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아침 출근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국가인권위원회 김아무개씨였다.
“변호사님, 다 됐어요? 언제까지 되나요? 꼭 해 주세요.”
오는 21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주최로 개최되는 토론회 발제문에 관한 독촉이었다. 지난 철도파업으로 철도노조 위원장이 구속되는 등 업무방해죄 적용이 논란이 되자 국가인권위원회가 파업과 업무방해죄에 관한 토론회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이 문제에 관해 지난 2007년 국가인권위의 연구용역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한 바가 있기 때문에 필자에게 발제를 맡긴 것이다. 사실 지난 주말부터 이번 발제문에서 무엇을 말할까 고민이 됐다.

파업에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데 대한 문제점은 이미 작고한 김순태 교수가 93년 박사학위논문으로 자세히 다룬 바 있다. 그리고 많은 학자들이 이 문제에 관해 논의했고 일부는 적용의 타당성에 대해, 일부는 적용의 부당성에 대해 검토했다.
형법(제314조제1항)은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법원은 근로자들이 집단적으로 파업을 하는 경우에는 사용자에게 ‘위력’이 된다는 것이고 따라서 파업을 하게 되면 사용자의 업무가 방해돼 파업은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고 했다. 다만 그 파업이 정당한 경우에는 처벌을 면한다. 파업이 정당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노조법 등 법이 정한 주체·목적·절차·수단과 방법 등을 준수해야 한다. 결국 노조법 등 법령을 위반하는 경우 그 파업은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받게 된다. 그래서 법상 노조가 아닌 근로자단체, 근로조건과 노조활동이 아닌 사항,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조정신청을 거치지 않은 경우 등의 파업은 업무방해죄로 검사는 기소하고 법원은 처벌해 왔다. 판사들은 말한다.

“집단적으로 근로자들이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행위는 분명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 근로자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사용자의 업무가 방해되는 것이고 또한 업무방해는 반드시 결과가 발생할 필요가 없이 그 위험성만 있어도 처벌하는 죄이다. 따라서 파업이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리고 판사들은 덧붙인다. “이와 같이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이상 위법성, 책임 등의 조각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처벌을 면할 수 없다. 만약 노조법 등 법에 따른 파업이라면 이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돼 처벌을 면할 수 있다.”

그래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의 판사들은 준엄하게 선고해 왔다. “파업이 정당하지 않으니 피고인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한다.” 판사들은 당당하게 선고해 왔다. “형법이 파업을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도록 정하고 있으니 처벌하는 게 당연하다.” 우리 법원에서 피고인과 변호인이 판사들에게 아무리 "파업은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도 소용이 없었다. 필자는 그동안 수천명의 노조간부들을 변호했다. 필자는 법정에서 판사들에게 수도 없이 반복해서 호소했다. 그 옛날 자본주의 초기에 파업을 국가가 처벌하는 제도가 있었다. 이것이 단결금지법체제였다. 그런데 1870년대 이후 폐지돼 더 이상 평화적인 파업, 즉 단순히 노무제공을 집단적으로 거부하는 행위에 대하여는 처벌하지 않게 됐다. 만약 우리의 경우 단순히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파업에 대해 처벌한다면 이는 우리가 단결금지법체제에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헌법이 단체행동권 등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는 이상 허용될 수 없다. 그러니 이 법정에서는 불법파업을 했다고 피고인들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 피고인 단병호·이석행·심상정·문성현·백순환·전재환·김창근·김창한·이승필·추영호·김일섭·정갑득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 수많은 피고인들을 위해 변호인으로서 파업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판사들에게 호소했다. 그러나 판사들은 언제나 똑같이 위와 같이 말했다. “불법파업을 했으므로 업무방해죄로 처벌한다.” 그러면서 판사는 말하지 않았지만 필자는 듣는다. “현행법이 불법파업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니 나는 처벌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파업이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하고, 판사는 불법파업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도록 형법이 정하고 있으니 처벌한다고 오늘도 변호인과 판사로서 반복해 변론하고 선고한다.

무엇을 말할까. 다시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반복하지 않고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이번에는 판사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아니니 “파업에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은 잘못이다”고 말해도 판사들이 “실정법은 그것이 아니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토론회에서 필자는 파업을 처벌하는 것 자체의 부당성에 관해 말했다. 수많은 논문과 기고를 통해 필자는 밝혔다. 어제도 말했고, 그제도 밝혔다.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여전히 파업은 업무방해죄로 처벌된다. 그럼에도 이번 토론회에서 다시 말해야 한다. 그러면서 고민한다. 10년 전에 파업은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논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김순태 교수는 파업은 부작위이므로 작위와의 동가치성 등으로 부작위로써 파업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했던 것이다. 그것은 위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었다면 필자는 근로자의 파업에서 사용자의 업무는 헌법에서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이 노동기본권으로 보장됨으로써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인 업무로 파악할 수 없는 것으로 봐야 하는 것이라고 정리해 발표했던 것을 떠올려 보고, 과연 논리구성을 어떻게 해야 업무방해죄의 해석을 통해 파업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그러면서 아무리 논리를 구성해 말해 봐야 아무런 응답이 없었던 그동안을 떠올리며 이번 토론회의 유용성을 생각해 본다.

파업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에 관해 법원과 학자들이 논의해 온 무슨 복잡한 법리와 논리라는 것은 그러나 실제로는 단순하다. 파업, 즉 근로자들이 일하지 않는 것, 이것을 처벌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다. ‘근로자’가 일하지 않는 것을 국가가 형벌로써 처벌하지 않는다면 ‘근로자들’이 일하지 않는다고 해서 국가가 처벌할 수는 없다. 노조로 묶이지 않은 ‘근로자들’이 일하지 않았다고, ‘근로자들’이 무언가를 요구해 일하지 않았다고, ‘근로자들’이 찬반투표 없이 또는 조정신청 없이 일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이 노조법 등을 위반한 불법파업이라며 국가가 처벌한다면, 그것은 ‘근로자들’이 일하지 않았다고 처벌하는 것이다.

근로자가 일하지 않았다고 처벌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옛날 자본주의 초기에는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위반해 일하지 않은 경우 국가가 처벌했다. 영국의 주종법이 그것이었다. 그러다가 이러한 법제도가 폐지됐고, 그 뒤 파업은 처벌하지 않는 것이 됐다. 영국에서 파업을 처벌하던 법은 폐지됐다. 프랑스에서 업무방해죄는 더 이상 파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른 나라에서는 파업이 정당해야 처벌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다. 국제노동기구(ILO)와 UN사회권위원회는 해마다 한국정부에 단순히 평화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파업에 대해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파업을 주도한 노조간부에 대해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문제를 시정하라고 권고해 왔다. 그래서 이번 토론회에서 필자는 발제와 토론에서 다시 말할 것이다. “불법파업이라고 하여 처벌하는 것 그것이 부당하다.” “만약 당신이 불법파업을 주도한 노조간부가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노동기본권을 아직 이해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당신이 “또 그 소리냐, 당연한 말을 반복하냐”라고 생각한다면, “노동기본권을 알고 있는 당신이 고맙다”라고 당신은 듣지 못하겠지만 필자가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기 바란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