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가족부가 최근 국민기초생활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인권침해 소지가 다분한 내용을 고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기초보장급여를 받는 조건에 용모나 집중력·자신감 같은 자의적인 평가기준을 넣고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이 이를 판단토록 했다.

7일 참여연대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1일부터 시장 등 기초자치단체장이 근로능력평가로 국민기초보장급여 수급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조항을 삽입한 국민기초생활법 시행령을 시행했다. 시행령은 질병이나 부상 또는 후유증으로 요양이 필요한 기존 수급자격에 ‘근로능력평가를 통해 시장 등이 근로능력이 없다고 판정한 자’라는 내용을 신설했다. 근로능력 평가 기준이나 방법·절차는 복지부장관이 고시토록 했다.

복지부가 ‘활동능력평가 항목별 기준’으로 고시한 근로능력 평가기준은 우려스러웠다. 능력평가 기준은 10가지 항목으로, 체력·만성적 증상·알콜중독·취업가능성·외모관리·집중력·자신감·자기통제·대처능력·동시업무 수행능력이다. 10개 항목에서 정한 기준 점수를 더해 일정 수준 이상이면 근로능력이 있다는 뜻으로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대상에서 제외된다.

외모관리 항목의 경우 ‘외모가 혐오감을 주거나 심한 냄새가 난다 0점, 철에 맞지 않는 옷을 입거나 옷이 늘 더럽다 1점,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고 늘 같은 옷을 입는다 2점, 외모관리가 어딘가 어설프다 3점’ 등으로 세분화하는 식이다. 집중력은 ‘산만해 한 가지 일을 마무리해 본 것이 거의 없다 0점, 한자리에서 오래 앉아 있지 못한다 1점, 타인의 재촉이 있어야 집중하여 마무리할 수 있다 2점’으로 평가토록 했다. 자신감 항목에서는 자포자기 0점, 작심삼일 1점 등으로 평가점수를 매겼다.

참여연대는 “근로능력 없는 국민으로 기초보장급여를 받으려면 더럽고 냄새나며 헐벗은 용모를 갖춰야 한다는 것을 국가가 강요하는 것”이라며 “빈곤층에 대한 국가권력에 의한 위법한 낙인”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이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일률적인 이미지를 심어 이들의 자존감을 손상시키고 나아가 편견을 조장할 위험이 있다”며 “턱없이 부족한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인력으로는 판단이 불가능하거나 신뢰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국가인권위원회에 근로능력판정제도를 검토하고 복지부장관을 상대로 폐지나 완전개정을 권고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


[Tip]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해 주는 사회보장제도다. 저소득층에게 단순하게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저소득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적극적인 개념에서 도입됐다. 지난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시행됐는데, ‘생산적 복지’ 개념과 함께 도입되면서 일할 능력을 따지게 됐다. 일할 능력이 없는 빈곤층은 조건없이 돈을 받고, 능력이 있으면 자활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급여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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