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개정된 후 산재 불승인률이 높아진 것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모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진호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근골격계부장)
“포스코 현장에는 (노조 간부가) 일주일에 두 번 밖에 못 들어갑니다. 수시로 사업장에 들어갈 수 있는 금속 동지들이 부럽네요. 업체에서 산재를 숨기고 작업자를 회유하면 산재를 해결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서식기 플랜트건설노조 포항지부 조직1국장)
“보건의료노조에서는 타임오프제도 시행 후 비전임 간부들이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지부별로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을 위촉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송은정 보건의료노조 정책부장)

 



지난 4일 오후 대전 동구에 위치한 대전동구청소년자연수련관.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활동가 180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 오후 10개 조로 나뉘어 진행된 조별토론에서는 ‘산재보험개악분쇄 공대위’ 강화를 위한 노조·지역의 역할과 ‘4월 사업,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활발한 제안이 오고갔다.

“산재 노동자를 조직하자”

이날 노동안전활동가 전국대회에서는 최근 산재 불승인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2008년 7월 산재보험법이 개정된 후 산재 승인률이 뚝 떨어졌다는 주장이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관계자는 “모든 법이 만들어지는 데는 입법취지가 있는데 산재보험법은 과연 노동자들을 위한 법이 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있다”며 “산재보험법에 대해 공동의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활동가 중에는 집행부가 바뀌면서 처음으로 안전보건분야를 담당하는 간부들이 적지 않았다. 때문에 개정된 산재법을 정확히 알고 조합원들에게 알려내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다. 다음 대회에서는 노안 활동가들이 활용할 수 있는 산재 불승인 시 심사청구, 정보공개 신청하는 방법 등 세부적인 방법에 대해 교육하는 자리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제안도 있었다.

화학섬유연맹 코오롱유화 울산지회 관계자는 “산재는 노안 담당자나 산재를 겪은 본인 또는 주위 사람을 제외하면 일반 시민들은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실정을 알려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재석 화학섬유노조 오비맥주지회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자동차보험을 들면 자동차가 고장났을 때 보험회사를 불러 수리를 하게 돼 있다”며 “산재보험에 들고도 재해를 당하면 왜 산재승인을 안해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도록 우리가 대국민 홍보를 해야한다”며 “산재와 관련해 경험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지역네트워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재보험 제도개선 공대위 구성되나

문길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이날 ‘산재보험개악분쇄 및 산재노동자 권리 찾기 확보 투쟁안’ 발제를 통해 ‘산재보험제도 개악분쇄 공대위’를 구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민주노총 산하 가맹조직과 노안 활동가, 지역 소재 노동안전보건 단체·활동가, 노무사 등 전무가들이 모여 공대위를 구성하고 지역별 산재상담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산재 요양 신청과 관련해 불이익을 당한 사례를 모으고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것이다. 문길주 부장은 “과거에 민주노총은 지역에 산재문제가 터지만 연대했는데 지금은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러면서 근로복지공단에 항의조차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참가자들은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이 있는 4월 행사로 △전국순회를 통한 캠페인 △광화문에서 산재 관련 대국민 사진·홍보전 △산재 노동자를 모으는 투쟁 △발암물질에 대한 대국민 홍보 △안전보건활동가 맞춤식 교육 △추모의 날 당일 특정 시간을 정해 10분간 기계를 멈추고 추모시간 갖기 등을 제안했다.

한명 뿐인 민주노총 상근자, 올해는 충원될까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회는 올해 주요 사업으로 △사회 규제 완환 저지·산재노동자 권리보장 투쟁 △명예산업안전감독관제도 개선 투쟁 △환경미화 노동자 작업환경 개선 사업 △산재보험제도개선 연구팀 조직·운영 등을 계획하고 있다.
김은기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은 “현장 상담을 하기 위해서는 노안 활동가들이 전문성을 키워야 하는데 노조 집행부가 바뀌는 과정에서 안전보건 담당자들도 계속 바뀌고 있다”며 “현장에서 전문성이 밀리는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회에 참석한 활동가들은 민주노총에 안전보건을 담당하는 상근자가 1명인 점에 대해서도 보완을 요구했다. 최근 출범한 새 집행부가 올해는 과연 노동안전보건 상근자를 충원할 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동자가 암에 걸릴 확률은?
올해 노동안전보건계에서 화두는 ‘발암물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출범한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발암물질정보센터와 발암물질감시네트워크가 지난 한 해동안 작성한 노동현장 발암물질 목록을 오는 25일 공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발암물질정보센터가 지난해 금속노조 사업장 2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사업장에서 사용된 840개 화학물질 중 299개(35.6%)가 발암물질이었다.
지난 4일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활동가 전국대회에서 ‘발암물질 조사사업’에 대해 발표한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산업위생실 실장은 절삭유를 사용하던 노동자의 죽음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가장 적극적으로 발암물질 추방운동을 벌인 캐나다 금속노조(CAW)의 사례를 소개했다.
김 실장은 “CAW는 발암물질 추방운동을 통해 절삭유의 노출기준을 5분의 1로 낮추는 성과를 이끌어냈다”며 “노동자와 시민들에게 직업성 암과 작업 현장에서서의 발암물질 노출에 대해 알리고 발암물질을 덜 유해한 물질로 대체하는 것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06년 세계보건기구(WHO) 뉴스레터에 따르면 전체인구의 사망원인 중 3%가 직업성 암에 의한 사망이었는데, 평상시 일하면서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노동자들로 국한하면 전체 사망의 80%가 직업성 암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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