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24일 대법원은 단체협약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노동조합 전임운용권을 사용자에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노동조합이 사용자에 노동조합 전임자통지를 함에 있어 사전에 협의를 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해 노동조합 전임운용권이 노동조합에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이 사건 노조전임통지는 인사명령을 거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 것으로 보이고 이와 같은 노동조합 전임운용권의 행사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1. 사건 개요

전국○○노동조합은 산별노조로서 대각선 교섭을 통해 지부별 단체협약을 체결해 왔다.
문제가 된 **지부는 단체협약 제12조에 ‘조합전임 및 수시전임’을 규정하고 있었다.
**지부는 99년 10월께부터 단체협약을 체결해 왔고, **지부는 제12조 3항에 의해 주22시간을 적치, 분할해 수시전임활동을 사용하고 있었다. 2008년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조합원 수가 축소되고, 노동조합 지부장과 사무국장에 대해 사용자가 부당전보발령을 내자 ○○노동조합은 지부장과 사무국장을 전임자로 사측에 통보했다. 사용자가 전임을 인정하지 않고 무단결근으로 해고하자 노동조합은 사용자의 전임불인정에 대해 단체협약 제92조 위반으로 진정한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노동조합의 전임운용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노동조합의 전임운용권 행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2. 노동조합의 전임운용권은 노동조합에 있다

피고인은 99년 초기 ‘노동조합이 전임을 운용하지 않을 경우'로 돼 있던 문구가 2001년도에 ‘협동조합은 노동조합의 전임을 운용하지 않을 경우에 주22시간 이내에 1항에 준해 적치 분할해 사용할 수 있다’고 바뀌었기 때문에 노동조합에서 일방적으로 노조상시전임을 운용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단체협약 제12조의 규정이 노동조합 전임운용권을 사용자에 부여하는 취지로 개정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원심판결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또 단체협약 제12조의 규정이 노동조합 전임운용권을 사용자에게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노동조합이 사용자에 노동조합 전임자통지를 함에 있어 사용자와 사전에 협의를 해야 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노조전임통지에 이를 무효로 볼 만한 절차상의 위법이 없다고 했다.
노동조합 활동의 핵심인 전임자 운용을 사용자와 협의하여야 한다면 그 자체가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지배개입이기 때문에 노동조합 전임운용권을 노동조합이 가지는 것은 노동조합의 단결권행사의 일환으로 당연하다 할 것이다.

3. 노동조합 전임운용권의 행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법원은 노동조합 전임운용권이 노동조합에 있는 경우에도 그 행사가 법령의 규정 및 단체협약에 위배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내재적 제한을 위반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하고, 노동조합 전임운용권의 행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전임운용권 행사에 관한 단체협약의 내용, 그러한 단체협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와 당시의 상황, 노조원의 수 및 노조업무의 분량, 그로 인해 사용자에게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 비슷한 규모의 다른 노동조합의 전임자운용실태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에는 동의할 수 없다.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의 투쟁의 성과물이다.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도 제24조 1항도 노조전임제의 인정여부는 노사 간의 자주적 교섭에 의해 결정되는 것임을 명백히 하고 있고, 그 결과물인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의 단결력과 투쟁력을 바탕으로 한 근로관계의 집단적 규율형식이며 근로조건을 협약이라는 형태로 서면화 한 것이다. 종래 판례가 취해 왔던 집단적규범계약설의 입장에서 보면 단체협약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에 있어서는 노동법적 내용을 가진 채권계약이며, 협약당사자의 구성원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강행적 효력을 가진 집단규범계약이다. 따라서 단체협약은 유효하게 체결된 이상 계약으로서 효력이 있으며 노사당사자는 이를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단체협약상 전임자 규정에 대해서 종래의 계약법에서 찾지 못하는 종합적 검토를 이유로 유연하게 해석하려는 것은 인정하기 힘들다.

