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참가를 전술적으로만 활용해선 안 된다

기업 경영참가에 대한 노동조합의 노력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꾸준하게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성과물은 그다지 많지 않다. 최근 일부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을 통해 사외이사 추천을 명문화했지만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해마다 노동조합은 경영진에게 경영참가 조항에 대해 명문화할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동조합이 이를 철회한다. 왜 그럴까.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근로조건과 복지후생 향상을 위해 경영참가 요구를 협상의 전술로 활용해 온 탓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노동계가 경영참가를 위한 목표와 실천방안이 없는 것에서 비롯된다. 이러다 보니 노사 간 단체교섭에서 경영참가를 위한 요구는 항상 다른 근로조건 사항을 얻어 내기 위해 뒷전으로 밀리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노동조합 경영참가를 위한 현실적인 목표와 실천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노동조합은 경영참가를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 △경영참가와 감시는 어떠한 방식으로 할 것인가 △소액주주와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 △우리사주조합의 역할은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이 외에도 정리해야 할 입장이 많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조합원 대중과 함께하는 이로운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경영참가는 장기적 계획에서 움튼다

지난 2004년 5월, 현대증권 노동조합이 추천한 하승수 후보가 현대증권의 사외이사로 선임됨에 따라 노동계에서 경영참가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대안이 나오지 않았으며, 오히려 최근에는 이러한 노력들이 점차 퇴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조합들이 경영참가를 위한 실천적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단지 결과물을 산출하지 못한 것뿐이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의 경영참가운동이 퇴보해 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경영참가운동이 장기적이고 치밀한 계획을 요구하는 데 반해 노동조합은 이를 단기적이고 즉흥적으로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복잡한 법적 절차를 극복하지 못한 탓도 있다.
노동조합 집행부의 임기는 길어야 3년 정도이고 경영참가를 위한 준비는 최소한 4년 내지 5년 이상의 장기적인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어려운 재정과 인력을 감안했을 때 노동조합에게 경영참가 사업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경영참가를 둘러싸고 노사충돌이 발생하면 노동조합은 부랴부랴 우리사주조합에 함께할 것을 요청한다. 노동조합은 주주총회장을 봉쇄하는 단기적인 투쟁방법으로 대응한다. 노사 간 충돌이 종결되면 결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없이 슬그머니 투쟁을 마무리한다. 매번 이러한 상황이 되풀이되고, 시간이 지나도 그다지 개선되지 않는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한 관행은 경영참가운동에 대한 노동조합의 사전준비가 너무 미흡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언제까지 경영참가 사업을 뒤로 미뤄 둘 것인가. 이제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노동조합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영참가를 위한 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노동계가 노력해야 할 시기다. 장기적이고 치밀한 계획 속에서 경영참가 운동에 대한 새로운 모색을 해야 한다.

경영참가는 ‘공익활동’이다

노동조합의 경영참가운동이 사회적 동의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이 운동이 노동조합만의 ‘이기심’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소액주주운동을 전개한 시민·사회단체는 노동조합의 경영참가운동을 경멸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사회적인 시선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경영에 관한 문제로 노사가 충돌할 경우 노동조합은 경영진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주주총회장을 봉쇄하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노사 간 단체교섭에서 요구사항이 수용되거나 명분을 얻으면 노동조합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꼬리를 내리고 만다. 물론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주주총회 성사 여부를 전술적으로 활용해 조합원의 요구를 관철시켰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적인 시선은 냉담하다. 언론은 노동조합의 이중적 태도에 대한 비판에 열을 올린다. 일반대중들도 노동조합이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보기는커녕 노동자만을 위한 이기심으로 폄하해 버린다. 노동조합의 전술이었다고 변명하더라도 일반대중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이다. 경영참가 과정에서 이러한 일이 빈번한 것은 노동조합이 분명히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권익만을 챙기는 이기적인 집단이 돼서는 안 된다.

노동조합은 일반대중이나 주주에게 노동조합의 약점을 솔직하게 밝히고 경영참가가 노동자의 이기심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기업의 불투명하고 독선적인 경영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노동조합이 경영참가운동에 나섰다는 것을 끊임없이 알려야 한다.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한 ‘공익활동’이라는 점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


법적지식과 실무능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노동조합의 경영참가 요구에 대해 경영진은 당연히 반대할 것이다. 경영진은 경영권을 당연한 권리로 여기며 침해받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반면 노동조합은 단체교섭을 통해 기업의 사외이사를 선임하거나 이사회를 참관하려고 한다. 물론 노동계의 요구에 대해 경영진은 법적인 근거가 없으며 경영권은 경영진에게 있음을 강조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조합은 그동안 크고 작은 물리력을 행사해 왔다. 법적으로나 사회적인 여론으로나 지지받기 어려운 방법이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최근 일부 노동조합은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경영참가를 준비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사회적으로 정한 법규 안에서 경영참가 투쟁을 전개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법적지식이나 실무적인 능력 그리고 경영참가를 위한 전략과 전술이 부족하다. 이러한 상황은 단기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해외자본이 아무런 제약 없이 이동하고,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통해 주주권의 보호가 확대되는 현 시점에서 이들의 활동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노동조합뿐이다. 해외투기자본이 판을 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경영참가에 대한 관심은 넘쳐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심을 성과로 연결시키기 위해 노동조합은 법적인 지식과 실무능력을 보강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경영진의 권위의식과 단체협약 한계 넘어서자

