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이 창당 10주년(30일)을 맞아 26일 국회도서관에서 기념 학술토론회를 열었다. '민주노동당 10년을 말하다'는 주제로 이틀간 이어질 토론회 첫날에는 민주노동당이 나아갈 방향과 과거에 대한 성찰이 주를 이뤘다.

◇계급정당 논쟁=이날 발제를 맡은 유팔무 한림대 교수는 “유럽을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혁명적 사회주의나 관념적 유토피아 사회주의는 답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노동운동을 주요 기반으로 한 유럽의 사회민주주의는 황금기에 사회개혁적 제도와 복지제도를 현실사회에 정착시켰고, 성과의 상당한 부분들이 오늘날까지도 유지되고 있다”며 “이는 혁명적 사회주의 노선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사회민주주의가 우리나라 진보세력의 해답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실주의나 실리주의로 가야 사회개혁적 성과를 내고 성과를 축정·제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계급정당으로부터 탈피하는 것이 세력화의 올바른 길”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우리는 유럽보다 사회민주주의를 하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섯 가지 이유를 들었다. △교육·부동산 등 사회적 부담 증가 미해결 △노동자 의식 발달 정체와 비정규직 양산 △분단상황에 따른 좌파담론 취약 △신자유주의 담론 지배 △우파정당에 의한 정치적 불안과 대치상황 △주변국의 견제와 간섭이 그것이다.

유 교수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사민주의 지지기반을 폭넓게 설정하고 가야 한다”며 “전투적으로 조직된 노동자층에만 밀착하는 것은 세를 확대하고 지지층을 넓히는 데 어려움을 주기 쉽다”고 주장했다. 계급정당 탈피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조원희 국민대 교수는 “어떤 운동도 현실과 실리를 무시한 적도, 앞으로 그럴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주의나 실리주의로 가야 한다”는 유 교수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조 교수는 “마치 사민주의가 원칙을 무시하고 현실과 실리를 취하는 사조라는 뜻으로 들린다”며 “그런 태도는 원칙 없는 타협주의라는 인상을 주지만 결코 사실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계급정당 타파 주장에 대해서도 “노동자 중심성이 조직 노동자의 중심성이 아니다”며 “노동현장만이 아니라 노동자 생활이나 생애를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10년을 냉정하게 돌아봐야=두 번째 토론 주제인 ‘민주노동당 10년 평가와 과제’를 발제한 최규엽 새세상연구소장은 “10년 역사에서 최대 오류는 집단탈당과 분당”이라고 말했다. 최규엽 소장은 “평등계열과 자주계열이 노선의 차이는 있었지만 활동 과정에서 서로 조정하고 타협했다”며 “평등계열에서 탈당의 주요 원인을 자주계열의 패권적인 행태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유일하게 노선 대립이 조정되지 않고 마지막까지 결렬되면서 탈당까지 이르게 된 것은 심상정 비대위가 제시한 일심회 관련자 제명 문제”라는 말도 곁들였다.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는 진보대연합을 제시했다. 최 소장은 “민주당과 진보신당이 우리 사회에서 진보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고, 실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차이가 진보대연합의 결정적 장애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을 선거연대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진보신당의 주장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와 평화통일 전선에서 민주당은 진보적 성향이 존재하나 개별적 후보는 판단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이와 관련해 “분당의 상처를 치유하고 진보대통합을 이루는 건 필요하다”면서도 “그건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세력이 극심한 불신의 나락에 빠졌는데도 반사이익이 왜 진보정당으로 향하지 않는지를 자문해야 한다”며 “(유권자는) 총론만 있고 각론은 없는 진보, 가치는 있지만 전략은 없는 진보, 옳지만 무력한 진보를 믿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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