1) 노동조합 전임운용이 ‘내제적 제한’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
내제적 제한이란 권리를 실현함에 있어서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헌법은 모든 근로자의 권리로서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고,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단결권 실현의 방법으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 전임자를 인정하고 있다. 노조법 24조 1항은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가 동의하는 경우에는 근로계약 소정의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하고 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이 사건 사용자는 노동조합 전임을 단체협약으로 약속했고, 노동조합은 그 단체협약에 근거해 이를 실현하고자 했다. 이러한 노동조합의 단체협약 운용이 누구의 권리를 침해했는가? 노동조합은 노동조합 유지· 존속과 관리를 위해 헌법상 자기권리인 단결권을 실현했을 뿐 사용자의 헌법상 권리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바는 없다. 노동조합 전임의 수시전임에서 상시전임으로의 변경이 사용자의 경제적 부담을 일정정도 가중시킨다고 해도 이것이 사용자의 본질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며 이를 용인하려는 의사를 단체협약에서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전임운용이 ‘내제적 제한’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

2) 노동조합 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고려는 없다
대법원은 ‘이 사건노조전임통지는 인사명령을 거부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이고 이와 같은 노동조합 전임운용권의 행사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노동조합 조합원 수가 감소한 점, 노조업무의 분양 및 강도가 급증하는 등 종전과 달리 2명의 상시전임을 운영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 노조원의 수, 노조업무의 분량등과 사용자가 떠안게 되는 경제적 부담을 비교해 보더라도 전체 노조원 4명 중 절반에 해당하는 2명을 상시전임으로 임명했음을 통지하는 것은 정상적인 노동조합 전임운용권의 행사로 보기 어려운 점을 근거로 들었다.
판례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결과로 인해 노동조합 조합원수가 감소했던 결과만을 가지고 이 사건을 판단했으나, 이는 전임자운용권의 행사에 대해 사용자의 경제적 부담과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려는 것과는 현격한 대조를 보인다. 단체협약으로 노조전임을 인정하기로 한 이상 이를 운용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권한이며,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서 관행은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노조업무상 필요성은 노동조합 내부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고 본다. 전임운용권의 행사가 사용자의 부당전보발령에 대항하기 위하여 사용했다고 해도 이는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상의 권리를 스스로의 보호를 위해 사용한 것이라면 그것이 내제적 제한을 침해하지 않은 이상 권리남용이 될 수 없다고 본다.

3) 단체협약은 이행의 문제이지 종합적 고찰의 대상이 아니다.
종합적 고찰방법(Typus)은 개념적 고찰방법(Begriff)과 대비되는 법해석 방법론으로서, 법률에 구체적 요건이 정립돼 있지 않거나, 그 성격상 개별 요건의 충족 여부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 적용되는 방법론이다. 그러나 이 경우는 단체협약 조항에 ‘지부장 1명 및 지부장이 추천하는 1인의 조합원을 조합활동에 전임할 수 있도록 인정’함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에 종합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고 판단된다. 그럼에도 대법원 판례가 노동조합 전임운용권의 행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전임운용권 행사에 관한 단체협약의 내용, 그러한 단체협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와 당시의 상황, 노조원의 수 및 노조업무의 분량, 그로 인해 사용자에게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 비슷한 규모의 다른 노동조합의 전임자운용실태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해야 한다고 한 것은 단체협약의 본질적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법리오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단체협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와 당시의 상황, 노조원의 수 및 노조업무의 분량, 그로 인해 사용자에게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 비슷한 규모의 다른 노동조합의 전임자 운용실태 등은 단체협약 체결과정에서 고려되어지는 상황이지 이미 체결된 단체협약을 이행함에 있어서 고려돼야 할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4. 결론

노동조합 전임자의 전임운용권이 노동조합에 있고, 노동조합 전임자 통지에 있어서 사용자와 사전에 협의하여야 한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은 노동조합의 단결권 보호 취지에서 환영하는 바이다. 그러나 노동조합 전임자의 전임운용권의 행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은 이해할 수 없다. 노동조합 전임권 운용이 내제적 제한을 위반한 권리남용이 될 수 없으며, 단체협약으로 전임자를 인정한 이상 전임권행사는 노동조합 자체의 필요성에 의한 것이면 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판례가 언급한 노동조합 조합원 수와 업무량, 사용자의 경제적 부담은 체결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상황이지 기 체결된 단체협약의 이행에서 고려하여야 할 문제는 아니다. 본 사건에서 노동조합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와 부당전보발령에 맞서 노동조합을 유지존속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전임발령을 통지하였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 어디에서도 노동조합 보호에 관한 고려는 찾아 볼 수 없다. 전임운용권의 행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이 번 대법원 판단이야 말로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으므로 취소돼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