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타설에 사용되는 펌프카를 운전하던 기사가 기계 결함을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고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 펌프카는 1종 대형면허만 있으면 누구나 운전할 수 있다. 정부기관에 등록된 27개 건설기계 중장비 중 유일하게 전문 자격증 없이 운전할 수 있어 사고가 빈번하다.

27일 건설노조(위원장 백석근)에 따르면 지난 22일 부산 녹산공단 공장 증설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던 펌프카의 압송관에 이물질이 끼어 결함이 생겼음에도 이를 알지 못한 김아무개(42)씨가 펌핑(압력증가)을 가하던 중 압송관이 터지는 사고로 사망했다. 김씨는 터진 압송관을 피하지 못했다.

최근 건물이 고층화되는 추세에 따라 펌프카 사고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지난 9월 5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여의도 금융센터 사고, 7월 2명이 다친 서울 봉천동 사고, 1명이 숨진 여수 사고 등은 모두 펌프카로 인한 사고였다. 노조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등록된 약 5천여대의 펌프카가 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작업에 동원되고 있다. 노조는 "골절식 붐·유압라인·전기배선·지반하중 계산 등 펌프카는 기술적으로 숙지해야 할 복잡한 건설기계인데도 전문자격증 없이 운전할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한 보통 2인 1조로 하던 펌프카 작업이 최근 경비절감으로 인해 한 사람이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 기계에 대한 이해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김종만 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 펌프카분회 정책차장은 "10년 전에는 5톤 정도 하던 기계를 2인 1조로 작동했는데, 지금은 기계가 20.4톤으로 늘었는데도 기계를 모르는 사람이 혼자 운전을 한다”며 “전문 자격증 신설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