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원
그간 석면관리정책은 많은 측면에서 발전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석면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곧 석면관리안전법(가칭)을 만들어 여러 부처에서 산발적으로 담당해 오던 석면 문제를 단일한 법체계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석면관리 종합대책을 비롯해 그동안의 석면관리 정책은 석면의 사용을 제한하고 적법하게 폐기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최근 다양한 석면관련 이슈를 통해 석면관련 정책이나 사업들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실한 구석이 많다. 우리나라의 석면 관련 논의에서 가장 부실한 부분은 과거에 대한 기록이다.
 
과거에 석면이 어느 정도 사용됐는지에 대한 통계만 있을 뿐이며 각종 노동현장에서 석면이 어떻게, 얼마나 노출됐는지, 석면 노출에 영향을 받은 노동자의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어떤 직업군이 위험 직업군인지, 그리고 석면노출로 피해를 받은 노동자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다. 생활환경에서의 석면 노출 양상이나 정도 그리고 피해 규모에 대한 자료 역시 없다.

노동현장의 부실한 석면 기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석면 관련 정책의 대부분은 석면함유 의심물질들을 가려내는 것, 기존 건축물 등에 사용된 석면의 실태를 파악하고 주변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폐기하는 것, 그리고 과거 석면광산 혹은 석면사용 공장 주변 인구를 중심으로 한 건강영향조사와 관리대책을 마련하는 것 등에 집중돼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석면 이슈에서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예측하는 데 필요한 과거에 대한 고찰이 없기 때문이다. 선진외국의 경험과 그들이 예시하는 통계가 보여 주는 것처럼 석면피해의 범위와 규모는 석면을 사용하거나 제조해 왔던 혹은 간접적으로 석면함유 물질들을 취급해 왔던 노동자에게서 찾아야 한다.
 
실제로 프랑스의 경우 석면 노출로 인한 피해자의 95% 이상은 노동자들이었고 나머지 5% 정도가 일반 환경에서의 노출 피해자였다고 한다. 그들마저도 피해 노동자들의 가족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선진국의 통계에서는 석면 노출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직업군은 단연 건설 분야였다.

프랑스, 석면 피해자 95% 이상이 노동자

즉, 석면 문제는 노동자의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석면 문제에서 노동자와 관련한 담론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다.

석면 피해 양상은 우리나라도 이들 나라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해 석면과 관련한 담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정리하고 석면 관련 정책이나 사업들이 올바른 고찰 위에 자리 잡아 갈 수 있도록 의제를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즉 현재를 포함해 과거 노동현장에서 석면 노출로 인해 피해받은 노동자의 규모를 파악하고, 향후 정부 차원에서 석면 관련 정책을 입안할 때 어떤 점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는지를 고찰해야 한다. 현재 남아 있는 석면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현 상황에서 석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석면 피해 노동자 규모 파악해야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향후 석면 관련 정책에서 견지해야 할 점은, 과거 석면노출로 인한 피해 위험이 높은 건설·조선·차량(철도·자동차 등) 등의 노동현장을 중심으로 석면 노출로 인한 피해자를 찾아내 수면 위로 드러내는 것이다.
 
또한 석면 사용과 피해에 대한 정확한 과거 고찰을 통해 석면 관리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한편, 국내의 석면피해 현황과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향후 우리사회가 책임져야 할 석면 피해 규모를 예측해야 한다. 석면 노출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현 상황에서 석면 노출과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제도를 좀 더 보강하는 것, 그리고 일상환경에서 석면관리를 위한 프로그램과 제도를 개발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지만 석면 문제에서 노동자의 문제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올해는 다양한 영역에서 노동자의 이야기가 진지하게 논의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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