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1일 새벽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노조 전임자급여 지급금지는 올해 7월부터, 기업 단위 복수노조 허용과 교섭창구 단일화는 내년 7월부터 시행된다. 이미 노조법은 노조 전임자급여 지급금지, 기업 단위 복수노조 허용과 교섭창구 단일화방안 마련에 관해 규정하고 있었다. 다만 부칙으로 그 시행을 10년 넘게 유예해 왔다. 이번 노조법 개정으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제도가 도입되면서 전임자급여 지급이 금지되고, 기업 단위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교섭창구 단일화가 강제된다.

지난 1일 새벽 국회본회의에서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토론에서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눈물로 호소했다. “사람이 사람 대접 받는 세상을 만들자며 수많은 죽음으로 지켜 온 노동기본권이 말살되는 짐승 같은 이 시대”를 역사적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반대토론을 했다. 권 의원은 1996년 민주노총 위원장이던 당시 신한국당이 날치기한 노동법 개정에 맞서 역사적인 총파업 투쟁을 이끌었고, 이번에는 국회의원으로 노동법 개정에 맞서 반대토론을 했다.

권 의원뿐만 아니라 노조법 개정안에 반대해 여러 의원들이 눈물로 반대토론을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야유로 응수하며 노조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짐승 같은 시대’임을 재확인했다. 1996년 권영길은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날치기 노동법 개정에 맞서 총파업투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2010년 1월1일 권영길은 국회의원으로 노조법 개정에 맞서 역사적인 반대토론을 했으나 '이루 말할 수 없는 참담함'에 절망하고 몸져누웠다. 이상은 한겨레신문 1월4일자에 “권영길 ‘눈물의 바다’에 빠진 까닭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확인한 것이다.

이번 노조법개정에 대해 절망한 자가 어디 권영길뿐이겠는가. 이 나라 노동자의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고민하고 투쟁하는 자 모두가 권영길처럼 참담함에 절망했을 것이다. 필자는 노조법 개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자신의 무력함에 절망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1996년 노동법 개정에 맞설 당시처럼 총파업투쟁 등으로 노동자들이 나설 수 없는 현실에 절망했다.

우리를 절망하게 한 개정 노조법은 이미 올해부터 시행되기로 정해져 있던 기존 노조법을 개정한 것이다. 기존 노조법은 2010년 1월1일부터 전임자급여를 지급하는 사용자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하고, 기업 단위의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었다. 기업 단위의 복수노조 허용에 대비해 노동부장관에게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을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러한 기존 노조법을 그대로 시행하지 않고 위와 같이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의 도입과 교섭창구의 단일화를 강제하는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안으로 노조법이 개정된 것이다. 기존 노조법은 1997년 3월13일 개정·시행된 것이다. 1996년 12월31일 날치기 통과된 노조법을 총파업투쟁으로 맞서 새롭게 개정한 법률이었다.

당시 총파업투쟁은 이 나라 노동운동에서 가장 성공적인 투쟁의 하나로 평가된다. 그러나 날치기통과된 노조법을 폐지하고 새롭게 개정된 노조법은 폐지된 법률과 단 하나의 규정도 다르지 않았다. 전임자급여 지급을 금지하고 노동부장관에게 교섭창구 단일화방안을 마련하도록 한 노조법 부칙조항도 그대로 유지됐다. 2010년 1월1일 새벽 권영길 의원은 전임자급여 지급이 금지되고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하는 노조법 개정에 절망하며 눈물을 흘렸지만 1997년 3월13일 권영길 위원장은 이러한 내용의 노조법 개정에 절망하며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1996년 12월31일 노동법 제정에 맞서 이 나라 노동자들은 민주노총 역사적인 총파업투쟁을 전개했다. 그 결과 날치기통과된 노조법 등 노동법이 폐지되고 새로운 노조법 등 노동법이 마련됐으나 노동법은 폐지된 법률과 아무런 차이가 없었고, 단지 날치기가 아닌 방법으로 국회에서 통과된 것이 차이가 있었다. 결국 1997년 초 이 나라 노동자들은 노동법 개악 저지가 아닌 날치기통과에 항의해 투쟁한 결과가 됐다. 1997년 초 역사적인 총파업투쟁은 당시 야당이 호소한 국회 의결절차의 하자를 시정하는 데 그쳤다. 그 투쟁에서 당시 야당은 집권 신한국당을 패퇴시키고 승리했고, 그해 말 대선에서 집권할 수 있었다. 당시 야당은 역사적인 승리를 했으나, 노동자들은 역사적인 총파업투쟁을 했으나 역사적인 승리를 하지 못했다. 오히려 노조 전임자급여 지급금지와 노동부장관의 교섭창구 단일화 마련이라는 부칙조항을 둠으로써 이번 노조법 개정에 대해 다시금 절망하고 눈물을 흘리도록 했다.

사실 1997년 3월 개정된 노조법은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한하고 금지하는 법률이었다. 과거 노동쟁의조정법과 그 조항들을 비교해 보더라도 바로 알 수 있다. 유신시기, 전두환 정권 시기의 노동쟁의조정법에 비해 결코 노동기본권이 보장된 법률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오히려 쟁의행위 등 단체행동권 행사를 주체·목적·절차·수단과 방법에서 제한하고 금지하는 유형을 추가하고 그 위반에 대해 형량도 강화했다.

실제로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률이 제·개정될 때마다 노동기본권 보장이 제한돼 왔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 뒤에 개정된 노동쟁의조정법도, 1997년 초 총파업투쟁 이후에 개정된 노조법도 노동기본권을 제한하고 금지하는 기존의 법조항을 개정해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률이 아니었다. 1953년 3월 전시상태에서 노동쟁의를 규제하기 위해 제정된 노동쟁의조정법이 지금까지 존재해 온 법률 중 가장 쟁의행위 등 노동기본권을 보장한 것이었다.

그 뒤 개정될 때마다 노동기본권 행사를 제한하고 금지하는 규정이 추가된 지금, 노조법은 노동기본권 행사를 예외적으로만 보장하는 법률로 전락했다. 그리고 가장 노동기본권 행사를 제한하고 금지하는 역사적인 법률이 1997년 3월 개정된 노조법이다. 권영길 의원은 2010년 1월1일 노조법 개정에 절망해 눈물을 흘렸지만, 필자는 1997년 3월13일 개정된 노조법을 보며 절망해 눈물을 흘렸다. 권 의원은 “사람이 사람 대접 받는 세상을 만들자며 수많은 죽음으로 지켜 온 노동기본권이 말살되는 짐승 같은 이 시대”에 눈물로 반대토론을 했지만, 필자는 역사적인 총파업투쟁 속에서도 노동기본권이 말살되는 짐승 같은 시대가 계속돼 온 것에 대해 절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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