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3월12일 대법원은 지회의 운영규칙 상 산업별 노동조합의 지회 조합원들에게 총회 소집권한이 없음에도 그들 스스로 소집권자를 지정해 총회를 소집한 후 조합의 조직형태를 산업별 노동조합에서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변경하기로 결의한 사안에서, 그 결의가 소집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판시했다.

1. 사건의 개요

산업별 노동조합인 전국○○노동조합의 A회사 지회(이하 ‘A회사 지회’라고 칭함)의 다수 조합원들은 산별노조에서 탈퇴해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하기를 희망했다. 지회 집행부가 총사퇴한 상황에서, 지회조합원들은 이 사항의 결의를 목적으로 노조원 갑을 지회 조합원 대표로 정해 산별노조 위원장에게 지부장으로 하여금 소집권자를 지명하도록 승인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산별노조 위원장은 당해 임시총회 소집요구가 노조규약에 반한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그러나 지회 운영규칙 상의 총회소집 요청 정족수를 넘는 지회 조합원들이 조직형태 변경을 위한 총회소집요청서를 제출하면서 甲을 총회소집권자로 정했다. 이에 갑은 조직형태 변경을 목적으로 하는 총회 소집공고를 하고 임시총회를 개최했다. 임시총회에는 대다수의 조합원들이 출석했고, 출석 조합원의 대다수가 산별 노조 탈퇴 및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조직형태 변경에 찬성했다.

2. 쟁점의 소재

본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임시총회의 소집절차가 적법해 당해 결의를 유효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아니면 이 사건 임시총회는 적법한 소집권자에 의해 소집되지 않은 것으로 그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그 총회 결의를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인지에 있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지회 소속 조합원 대부분이 총회 개최를 희망했다는 점, ② 총회소집 요청에 필요한 수 이상의 지회 조합원이 총회소집요청서를 제출했다는 점, ③ 그들에 의해 소집권자로 인정된 갑이 사건 총회의 소집을 공고했을 뿐만 아니라 지회 조합원 대다수가 참석해 총회를 개최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사건 총회는 이를 무효라고 할 정도로 소집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4. 대법원의 판단

반면 대법원은 ① A회사 지회 운영규칙 상 임시총회 소집권은 지회장에게 있고, 다수의 조합원이 총회 소집을 원한다면 지회장에게 총회의 소집을 요청하고 지회장이 위 요청을 거부할 경우 위원장에게 지부장으로 하여금 소집권자를 지명하도록 승인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을 뿐 조합원 스스로 소집권자를 지정하여 총회를 소집할 수는 없도록 돼 있는 점, ② 산별노조 위원장이 지부장으로 하여금 소집권자를 지명하도록 승인하는 것도 거부한다면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18조(임시총회등의 소집) 제3항을 준용해 행정관청에 소집권자를 지명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본 사건은 총회소집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판시했다.

5. 본 판례의 시사점

가. 산별노조 지부·지회의 임시총회 소집절차는 원칙적으로 지부·지회의 운영규칙이 정하는바에 의한다.

원칙적으로 산별노조의 지부·지회는 노동조합의 하부조직에 불과할 뿐 독립된 노동조합이 아니므로 지부·지회의 임시총회의 소집요건 및 절차는 산별노조가 규약으로 정한바 또는 산별노조의 수권에 따라 지부·지회가 규약으로 정한 바에 의해 결정되며,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18조(임시총회등의 소집)는 그 적용대상을 노동조합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산별노조의 지부·지회에는 동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

나. 산별노조 지부·지회의 경우에도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18조(임시총회등의 소집) 제3항이 준용된다.

본 판례 사안의 경우 A회사 지회의 조합원들은 산별노조 탈퇴 및 기업별노조 설립을 위한 임시총회를 소집하고자 했으나 임시총회 소집권자인 지회장이 사퇴했기 때문에, 규약으로 정한 절차에 따라 산별노조 위원장에게 지부장으로 하여금 소집권자를 지명하도록 승인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위원장이 노조 규약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에도 지회의 조합원들이 임의로 총회소집권자를 지명하여 총회를 소집해서는 안되고,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18조(임시총회등의 소집)에 따라 행정관청에 소집권자 지명요청을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6. 본 판례에 대한 검토

산별노조의 지부·지회는 독립된 노동조합이 아니므로 임시총회소집은 산별노조의 규약 또는 산별노조의 수권에 의해 작성된 지부·지회의 규약이 정하는 바에 따라야 함은 당연하다.
또한 규약에 따라 임시총회를 소집하고자 했으나 위원장의 거부로 총회를 소집할 수 없었던 경우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18조(임시총회등의 소집) 제3항이 준용되므로, 당해 규정에 따라 행정관청에 소집권자 지명요청을 할 수 있다는 해석도 타당한 면이 있다.
다만, 이 사건은 지부·지회의 조합원들은 임시총회 소집을 위한 규약상의 절차를 모두 경유했음에도 산별노조 위원장의 불승인으로 임시총회를 소집할 수 없었고, 이에 따라 과반수 이상의 조합원들에 의해 임시총회 소집권자로 지명된 자가 임시총회를 소집해 압도적인 다수에 의해 산별노조 탈퇴 및 기업별노조로의 조직형태 변경 결의가 있었던 사안으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18조(임시총회등의 소집) 제3항의 절차를 밟지 않았기 때문에 그 총회소집 절차의 중대한 하자로서 그 의결내용이 무효가 된다고 판시한 것은 조합의 민주성 확보라는 동 조항의 취지에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압도적인 다수에 의해 결정된 사안이 당해 임시총회가 행정관청이 지명한 자가 아닌 과반수 조합원들이 지명한 자에 의해 소집됐다는 이유만으로 무효가 된다는 것은 조합의 민주적 결정을 총회소집 절차상의 사소한 흠결을 이유로 번복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92년 대법원도 소집절차에 하자가 있더라도 조합원 대다수가 출석하여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의결한 경우 그 결의는 유효하다고 판시한바 있다(대법원 1992.3.31 선고 91다14413 판결).
더구나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18조(임시총회등의 소집)가 산별노조의 지부·지회의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인지, 따라서 지부·지회가 동조에 어긋나는 절차에 따라 총회를 소집해 의결했다면 절차 위반으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하는지에 대하여도 명확한 법리가 형성돼 있는 것도 아니다.

7. 결론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은 주로 기업별노조를 전제로 하고 있어 산별노조의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많은 문제점들을 예정하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산별노조의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많은 문제점들의 해결은 판례나 행정해석에 의존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충분한 법리가 형성돼 있지 않다. 이런 면에서 본 판례는 산별노조의 지부·지회의 총회소집절차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대법원 판례라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다.

이 대법원 판례에 따라 산별노동조합의 임시총회 소집절차는 우선 노동조합의 운영규약 상 절차에 따르고, 이에 따른 소집이 불가능할 경우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18조(임시총회등의 소집) 제3항에 따라 행정관청에 소집권자 지명요청을 하여 총회를 소집하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산별노조와 관련한 사업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동조 제1항과 제2항이 산별노조의 지부·지회의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인지, 절차상 하자있는 총회소집에서 산별노조 탈퇴 결의와 기업별노조 전환의 결의가 있는 경우 기업별노조의 설립을 위한 총회 결의로 간주할 수 있는 지 등 산별노조와 관련된 많은 과제들이 시급히 정리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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