노동조합의 경영참가는 노동계의 숙원이다. 아직도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으며 과연 노동조합의 경영참가가 가능한 일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경영권에 대한 사용자의 강력한 방어 그리고 노동조합의 경영참가에 대한 반사회적인 분위기를 고려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경영참가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그중 두 가지가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첫째, 사용자의 강력한 경영권 방어를 들 수 있다. 사용자는 경영권과 노동권의 엄격한 분리를 주장한다. 그러면서 인원구조조정이나 합병 등 중대한 사항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에 합의를 요구하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경영상의 어려움이 있을 때 경영진이 노동조합에 협의를 구하는 것은 경영권에 대한 노동조합의 권리를 일부 인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경영진에게 지적했을 경우 노동조합의 일부 경영권 소유에 대한 경영진의 입장은 명쾌하지 않다.

경영진은 상황에 따라 본인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고 행동한다. 경영진은 책임을 지기 싫은 경영사항에 대해 노동조합과 합의를 도출하고 그 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경영권을 고수한다. 노동조합은 이러한 점을 반드시 경영진에게 인지시켜야 한다. 경영진이 노동조합을 중요한 협상의 대상자이자, 경영의 협조자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럼에도 경영진은 노동조합의 경영참가에 대해 반대로 일관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경영진이 허용하지 않는 경영참가는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사용자의 경영권 방어 노력으로 인해 노동조합의 경영참가가 불가능했던 것은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둘째, 단체협약상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노동조합은 매년 단체교섭에서 경영참가를 요구한다. 반면 사용자는 이를 항상 거부했으며, 어렵게 반영된 항목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그나마 어렵게 얻은 조항이 준수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는 단체협약의 구속력에 관한 문제로 귀결된다. 단체협약은 사용자와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을 명문화한 것이다.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도 경영에 관한 사항이다. 하지만 단체협약에 이사회 참여라는 경영참가 조항을 명문화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만약에 이를 관철시켰다 하더라도 사용자는 언제든지 이를 위반할 수 있는 근거를 찾으려 할 것이다. 사용자가 단체협약에 경영참가 조항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없다는 근거를 확보한다는 것은 반대로 위반했을 경우 노동조합이 구속력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은 경영참가를 위해 단체협약의 한계를 넘어 보다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경영참가는 노동조합의 당연한 권리다

노동조합은 경영진에게 경영참가를 요구하면서 ‘경영참가는 경영진으로부터 얻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잘못된 생각이다. 경영참가는 경영진에게 요구해서 얻어 내는 것이 아니다. 노동조합 스스로 준비해 참여하면 되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실제 주주가 되거나,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경영에 참가할 수 있다. 경영진이 어떠한 논리를 전개해 방어를 하든지 간에 노동조합은 법에 주어진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면 된다.

이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주식 지분의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최근 일부 노동조합이 우리사주조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을 조직하고, 여유가 된다면 노동조합이 직접 지분을 매입해 주주가 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방법이야 어찌됐든 노동조합은 경영참가를 위한 준비를 마치고 당당하게 권리를 행사하면 되는 것이다. 경영참가는 준비하는 과정이 어려울 뿐이지 준비가 완료되면 경영진에게 이를 요구할 필요가 전혀 없다.

노동조합은 경영에 반드시 참가해야 한다. 불가능하다면 이를 가능케 해야 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 노동법 판례는 노동조합의 경영참가에 대해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해석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경영참가를 금지하는 법조항은 없다. 그렇다면 방법을 찾아 가능하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이제 노동조합의 경영참가 방법을 바꾸자.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고 법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노동조합의 조직력을 결합하면 경영참가를 이룰 수 있다. 첫째는 노동조합이 주주가 되는 것이고, 둘째는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간접적인 경영참가다. 현대증권 노동조합의 경우 이 두 가지 방법을 통해 2004년 5월 주주총회에서 노동조합 추천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노동조합의 경영참가는 가능한 일이며 꿈이 아닌 현실이다.

노동조합의 경영참가는 사회적 동의가 필수다

우리 사회는 노동조합의 경영참가를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는 정서가 지배적이다.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노동조합도 편견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노동조합의 경영참가가 보기에 따라서는 노동자의 몫을 더 챙기려는 투쟁으로 폄훼되기도 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노동조합은 경영참가를 빙자한 무리한 투쟁을 줄이고, 때로는 ‘경영진보다 더 경영진답게’ 행동하면서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노동자의 이기심으로 비춰질 수 있는 안건의 경우 사회적인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일반대중과 주주들에게 인정받지 못한 노동조합의 경영참가는 장기간 지속될 수 없다.

노동조합은 노동3권이 헌법에 보장된 권리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경영권은 상법에 보장돼 있는 주주의 권리다. 노동조합의 경영참가운동이 주주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모습으로 나타나서는 곤란하다. 현재까지 노동조합은 경영참가운동이 일반대중이나 주주들에게 사회 전체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부각하지 못했다. 일반 소액주주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활동이 절실하다.<계속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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