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노동자 1인당 빚이 4천5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주당 평균 운전시간은 37시간, 총 노동시간은 63.5시간에 이르러 여전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운수노조 부설 운수노동정책연구소는 ‘화물운송노동자 의식조사 결과’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소는 지난해 11월부터 12월 말까지 두 달간 화물노동자 620명을 대상으로 의식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운송할 화물의 확보방식은 알선업체로부터 고정적으로 받는 경우가 35.6%, 운수회사로부터 고정적으로 받는 경우가 30.3%였다. 10명 중 7명이 특정회사로부터 물량을 고정적으로 받는다는 것으로, 사용종속관계가 비교적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개별영업은 5.7%에 불과했다.

운송구간(편도)은 절반 가까이가 1일 이내 출발지로 돌아오기 곤란한 300킬로미터 이상 장거리를 운행하고 있었다. 건강상태도 좋지 못했다. 근골격계질환(28.1%)을 가장 많이 앓고 있었고, 위장병(18.6%)·고혈압(17.6%)·당뇨(12.4%)를 호소하는 화물노동자도 적지 않았다.

가족의 생활수준을 묻는 질문에는 불과 2.7%만 "생활형편이 2~3년 전과 비교해 개선됐다"고 답했다. 한 달 저축액은 평균 22만원, 가정의 부채액은 평균 4천414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차량할부금이 월 평균 133만4천원을 차지했다.

연구소는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화물노동자 10명 중 9명은 올해 물동량이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운송 중 애로사항을 묻는 질문에도 ‘소득이 적다’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가 1·2위를 차지했다”며 “저소득의 문제가 한계상황에 봉착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우려했다.

화물노동자들은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운임인상(62.0%)을 가장 많이 꼽았고, 대정부 요구 역시 표준운임제 실시(71.4%)가 월등히 높았다. 


[Tip] 표준운임제

운송료 부담을 화물노동자에게 전가할 수 없도록 화물차의 최저 운송료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2008년 6월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기록하면서 전국운수산업노조 화물연대본부가 파업에 돌입하자, 정부는 해결방안으로 표준운임제 시범실시 후 도입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표준운임제는 아직 도입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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