만원, 잡비와 세금 4억9천만원, 인건비 2억8천만원이다. 3억8천만원은 내역조차 없다.

산업인력공단의 ‘대한상의 예산 비목별 세부 집행지침’에 따르면 훈련지원비도 적절하게 쓰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반관리비 명목으로 지출된 훈련지원비 9억1천만원 가운데 대한상의가 이자수익으로 지출한 돈은 8억5천만원인데, 그중 절반 이상이 산업인력공단이 집행을 금지한 사업에 사용됐다. 전산네트워크 관리비용 3억여원과 교직원연수 1억4천여만원, 컨설팅 비용 1억7천여만원이 모두 금지목록에 해당되는 돈이다.    
 
감가상각비는 ‘요술방망이’
 
2007년 감사에서 지적됐던 감가상각충당금을 여전히 과다하게 계상하는 것도 석연치 않다. 대한상의가 자체 작성한 결산서인 2008년 ‘재원별 비용집행실적’에 따르면 직업훈련특별회계 교육훈련운영비 항목에 계상한 감가상각비는 61억원에 달한다. 중소기업훈련컨소시엄 사업수입과 이자수익 등 자체수입에서 거의 대부분을 충당하고 있다.

특히 2008년 대한상의가 수행한 중소기업훈련컨소시엄사업은 전체 집행액 30억5천만원 중 18억2천만원이 감가상각비였다. 2007년에는 집행액 44억2천만원 가운데 31억7천만원을 감가상각비로 계상했다. 3곳의 지역상의는 컨소시엄사업을 2001년부터 수행했는데 지원금의 대부분은 시설비와 장비비였다. 노동부 관계자는 “시설장비 지원을 포함할 경우 12억~13억원이 지원된다”며 “그중 10억원 가량이 시설장비지원비”라고 설명했다. 매년 시설비와 장비비가 지급되고 있는데도 감가상각을 한 셈이다. 노동부 감사에서 지적된 내용과 유사하다.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국가가 대한상의에 시설과 장비 교체비용을 줬다면 그만큼은 실제 남아서 쌓인 것”이라며 “대한상의가 자체적으로 돈을 들이지 않은 이상 감가상각비로 표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산업인력공단이 대한상의 감사보고서 수지표에 감가상각비를 표시하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장국찬 대한상의 능력개발실장은 “감가상각비는 현금이 수반되지 않는 장부상 비용일 뿐”이라며 “건물(이레빌딩) 매입자금도 감가상각비가 아니라 훈련사업을 열심히 해서 정당하게 남긴 돈으로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장 실장은 컨소시엄사업에 대해서도 “지역 공단 등에 훈련센터를 마련하는 데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현재 훈련센터는 전국 28곳에 있는데 지난해 15개를 비롯해 대부분 2008년 이후에 생겼다. 위치도 상의 인력개발원이나 지역상의에 자리 잡고 있다.

한편 중소기업훈련컨소시엄 사업의 경우 실제 지출된 인건비와 산업인력공단에 보고된 인건비 집행실적이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보고서에는 4억2천여만원을 사용했다고 했지만, 자체 결산자료에는 인건비 지출액이 전혀 없었다. 시설장비비 역시 보고서에는 16억2천만원이 지출된 것으로 표시돼 있지만, 자체 결산서에는 3억9천만원이 적혀 있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자체 결산서는 기업회계기준에 의해 작성됐기 때문에 보고서와는 다르다”며 “차액을 감가상각비로 표시했다”고 말했다.

홍희덕 의원은 “사용자단체가 상습적으로 부정한 방법을 사용해 정부예산을 받아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며 “민간위탁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불법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임의가입 민간훈련기관 전환
특혜는 재산으로 남고 이윤추구는 자유롭게
대한상공회의소에게 2011년은 격변의 해로 기억될 듯하다. 두 가지 큰 변화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지난 2006년 한차례 유예됐던 상공회의소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현행법이 2011년 1월부터 발효된다. 강제가입 조항이 사라지고 임의가입 형태로 바뀌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현행 상공회의소법 부칙은 특별시 10억원 이상, 광역시 4억원 이상, 시·군 2억원 이상의 매출세액을 부담하는 상공업자는 상의의 당연 회원이 되도록 하는 규정을 2010년까지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대한상의가 회원사로부터 걷는 회비는 연간 20억원 수준이다. 상의는 12만개 정도의 기업이 가입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의가입으로 바뀌면 회비를 강제로 걷을 수 없게 되고, 수입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대한상의 인력개발사업단은 훈련시설 확충을 위해 2003년 이레빌딩을 매입했다고 밝혔지만, 상의 간부들의 생각은 달랐다. 대한상의가 2004년 말 낸 내부 사업보고서에는 “중장기 안정적인 사업재원 확보의 일환으로 이레빌딩을 매입했다”고 명시돼 있다. 다른 하나는 인력개발사업단이 수행하는 직업훈련사업에서 공공적 성격을 빼는 것이다. 노동부는 위탁사업자를 선정할 때 대한상의 인력개발사업단도 민간직업훈련기관과 함께 공모에 참여토록 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의로서는 교육생을 우선 배정받는 혜택이 사라지지만, 감시의 눈으로부터는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됐다. 이를테면 예산항목에서 별도로 구분돼 있는 ‘대한상의 우선선정직종훈련지원사업’이라는 항목이 우선선정직종훈련지원사업 항목으로 통합되는 식이다. 당장 국회 감시로부터 벗어날 여지가 많아졌다. 
그러나 대한상의가 정부로부터 받은 자산은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신경제5개년 계획에 따라 정부는 94년 부산과 인천·광주·경기·강원·충북·충남·전북 노사공동훈련원 자산을 대한상의에 일괄 무상양도했다. 토지와 건물은 950억8천만원에 달하고, 장비는 396억8천만원어치다. 결과적으로 정부와 산업인력공단은 무려 1천347억7천만원을 투자해 만든 국민의 자산을 대한상의에 공짜로 넘긴 것이다. 특혜는 고스란히 대한상의의 재산으로 남았다. 한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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