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일 행정부처 이전을 백지화하는 내용의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했다. 야당은 한목소리로 "결사 저지"를 외쳤다. 대기업 특혜논란과 위헌논란도 일고 있다.

◇세종시는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이날 정운찬 국무총리가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은 행정부처 이전을 통한 행정중심 복합도시 육성 계획을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삼성과 한화·롯데·웅진 같은 대기업과 고려대·카이스트 등 대학이 세종시에 입주한다. 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로 지정해 가칭 '세종국제과학원'을 설립, 중이온 가속기 같은 첨단과학 연구시설도 들어선다.

정 총리는 세종시에 글로벌투자유치지구를 조성해 교육·과학 관련 국제기구와 다국적 기업 아시아본부를 유치하고, 한글과 영문을 병기해 사용하는 영어공용화지구로 지정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정부는 세종시 완공시기를 2030년에서 2020년으로 앞당겼고, 일자리도 애초 계획보다 대폭 늘어난 25만개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초점이 됐던 기업 입주의 경우 정부는 5개 기업이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은 165만제곱미터 부지를 확보해 삼성전자와 삼성SDI·삼성LED, 한화그룹은 60만제곱미터 부지에 에너지 분야 계열사, 웅진은 66만제곱미터 부지에 에너지 통합연구센터를 입주시킬 계획이다. 롯데는 6만6천제곱미터를 확보해 식품연구소를, 오스트리아의 태양광제품 기업인 SSF는 16만5천제곱미터에 입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려대와 KAIST 역시 각각 100만제곱미터 부지에 투자계획을 세웠다. 정부는 “입주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야권 반발, 특혜 논란도=수정안이 발표되자 한나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국가백년대계 차원에서 고심 끝에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야권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규탄대회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수정안은 원래 입법취지를 완전히 무시하고 ‘행정중심 복합도시 특별법’을 무력화하는 내용”이라며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균형발전을 추진해야 한다는 대의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비판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사상 최대 규모의 대기업 인센티브를 통해 ‘재벌행복도시’를 만들겠다는 발상”이라고 비난했고,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재벌과 대학의 옆구리를 찔러 또 다른 괴물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혜논란도 제기됐다. 민주당은 헐값으로 재벌에 ‘땅 퍼주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당 36만~40만원에 원형지를 공급하는 것은 행복도시 조성원가의 평당 227만원의 16~18%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7조~8조원의 손실을 입었기 때문에 인근 상업·주거지역 분양가에 전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Tip] 세종시

충남 연기·공주지역에 건설되는 세종시는 지난 2002년 9월 민주당의 대선후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신행정수도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출발했다. 노 전 대통령 당선 뒤에 행정수도 문제는 여야의 치열한 논란을 불렀고,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변경 추진됐다. 2005년 여야 합의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정부는 11일 발표한 수정안을 추진하려면 특별법 개정안을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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