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0.1.1 노조법이 개정됐다. 전임자급여 지급은 금지되고 근로시간면제제도가 신설됐다. 기업 단위의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교섭창구의 단일화가 강제된다. 지난해 말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노동조합은 이 노조법개정안에 대해 비판하고 반대했다. 토론회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 노동법 전문가들은 개정안을 비판했다. 개정안은 전임자의 조활활동 보장과 노동조합의 교섭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었다. 그 내용은 위헌적이었다. 하지만 노조법은 개정됐다. 그리고 시행된다. 그리고 개정 노조법에 대해 여전히 비판하고 반대한다. 다시 토론회는 열렸고 전문가들은 개정 노조법을 비판했다. 여전히 개정 노조법이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위헌적이라고 비판한다. 노조법 개정안에 관한 비판은 이제 그대로 개정 노조법에 관한 해석이 되고 있다. 이 해석에 의하면 개정 노조법은 노동기본권을 형해화하는 것이므로 결론은 노조법 ‘재개정투쟁’이고 ‘위헌소송’이다.

2.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투쟁은 입법뿐만 아니라 해석을 통해서도 전개된다. 노동관계법의 해석은 입법투쟁과 마찬가지로 계급적이다. 아무리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것으로 포장해도 노동자에게 유리한 것이면 사용자에게 불리한 것이고, 노동자에게 불리한 것이면 사용자에게 유리한 것이다. 따라서 노동관계법 해석논의는 입법논의와 마찬가지로 당파적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법해석은 중립적이고 몰계급적인 것으로 포장된다. 교수들은 중립의 가면을 쓰고 학설을 내뱉고, 판사들은 두 눈을 가리고 저울질하면서 판결하고 있다. 그래서 교수의 학설과 판사의 판결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것으로 보여진다. 이를 통해 계급적인 법률이 아무런 계급적인 비판 없이 중립적으로 집행된다. 그러나 법해석은 결코 중립적이고 몰계급적일 수 없다. 특히 노동과 자본의 이해가 상반되는 노동관계법의 해석에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의 경우 그동안 노동관계법은 노동자에 불리하게 해석되고 집행됐다. 특히 노동기본권 행사에 관한 노조법은 더욱 그러했다. 법원의 판결은 시민법 해석을 벗어나지 않았고, 노동기본권 행사는 정당성 논의로 전락해 제한되고 금지됐다. 교수들의 비판의 자유는 노동의 자유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노동관계법의 해석은 노동자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이 나라에서 노동자가 법의 해석투쟁에서 패배했다는 것을 말한다. 중립의 가면과 두 눈을 가린 저울질에 속에서 교수들과 판사들은 무언가를 계산했고, 지금까지 그것은 노동자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이 나라에서 노동자는 기만당했다. 자신이 기만당해 온, 그래서 패배한 노동자의 투쟁은 그러나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서는 반드시 수행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교수의 가면을 벗겨 내 그들이 누구를 위해 웃고 있는지 그들의 얼굴을 노동자의 거울에 비춰 줘야 한다. 두 눈을 가린 판사들의 저울이 노동자에 불리하게 기울어져 있다는 것을 가린 눈을 풀어 보여 줘야 한다. 그렇게 자본이 아닌 노동을 위한 법해석이 제시되고 집행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것은 노동자의 투쟁의 전선으로 인식되지 못했고 개별적인 것으로 방치됐다.

