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전국공무원노조와 전국교직원노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진보정당 가입과 활동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그런데 수사와 관련해 석연치 않은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일단 경찰이 밝힌 소환대상자 293명을 어떻게 가려냈느냐 하는 점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25일 이 사건과 관련한 첫 브리핑에서 지난해 7월 전교조 시국선언과 관련해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이던 중 전교조 교사, 공무원노조 공무원들의 혐의에 대한 단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어 계좌와 이메일 추적을 통해 증거를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800여명을 추렸고, 이 가운데 293명을 수사대상자로 지목해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 하지만 무엇을 근거로, 또 어떻게 800명, 293명을 추린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시국대회와 신문 광고 등으로 인해 행정안전부로부터 형사고발된 공무원노조들(통합 전 전공노·민주공무원노조·법원노조) 소속 조합원(대부분 간부)은 16명, 징계를 당한 조합원은 105명이다. 그리고 이번 정당 가입 관련 조사를 받고 있는 조합원은 103명이다. 하지만 노조에서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103명과 105명의 명단은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시국선언과는 별개로 진행되는 수사인 것이다. 그런데 경찰은 시국선언과 관련해 압수수색한 자료를 토대로 수사대상자를 가려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경찰이 어떤 기준으로 103명을 추린 것인가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주민등록번호를 알면 사이트 검색을 통해 당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800여명(또는 그 이상)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본인정보를 검색한 것일까. 그 의혹이 사실이라면, 그 많은 공무원들의 주민등록번호가 어떻게 경찰 손에 들어간 것일까. 경찰은 의혹을 밝혀야 한다.

경찰은 28일 압수수색 검증영장을 발부받아 민주노동당 투표사이트를 검증했다고 밝혔지만, 민주노동당은 검증영장 발부에 대해 어느 누구도 통보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경찰 그리고 검찰의 무리한 수사 의혹은 점점 확산되고 있다. 만약 시민·사회단체와 야당들의 우려대로 경찰이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수사를 했다면, 과연 국민들이 그 수사 결과를 인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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