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에 시행된다고 해서 많은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걱정입니다. 정부는 2학기에 도입한다고 하는데 정부만 믿고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했어요.”(고려대 3학년 손민정씨)

7일 한 무리의 대학생들이 야3당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들과 함께 국회 정론관을 찾았다. ‘취업 후 상환제’(ICL)를 1학기에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도입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이명박 대통령이 도입을 주장할 때부터 ICL에 대한 논란은 계속됐다. 5%를 넘는 높은 이자율, 그것도 복리 이자라는 점과 낮은 상환 소득기준액 등이다. 저소득층일수록 오랜 기간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예산 등으로 여야가 좀처럼 합의를 하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대학생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교과위원장실에서 농성을 하기도 했다. 여야 교과위원들이 연말에 극적인 합의를 이루고 가까스로 이후 일정까지 잡은 과정을 아는 이들은 그래서 시행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실제로 여야 교과위원들은 1월 말 상임위 논의를 거쳐 2월1일 본회의에서 합의처리키로 중지를 모았다.

이종걸 교과위원장은 “여야가 1월 초에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자고 합의했는데, 등록금을 낼 때까지 여유가 있다는 점과 신입생의 경우 정책적으로 등록금 납부시기를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 2월에 법을 처리하리고 했다”고 말했다. 2월에 법이 통과되도 1학기에 제도를 시행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6일 이명박 대통령이 교과부로부터 ILC의 1학기 시행이 불가능하다는 보고를 받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많은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기대하고 있을 텐데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를 공식화했다. 안병만 교과부장관은 국의의 ICL 관련법 처리 지연을 이유로 들었다고 한다. 청와대는 “후속 일정을 감안할 때 1월8일까지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회는 가능하다고 법안 처리일정까지 합의했는데 행정부가 정책 실행을 해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김형오 국회의장이 노조법 개정안을 직권상정했던 이유가 이명박 대통령의 전화라고 보도되면서 ‘통법부’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행정부가 헌법에 규정된 3권 분립을 무시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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