3. 노동관계법의 해석투쟁은 단순히 해석대상인 법률에 대한 비판으로 수행되지 않는다. 법률이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고 따라서 위헌적이라고 비판하는 것에 그쳐서는 노동자를 위한 법집행을 위한 해석투쟁일 수 없다. 법률의 규정을 살펴 노동자의 권리를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해석을 모색해야 한다. 이것은 입법투쟁에서 법률이 노동기본권을 제한하고 침해한다는 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던 것과는 방향이 다르다. 오히려 법률을 노동기본권 행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요구된다. 입법투쟁 과정에서 제기했던 법률의 문제점을 입법된 이후 법률의 해석에서 그대로 가지고 대응하게 된다면 그것은 법률의 폐지를 위한 투쟁은 될 수 있어도 법률의 해석을 위한 투쟁은 될 수 없다. 입법투쟁에서의 논의를 그대로 해석논의로 가져온 결과 결론은 ‘재개정투쟁’이고 ‘위헌소송’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2010년 1월1일 노조법은 개정됐다. 현실적인 노동의 힘으로는 2010년 1월1일 새벽 노조법 개정에서 노동의 이해를 관철할 수 없었다. 개정 노조법은 이미 시행됐고, 전임자급여 지급금지는 2010년 7월1일부터,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는 2011년 7월1일부터 시행된다. 시행일까지 개정 노조법을 폐지하지 못한다면 노동조합은 개정 노조법에 따른 대응을 하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시간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지금 노동과 자본, 권력의 역관계를 볼 때 개정 노조법이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개정 노조법하에서 노조활동 보장에 관한 기존의 권리를 지켜 내기 위한 방안을 찾아 이를 요구하고 관철해야 한다. 개정 노조법에 대한 노동자를 위한 해석을 통해 노동기본권 행사가 덜 제한받고 덜 침해되도록 법해석투쟁이 당장 전개돼야 한다. 개정 노조법이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고 위헌적이라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당장 시급하게 개정 노조법에 대응하고 준비해야 할 노동조합에게 아무런 해결책을 주지 못한다. 이상과 같은 생각 때문에 필자는 지난주 개정 노조법의 내용에 관한 해설과 그에 대한 대응을 주제로 법률교육을 진행했다. 개정 노조법이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고 위헌적이라고 교육하지 않았다. 개정 노조법을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노동조합이 어떻게 방안을 찾아 준비하고 대응할 것인지를 교육했다. 법해석은 해석기술을 갖춘 전문가가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의 해석투쟁에서 노동을 위한 법기술자의 해석이 무엇보다도 요구된다. 지금 이 나라에서 변호사·교수 등 법기술자들은 노동법 개정 이후 바로 이것을 수행해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서둘러 법률교육을 진행했다. 이 나라에서 노동을 위한 법기술자로서 개정 노조법을 해석하고 이를 알려 노동조합이 대응을 준비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4. 노조법은 개정됐고, 노동조합은 준비하고 대응해야 한다. 개정 노조법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방안은 무엇보다도 단체협약을 통해서일 수밖에 없다. 특히 2010년 7월1일부터 시행되는 전임자급여 지급금지에 관한 노조법에 대한 것은 더욱 그러하다. 노조법 제24조 전체 규정에 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존 노조활동으로 보장돼 온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에 대신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 방안은 사용자와의 관계 등 사업장의 실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만약 개정 노조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채 전임자급여 지급금지에 관한 노조법 시행에 대응할 경우 노동조합은 기존 전임자수를 축소하는 것으로 단순히 대응하기 쉽다. 이것은 오랜 기간 동안 노동조합의 투쟁으로 확보해 온 조합활동에 관한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대응이 기존 조합활동 보장의 포기가 아닌 유지를 위한 것이 되기 위한 방안들이 지금 시급하게 모색돼야 한다. 2010년 6월30일까지 전임자급여 지급에 관한 기존 단체협약을 갱신하기 위한 교섭 준비, 그리고 전임자급여 지급이 금지될 경우에 대비한 전임자 조합활동 보장을 위한 협약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가지고 위법행위라고 주장하는 사용자와의 교섭에 나서 위법이 아닌 방법을 제시하고, 사용자의 의사가 여전히 조합활동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라면 전임자급여 지급을 금지한 노조법 시행이 아무런 문제될 수 없다는 것을 전달하고 교섭하고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에 대해 사용자가 그 방안에 응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물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주 법률교육에서 한 교육생이 그렇게 물었다. 이에 대해 필자는 지금까지 전임자급여 지급도 법에 따라 단체협약으로 보장받았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개정 노조법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도 달라질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나라에서 법은 노동자에게 최저수준의 임금 등 근로조건만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법에 따른다면 노동자는 최저의 임금 등 근로조건만 보장받을 수 있을 뿐이다. 나머지는 노동자들의 능력에 따라 보다 나은 근로조건을 획득할 수 있는 자격과 지위를 갖거나, 노동조합을 통해 사용자와 교섭을 통해 협약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개별적인 능력을 배양하는 데 필자가 도움을 줄 수는 없다. 노동조합을 통한 협약 체결에 관해 말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노조법 개정에 절망하면서도 개정 노조법을 노동기본권 행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해석하기 위해 몸부림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해석을 통해 노동조합이 위기에 대응할 방안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소리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노동을 위한 법기술자로서 필자가 할 수 있는 것이고,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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